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2

2002.02.14

‘학계의 공백’ 메우기 귀중한 결실에 박수

  • 입력2004-11-15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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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계의 공백’ 메우기 귀중한 결실에 박수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번역의 지형도’라는 칼럼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번역의 측면에서 본 지식 지형도에는 비어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쭛쭛에 관한 논문은 많아도 정작 쭛쭛는 번역되어 있지 않은” 한국 학계의 공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출간되는 신간 가운데 새삼스러운 것들이 적지 않다. 최근 한길사에서 김치수·송의경 번역으로 나온 프랑스 문학비평가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초판 1961년)이 좋은 예. 이 책은 ‘삼각형의 욕망’이라는 지라르의 대표적 이론을 담고 있어 논문 인용 빈도수가 높고 문학 전공자들 사이에 필독서로 알려져 있으나 완역은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1960년대 실증주의 논쟁을 일으킨 칼 포퍼의 ‘추측과 논박’이 지난해 말 비로소 한국어판(민음사)으로 나온 것이나, 사회과학도들의 필독서인 에밀 뒤르켐의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이 초판 발행 100년 만에 국내에 소개된 것(새물결)은 늦었지만 다행이랄 수밖에.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을 번역한 김치수 교수(이화여대)는 “저자가 기독교적 세계관을 갖고 서양 고전에 대한 깊이 있는 교양을 토대로 책을 썼기 때문에 번역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한다. 지라르나 포퍼의 저작처럼 현대의 고전들조차 외면당하는 이유는 번역의 노고에 비해 보상이 변변치 않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학술 번역도 논문 한 편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번역을 경시하는 풍토가 그리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고전 번역은 여전히 연구자 개인의 노력과 눈앞의 이익을 포기한 출판사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책세상문고’가 ‘고전의 세계’라는 시리즈를 내기로 선언했을 때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책세상측은 에르네스트 르낭의 ‘민족이란 무엇인가’, 요한 G. 피히테의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마르퀴 드 콩도르세의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서문’,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 등 먼저 5종을 선보였다. 제목만 들었던 책들, 이제 진짜로 읽고 얘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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