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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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子가 8.5명의 여성과 만났을 때

  • 입력2005-10-11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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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父子가 8.5명의 여성과 만났을 때
    남자의 마음엔 여러 개의 방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서 이 방엔 예쁜 여자를, 저 방엔 귀여운 여자를, 또 다른 방엔 착한 여자를 두고 싶어하는 것이 남자의 마음이라고.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니, ‘사람이 맨날 똑같은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다’느니 하는 말도, 보통은 남자들의 언어였다.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신작 ‘8 1/2 우먼’은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계속되어왔을 남자들의 성적 팬터지에 대한 정교한 풍자다. 이런 성적 환상의 세계는 문학이나 미술작품, 연극, 영화 속에서 오랫동안 그려져 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나비부인’에서 보였던 서구 남자들의 동양여자에 대한 환상이다. 그리고 램브란트, 사드 등은 엄두도 못 낼 순결한 수녀의 모습에서 성적인 환상을 꿈꾸었고, 코레지오, 샤갈 등은 임신부를 향한 성적인 흥분을 표현하기도 했다. 성실한 하녀에 대한 성적인 상상도 존재해 왔으며, 매력적인 매춘부의 이미지는 막달라 마리아에서부터 마릴린 먼로에까지 이어져 왔다.

    영화 ‘8 1/2 우먼’에는 이처럼 역사를 통해 다양하게 표현되어 왔던 남성들의 성적 팬터지가 여러 인종과 각기 다른 모습의 여성들을 통해 등장한다. 동양에 대한 환상을 대표하는 세 명의 일본여자에서부터 복장도착에 불구의 몸을 가진 ‘반쪽 여자’까지 총 8명과 ‘1/2’명의 여자들은 주인공 부자(父子)의 성적인 환상을 만족시키는 도구로 등장한다.

    난해한 서술구조와 기괴하고 충격적인 영상언어로 유명한 영국의 괴짜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가 만든 이 영화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8 1/2’을 오마주한 작품. 펠리니는 이 작품 속에서 다양하고 인상적인 여성상을 탄생시켰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펼쳐놓은 바 있다.

    그리너웨이의 영화 ‘8 1/2 우먼’에서 아들(스토리)은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아버지(필립)를 위로하기 위해 펠리니의 영화를 보러 가게 되고, 거기서 힌트를 얻는다. 바로 아버지에게 다양한 여성들을 경험시켜 주기로 한 것. 결국 필립은 생명력 넘치는 여성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삶의 의미와 잃어버렸던 성욕을 되찾는다. 이제 하나의 매음굴이 되어버린 그들의 집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성적 환상을 현실화한 것에 기쁨을 느끼고 마음껏 즐긴다.



    이 영화 역시 그리너웨이 작품의 영원한 주제인 성(性)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은 늘 현란한 지적 게임에 참가하는 것과 같다.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82년),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89년) 같은 작품을 통해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구조와 난해한 형식으로 명성을 얻은 그의 영화는 항상 양극단의 평가를 받아왔다. 워낙 현학적이고 형식적이어서 대중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그리너웨이는 “우리 삶이 복잡한데 영화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고 반문한다.

    전작들에 비하면 스토리 구조는 단순한 편이지만, 그의 현학 취미와 실험적인 형식미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회화작품을 보는 듯한 화려한 미술감각과, 하나의 틀로 규정할 수 없는 열린 구조, 퇴폐미 가득한 화면…. 다소 자극적인 내용이지만 관객들이 몰입해서 보기에는 역시 장애물이 많다.

    남자의 탐욕에 대해 그리면서, 권력과 성에 대한 은유를 영화 곳곳에 숨겨놓은 ‘숨은 그림’ 같은 영화 ‘8 1/2 우먼’. 영화의 마지막에서 필립과 스토리 부자가 만든 매음굴은 지진으로 파괴되고 말지만, 남자들의 은밀하고 행복한 상상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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