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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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 차정일

검찰 향해 검 세운 외유내강 특수통

  • < 김승련/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 > srkim@donga.com

    입력2004-12-02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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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 차정일
    차정일 특별검사는 ‘백지 상태’다. 지난 11월30일 제3기 특별검사로 임명된 뒤 첫 인터뷰에서 밝힌 그대로다. 사심 없이 진실 규명에 힘쓰겠다는 뜻이었겠지만, 실제 그는 ‘이용호 게이트’의 사건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차특검은 12월3일 출근길 전화통화에서 “나도 보통의 신문독자 이상으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명 직후 주말을 맞아 ‘모처’로 떠나 구상에 잠겼다. 그의 손엔 ‘이용호 게이트’가 보도된 신문 스크랩이 한 뭉치 들려 있었다고 한다.

    차특검은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서울지검 공판부장을 끝으로 1990년 검찰을 떠났다. 지역색과도 무관한 서울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신문 프로필엔 ‘부드럽고 합리적’이란 평가 일색이었다.

    차특검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대검 중수4과장, 서울지검 동부지청 특수부장을 지내면서 특별수사와 인연을 맺었다. 93년 슬롯머신 사건 때 대학동기인 박철언 당시 의원의 변호인을 지낸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차특검의 취임 일성은 다부졌다. 그는 “필요하면 검찰청 압수수색도 벌이겠다. 검찰총장도 조사한다”며 강한 수사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주변에선 “부드러운 남자인 차변호사도 이거다 싶은 사안에선 타협하지 않는 근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의 임명에 대해 검찰 간부들은 “무난하고 합리적인 분이 선정됐다”고 촌평하며 ‘차정일 카드’가 싫지 않은 표정이다. 일부에선 ‘쾌재’를 불렀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우선 함께 후보에 올랐던 판사 출신 김성기 변호사 대신 검찰 출신이 선정된 점을 반겼다.

    그러나 일부 소장 검사들과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공격적 수사’를 주문했다. 이들은 “검찰총장, 국정원 간부 등을 수사해야 하는 만큼 독하게 마음먹고 해야, 검찰의 이용호씨 비호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더 이상 시비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차특검이 ‘검찰청 압수수색’을 불사하겠다는 취임 일성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치지 않도록 강공 드라이브를 걸지가 관전 포인트다.

    특별검사팀의 수사대상은 크게 정치권 로비, 검찰 외압, 국정원 개입 등 세 가지. 차특검은 우선 이씨가 1000억원대의 횡령과 주가조작을 벌이면서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의 감시 안테나를 빠져나가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이씨가 지난해 긴급체포된 뒤 하루 만에 풀려난 배경도 규명해야 할 과제다. 이씨로부터 로비자금 20억여원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진 여운환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수사대상이다. 이씨가 보물선 주가조작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정원 등 권력 핵심의 도움을 받았는지도 관심거리.

    차특검은 대검 중수부가 4개월 이상 이 잡듯이 뒤졌고, 이용호씨와 여운환씨를 구속 수사했음에도 밝히지 못한 정·관계 로비와 검찰비호 의혹을 찾아낼 수 있을까.

    특별수사에 정통한 한 현직 고검장은 특별검사의 3대 성공조건으로 특별수사 노하우, 비타협적 수사의지, 운(運)을 꼽았다. 특히 4개월 수사와 국정감사를 거치며 ‘자기방어 논리’를 철저히 익힌 관련자들의 닫힌 입을 열게 하는 수사감각을 제1순위라고 했다. 이용호씨와 여운환씨가 서로 불신하도록 만들어 하나하나 진술을 받아내 ‘새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 따라서 차특검을 보좌할 특검보 2명의 인선에 성패가 달렸다고 검찰 주변에선 분석한다. 특검보는 특별검사가 1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 가운데 천거한 4명 중 2명을 대통령이 낙점한다. 그러나 차특검은 “주말 내내 특검보 추천에 골몰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차정일 드림팀’ 구성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은 마음으로 일하겠다.” 차특검의 각오는 2개월 전 한부환 고검장이 이용호씨 수사를 위한 특별감찰본부를 꾸릴 때 했던 말과 일치한다. 특별검사의 ‘명경지수’가 ‘보통 검찰’의 명경지수와 다른 수사결론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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