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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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략요충지 괌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

항모 전단 훈련 시작한 中, 괌 겨냥해 극초음속 미사일 DF-27 배치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3-06-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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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전략요충지인 괌 앤더슨 공군기지. [USAF 제공]

    미국의 전략요충지인 괌 앤더슨 공군기지. [USAF 제공]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하면서 휴양지로 유명한 괌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괌은 미국 입장에서 핵심 교두보다. 괌을 발판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는 물론, 대만해협과 동남아까지 군사력을 뻗칠 수 있어서다. 중국이 호시탐탐 괌에 있는 미군을 노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괌을 중심으로 반경 1500해리(2778㎞)의 원을 그리면 일본 오키나와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들어온다. 1500해리는 항공기로 3시간, 군함으로 2~3일 거리다. 이 원의 끝에서 조금만 더 가면 일본 본토와 한반도, 중국까지 닿는다. 괌에서 평양까지 거리는 3384㎞, 대만 타이베이까지는 2751㎞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B-1B 전략폭격기가 괌에서 이륙하면 평양까지는 138분, 타이베이까지는 112분이 걸린다는 의미다. 괌은 유사시 한국과 대만을 방어하고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미군 전진기지 역할 맡은 괌

    괌에는 미군 앤더슨 공군기지가 있다. 앤더슨 공군기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일본 도쿄 공습 주역인 B-29가 발진한 곳이다. 이곳에는 5000m의 긴 활주로와 예비용 활주로 2개가 있다. 초대형 항공기 격납고, 공군 최대 규모 유류 저장시설도 갖췄다. 미국은 앤더슨 공군기지에 공대지 크루즈미사일을 대량 비축해뒀다.

    미군 전략폭격기들이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대기하고 있다. [USAF 제공]

    미군 전략폭격기들이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대기하고 있다. [USAF 제공]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세계 최강 전투기로 불리는 F-22 스텔스 전투기와 B-1B, B-2, B-52H 전략폭격기 등도 순환·고정 배치되고 있다. 장거리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 역시 이곳의 주요 전력이다. 글로벌 호크는 5500㎞ 떨어진 곳까지 원격조정으로 정찰 활동이 가능하며, 20㎞ 상공에서 38~42시간 비행할 수 있다. 이 기체는 첨단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기 등을 갖춰 30㎝ 크기 물체까지 탐지할 수 있다.

    미국은 괌에 항공모함을 기항할 아프라 하버 해군기지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그간 정기적으로 이곳에 항공모함을 배치해왔다. 향후 항공모함 전단을 괌에 고정 배치하면 괌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괌은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SSBN)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급 핵 잠수함의 중요 거점이기도 하다. 오하이오급 SSBN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Ⅱ D5에 저위력 전술핵탄두 W76-2를 탑재할 수 있다. 이외에도 미군 제15잠수함전대의 작전 반경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동해에까지 이른다.



    미국은 1월 괌에 70년 만에 새 해병대 기지 ‘캠프 블레이즈(Camp Blaz)’를 개설했다. 이 기지에는 해병 4000명이 오키나와에서 이동해 와 주둔할 예정이다. 괌에는 이미 해병대 기지, 해군 특수전 1부대 사령부, 해군 컴퓨터 통신센터 등 여러 미군 시설이 있다.

    미국이 괌에 군 전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는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대만해협은 미국 서부 해안과 동북아, 일본 열도, 중동을 잇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봉쇄한다면 미국, 일본, 한국 등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혹여 대만을 흡수 통일한다면 중국 해군은 태평양을 자유롭게 항해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괌은 중국의 야심에 제동을 걸 전략요충지다.

    중국 입장에선 괌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괌의 미군 전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행보를 밟고 있다. 실제로 중국군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4월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산둥함 전단을 동원해 괌에서 서쪽으로 700㎞ 떨어진 해역에서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대만 지원을 위해 괌에서 미군이 나서면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괌은 중국이 설정한 제2다오롄(괌과 사이판, 파푸아뉴기니 근해를 잇는 가상의 선)에서 핵심 위치다.

    ‘괌 킬러’ 배치한 中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이 4월 괌 인근 해역에서 훈련한 뒤 하이난다오로 돌아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이 4월 괌 인근 해역에서 훈련한 뒤 하이난다오로 돌아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 항공모함 전단이 훈련한 곳은 일본 쿠릴열도와 대만 동쪽, 필리핀 서쪽, 말라카해협을 잇는 제1다오롄과 제2다오롄 사이 해역이다. 특히 산둥함 항공모함 전단은 모항이 하이난다오라서 괌 인근 해역으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다. 산둥함은 J-15 함재기 40여 대를 탑재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산둥함과 랴오닝함이 훈련한 지역은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군은 괌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도 대거 배치하고 있다. ‘괌 킬러’로 불리는 사거리 4500㎞의 둥펑(DF)-26 중거리탄도미사일이 대표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일 경우 괌 앤더슨 공군기지가 중국의 초기 타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DF-26 100여 발을 발사해 앤더슨 기지를 작전 불능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군은 그간 정찰 풍선을 이용해 앤더슨 기지 등을 비밀리에 정찰해왔다.

    주목할 점은 중국군이 하와이와 괌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DF-27을 4년 전부터 비밀리에 운용해왔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DF-27은 2019년 이전부터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에서 운용돼왔다”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비장의 무기’인 DF-27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DF-27은 DF-26과 마찬가지로 괌을 겨냥한 강력한 무기”라면서 “극초음속 활공체(HGV)나 다탄두를 탑재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와 정보기관도 DF-27의 사거리기 5000~8000㎞로 추정되며, 중국 본토 깊숙한 곳에서 괌과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SCMP는 “중국군이 자국 내륙 지역에 DF-27을 배치한 것은 미국 본토보다 괌과 주일 미군기지 등을 타격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괌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킹 그룹이 괌의 주요 기반시설에 악성코드를 심어 스파이 활동을 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마이크로소프트는 5월 24일 중국 정부가 후원하는 해킹 그룹 ‘볼트 타이푼’이 괌 군사기지와 미국 통신장비 시스템에 침투해 정보를 수집해온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볼트 타이푼은 미군 동향을 수집하는 동시에 괌에 주둔한 미군 부대의 해상 작전 등을 방해할 목적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볼트 타이푼은 가정용 인터넷 공유기 등을 통해 악성코드를 표적 시스템에 침투시킨 후 정보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거나 빼냈다. 미군 등은 지난 2년간 해킹을 당하고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중국군 해커들은 유사시 괌 기지의 미군 통신체계를 무력화하는 등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미군, 괌 방어막 구축 총력 기울여야”

    미국은 중국의 탄도미사일과 사이버 공격에 괌 군사기지들이 취약하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고 대대적인 대응에 나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4월 2일 ‘미국의 다음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괌(Guam, where America’s next war may begin)’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괌은 놀랍게도 중요한 군사기지이자 전략요충지인데도 방어가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과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괌에 미사일방어(MD)체계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은 패트리엇(PAC)-3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지만 중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2024회계연도 국방예산에 괌의 방공망 강화를 목적으로 15억 달러(약 1조9400억 원)를 책정했다.

    미국 미사일방어국(MDA) 국장인 존 힐 해군 중장은 최근 상원 국방위원회 청문회에서 “성능이 대폭 개량된 레이더(AN/TPY-6)와 이지스 방어체계를 개발해 괌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존 플럼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 담당 차관보도 “괌의 통합 대공방어 체계를 이용해 미군과 아시아 지역 미군의 투사 능력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괌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중국군의 기습 공격에 맞서 미군도 괌 방어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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