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4

2016.06.29

스포츠

메이저리그 사로잡은 ‘저비용·고효율’ 야구

강정호, 이대호, 오승환 맹활약…한국 선수 영입 더 늘 듯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6-06-27 13: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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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는 10개 구단 전체가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러나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팀은 모기업의 홍보 효과 및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무형의 가치로 이를 보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메이저리그는 KBO와 달리 철저히 스포츠산업, 비즈니스의 세계다. 30개 구단 모두 하나의 독립된 기업이다.

    메이저리그 30개 팀의 평균 가치는 12억1100만 달러로 약 1조4000억 원에 달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3월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가장 부자 구단으로 꼽히는 뉴욕 양키스의 가치를 34억 달러(약 3조9000억 원)로 추산했다. 양키스는 2015년 5억4000만 달러(약 5950억 원) 매출을 올렸다. 양키스가 소유하고 있는 지역 중계 케이블방송사 등 계열사의 매출을 제외한 액수다.

    메이저리그 구단에게 더 많은 승리와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우승은 곧장 매출 증가로 연결된다. 빅마켓 구단과 스몰마켓 팀의 편차는 존재하지만 더 많이 이겨야 지역 케이블방송사 중계권 수입이 올라가고 입장료 수입도 늘어난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평균 1억13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연봉을 지출하는 이유다. 그러나 연간 수천억 원 매출을 올리는 메이저리그 구단도 갈수록 치솟는 선수들의 천문학적 연봉이 부담스럽다. 특히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LA 다저스 등 부자 구단에 비해 자금력이 뒤지는 스몰마켓 팀들은 생존을 위해 신인 선수 육성에 공을 들이고 저비용·고효율 전력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40년 만에 평균 연봉 100배 상승

    메이저리그 선수 연봉은 자유계약선수(FA)제도가 도입되기 직전인 1975년 평균 4만4676달러(약 5155만 원)였다. 이후 폭등을 거듭했고 2015년 425만 달러(약 49억 원)에 이르렀다. 특히 팀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슈퍼스타는 연평균 2000만〜3000만 달러의 연봉을, 그것도 장기계약으로 받고 있다.

    1980년 놀런 라이언이 사상 최초로 연봉 100만 달러를 넘어섰고 97년 앨버트 벨이 100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올해 LA 다저스 클레이턴 커쇼는 3457만 달러(약 399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LA 다저스는 2014년부터 25년간 83억5000만 달러의 중계권료를 타임워너사로부터 받는다. 연평균 3억3400만 달러로 웬만한 2~3년 치 팀 연봉 총액을 1년 동안 벌고 있다. 미네소타 트윈스 등 스몰마켓 팀으로서는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구도다.

    많은 팀이 대안을 찾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최정상급 선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갈수록 몸값이 비싸지는 것이 문제다.

    2013년 LA 다저스는 많은 의문부호 속에 한국 류현진을 영입했다. 한화 이글스에 지급한 이적료는 2573만 달러, 연봉은 6년 계약에 3600만 달러(약 415억 원)였다. 이전까지 KBO리그 출신 투수가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로선 류현진이 검증되지 않은 투수였다. 당시 이적료는 국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액수였다. 그러나 LA 다저스로선 수년간 스카우트를 파견하고 각종 통계를 통해 확신을 가진 선발투수를 이적료를 더해도 연평균 1028만 달러에 쓸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투자였다.

    류현진은 2013〜2014년 2년 연속 14승을 올리며 메이저리그에서 수준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어깨 부상으로 지금은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 3년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 류현진의 성공 이후 KBO리그 선수들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시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투수뿐 아니라 야수들의 숨은 가치를 주목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 강정호는 포스팅, 경쟁 입찰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500만2015달러, 당시 환율로 약 58억 원을 넥센에 지급하며 단독 협상권을 따냈다. 이어 4년 1100만 달러, 연평균 275만 달러에 계약했다(옵션 달성 시 5년 최대 1650만 달러).

    피츠버그는 이적료를 더해도 강정호에게 연평균 775만 달러(약 89억 원)를 투자한 셈이다. KBO리그 출신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뛴 적이 없기 때문에 과연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할 수 있을지 다양한 분석이 이어졌다. 그러나 강정호는 뛰어난 적응력을 선보였고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15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6월 23일까지 벌써 홈런 10개를 때리고 있다. 수치상으로 시즌 30홈런도 가능한 속도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장타력을 가진 센터 내야수는 매우 드물다. 옵션에 따른 추가 연봉이 있지만 그만큼 좋은 활약을 이어가야 받을 수 있는 액수이기 때문에 피츠버그로선 전혀 아깝지 않다.



    “강정호 계약은 최고 행운”

    미국 유명 야구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강정호를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 중 ‘저비용·고효율’ 3위로 꼽았다. 파산은 야후 스포츠에 기고한 칼럼에서 “승률 5할 이상인 18개 팀 가운데 16개 팀이 총 연봉 1억 달러 이상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돈이 전부는 아니다. 피츠버그는 올해 강정호에게 250만 달러만 지급하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올 시즌 1125만 달러를 받는 선수가 100여 명이나 된다. 강정호의 계약 총액과 같은 액수”라고 강조했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는 강정호가 이미 지난해 다른 FA 선수의 몸값과 성적을 기준으로 3000만 달러 가치의 활약을 했다고 계산했다. 더욱이 지난해보다 올해 훨씬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어 피츠버그 처지에서 강정호와 계약은 최고 행운이 되고 있다.

    강정호와 함께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는 모두 대표적인 저비용·고효율 전력으로 꼽힌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는 기본 보장 연봉이 100만 달러다. 성적에 따른 옵션을 모두 달성했을 때 받는 총액은 400만 달러.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 425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대호는 상대 팀 왼손투수 선발 등판 때만 출전하는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도 6월 23일 현재 홈런 10개와 27타점을 기록 중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핵심 불펜으로 자리 잡고 나아가 마무리 투수 후보로도 거론되는 오승환은 올해 연봉이 250만 달러다. 오승환은 FA 자격으로 계약했다. 서비스타임을 채운 선수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의 연봉이지만 팀에서의 비중은 매우 높다. 파산은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오승환을 보며 한국에서 건너올 투수들의 연봉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올 시즌 종료 후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FA 자격을 획득한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 도전을 꿈꾸고 있다.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두 투수의 경기를 집중 분석하고 있는 배경에는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저비용·고효율 활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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