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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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야 어서 빨리 익어라”

  • 김선종/ 36·경북 의성군 비안면

    입력2005-03-15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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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야 어서 빨리 익어라”
    25년 전 초등학교 4학년 때 쯤으로 기억된다.

    조국 근대화 바람으로 ‘초가집도 고치고, 마을 안길도 넓히는’ 새마을사업이 한창이었지만, 우리집은 아직도 보릿고개가

    한창이었다. 사진 속의 보리가 빨리 영글어야만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가난한 시절이었다.

    보리농사는 우리 가족의 생명줄이요

    하나뿐인 밑천이었다.



    그해 부모님께서는 처음으로 비닐하우스를 짓고 담배 농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 뒤 우리 가족은

    보릿고개를 면할 수 있었다.

    부모님의 근면 덕분에 우리 사남매 모두 사회의 필요한 일꾼으로 자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보리 심은 데 보리 나고, 향기로 키운 자식 향기가 난 것이다. 왼쪽 앞줄부터 시계방향으로 본인, 형 김갑종(40·공무원), 누이 김위자(34·주부), 아우 김종배(32·공무원)이다.

    부모님께서는 지금도 고향인 경북 안동시 북후면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 오랜만에 옛날 사진을 꺼내보니‘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던 부모님 말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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