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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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도 변해야 한다

  • 송순호

    입력2004-12-30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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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공부도 변해야 한다
    서울의 빌딩에는 아직도 화장실을 ‘toilet’으로 표기한 곳이 많다. 영어회화 교재에도 “Can I use the toilet?”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렇게 영어를 배운 사람은 미국에가서 “May I go to the toilet?”이라고 묻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미국인의 반응은 의외일 것이다. ‘toilet’은 그냥 변기통을 뜻한다. 미국사회에서 실제 쓰는 영어와 우리가 배운 영어의 차이점이 빚은 비극이다. 이것 말고도 문제는 많다. 하나씩 살펴보자.

    1. 외우지 않은 것은 말을 못한다

    다양한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소화한 사람도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데 서툴다. 너무 Situation drill(상황에 따른 말하기 훈련)에 익숙한 것이 문제다. 정형화한 상황만 배우고 외우면 배우지 않은 상황이 닥쳤을 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2. 알아들으려면 포괄적 영어수업을 해야 한다

    지하철에서 영어공부하는 성인의 교재를 슬쩍 훔쳐보았다. 대부분 영어 청취력 향상에 관한 것이 주류를 이뤘다. 그렇지만 의문이다. 영어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은 Listening 훈련 한 가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3. 속도 조절을 못한다

    요즘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로 게임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 부족을 거론하는 사람이 많다. 영어도 이게 문제다. 초보자는 어법이 아니라 문법에 맞는 영어를 구사하려다 보니 더듬게 된다. 영어표현에 익숙한 사람은 영어를 장황하고 빨리 하려 한다. 대화는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하자. 가능하면 큰 목소리로 하자.

    4. 영어책을 읽자

    영어를 좀 하는 학생과 대화를 나눠보면 금방 눈에 띄는 한 가지 특징. 영어회화 책에서 본 영어문장이 지금까지 읽은 영문소설·잡지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영어공부를 할 수 없다. 영어책에 있는 다양한 표현·문장·어휘를 접해야 한다.

    5. 작문 연습은 어릴 때부터

    문법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고도 정확한 글을 쓰는 한국인은 드물다. 미국 교사나 교수들은 한국 대학원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이해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분명히 영어로 된 문장이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단다. 조각난 문법교육이 낳은 슬픈 현실이다.

    6. 동사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동사를 많이 알지 못하는 것은 영어공부에서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생각해 보라. 늘 쓰는 have, take, make, get으로만 말을 되풀이하면 얼마나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대화가 되겠는가. 동사 공부에 신경쓰자.

    7. 영어공부 업그레이드하자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영어공부도 변해야 한다. 어렵고, 많고, 복잡하고, 안 쓰는 영어는 이제 버리자. 대신 쉽고, 작은 양으로, 간단하게, 쓰이는 영어를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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