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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젊은이들에게 창조의 바다를 열어주자

젊은이들에게 창조의 바다를 열어주자

젊은이들에게 창조의 바다를 열어주자
‘레드오션’. 기업들이 기존의 수요 시장 안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는 것으로, 가까운 바다에서 고기를 잡느라 수많은 배들이 아옹다옹 북적대는 모습을 연상해 붙여진 개념이다.

그에 비해 아직 아무도 내딛지 않은 먼 바다, 그 푸른 대양에 나가서 풍어의 꿈을 이루는 것은 ‘블루오션 전략’이라 한다. 획기적인 가치 혁신(value innovation)을 꾀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는 산뜻하게 붙여진 이름일 뿐, 산업의 역사는 언제나 그러한 도전과 개척의 드라마로 점철돼왔다. 자동차, 항공, 컨설팅, 택배 등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수많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불과 100년 내지 50년 전까지만 해도 블루오션이었다. 누군가가 거대한 욕구의 바다를 내다보고 모험에 나선 것이다.

지금 경영학자들은 ‘블루오션’이라는 이론으로 그러한 통찰과 도전의 구체적인 전략을 연구,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경쟁의 함정’이라는 개념이 눈에 띄는데, 이는 기업들이 엉뚱한 경쟁을 벌이다 오히려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시계 회사인 시티즌과 세이코는 한때 R&D(연구개발)에 대한 집착으로 누가 더 깊은 수심에서 방수가 되는 시계를 개발하는지를 놓고 서로 열을 올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잊어버린 것은 과연 소비자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경쟁사들 사이에 자존심 겨루기 식의 개발이 추진되는 동안 소비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초점을 놓치는 우를 범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스위스의 스와치는 ‘패션 시계’라는 것을 그 반값에 출시해 두 기업을 가뿐하게 따돌려버렸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교육 현실에 그 상황을 적용해보고 싶어졌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혹한 경쟁을 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과연 어떤 능력을 체득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능력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인가. 이른바 일류대 출신들은 경쟁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급변하는 현실에서 나름의 입지를 마련하는 것이 너무나 힘에 부친다. 엘리트 과정을 밟는 이들조차 심히 불안하다. 그동안의 경쟁이라는 것이 ‘레드오션’의 얕은 물에서 그만그만한 실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 고지를 점령했지만, 그 고지는 점점 다양화·세분화되고 있는 세상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미지의 세계로 항해 ‘블루오션’ 동기부여 필요



서울대가 입시안을 놓고 정부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는 우수 인재를 선발해 글로벌 대학으로 한 단계 발전하려는 대학과, 학력을 통한 계층 재생산 및 사회 양극화를 염려하는 정부 사이의 갈등이다. 그런데 그러한 논쟁과는 별도의 차원에서 깊이 생각해봐야 할 점은 젊은이들이 다양한 삶의 경로를 밟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일류대에 가는 엘리트든, 평범한 젊은이든 간에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세상과 인생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이다.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창조적 발상과 그것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다. 그 가치는 반드시 노동시장을 통해서만 실현되거나 돈으로만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그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의 대안적 이미지다. 삶의 기쁨과 보람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방식과 자아의 무한한 존재 가능성에 눈을 열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에게 그러한 꿈을 심어주어야 한다. 생텍쥐페리는 이렇게 말했다.

“배가 필요할 경우 배 만드는 법만을 가르쳐주어서는 안 된다. 그 배로만 바다로 나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바다를 미치도록 그리워하게 하라. 그러면 어떻게 해서든 바다로 나갈 것이다.”

머릿속에 지식은 가득 채웠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에 대한 동기부여가 약한 청년들에게 이제 가슴 뛰는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자. 원대한 ‘블루오션’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은 멋진 배를 만들어 대항해에 나설 것이다. 청춘은 늘 푸르다.



주간동아 2005.07.26 495호 (p96~96)

  • 김찬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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