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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인생|우디 앨런의 ‘부부일기’

남편과 아내, 그 진솔한 삶의 이야기

  • < 김정룡/ 영화평론가 > malzuk@yahoo.co.kr

남편과 아내, 그 진솔한 삶의 이야기

남편과 아내, 그 진솔한 삶의 이야기
우디 앨런의 ‘부부일기’는 제목 그대로 남편과 아내의 진솔한 대화에 관한 보고서다. 금실 좋기로 소문난 잭과 샐리는 어느 날 이혼을 선언한다. 부부관계에 소극적인 부인에게 불만을 가진 남편이 외도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에어로빅 강사와 동거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가 놀라운 점은 극히 단순한 방식으로 진실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대개의 경우 진실은 삶의 ‘잡담’ 속에 있다. 물론 모든 잡담이 진실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여기 나오는 두 쌍의 부부와 네 싱글의 거주 공간은 ‘잡담의 성’이자, 잡담의 형태를 빌린 ‘진실의 성’에 가깝다. 잡스러운 일상을 포함하되 그보다 더 보편적인 생의 우스꽝스런 풍경들. 삶의 뒤를 늘 따라다니는 열정, 그 열정이 수반하는 공허함, 아마도 ‘인류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상한 이야기, 대답 없는 사랑이야기’라 할 수 있음직한 부부이야기, 그리고 연인이야기다.

뉴욕 토박이로 살아오면서 자신의 철학과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영화를 만들어 온 우디 앨런은 이 영화에서도 그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주제를 다룬다. 인간은 남녀가 서로 만나고, 결혼하고, 헤어지고, 다시 결합하고 혹은 다른 상대를 찾아 새로운 만남을 갖는 과정을 통해 각자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자신들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결혼생활을 영위해 가는 모습은 천태만상이며 거기에는 우리가 은근히 바라듯 정도나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잭과 샐리, 게이브와 주디 등이 서로 번갈아가며 초조한 술래도 됐다가 대담한 도둑이 되기도 하는데, 이 북새통을 카메라가 흔들리면서 뒤따라간다. 관객에게 게이브가 털어놓는 말. “제 마음은 논리를 몰라요.” 스물한 살짜리 여대생에게 빠졌다고 어떻게 얘기하는가? 그러나 유혹의 시간은 짧고, 무너진 모든 것은 시간의 힘에 의지해 견고해지는 법.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다. 그냥 받아들여야지. 그러니 고독한 표정의 게이브에게 한마디. 삶은 본래 슬픈 것, 감정은 스쳐 지나갈 터이니 혼자서 준비하는 따뜻한 식사가 그대의 오후를 구원하리라.



주간동아 318호 (p81~81)

< 김정룡/ 영화평론가 > malzu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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