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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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맘을뺏지’… Z세대 ‘산타할아버지·할머니’의 특별한 등산 취미

[김상하의 이게 뭐Z?] Z세대, 자기 취향 담는 재미있는 양방향 콘텐츠 선호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3-03-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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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TV 프로그램 같은 일방향 콘텐츠가 주를 이루던 시절엔 지금처럼 콘텐츠를 양방향으로 생산하고 즐기는 세상이 올 거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콘텐츠라는 단어를 넓게 해석하면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각자의 게시물도 모두 콘텐츠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콘텐츠 제작자들은 ‘반드시 선택받는 포인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사용자로 하여금 콘텐츠를 갖고 놀 수 있게 하거나, 댓글 등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중 하나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직접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하고 자신만의 재미 요소를 넣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특별해지고 싶은 욕구가 큰 Z세대를 겨냥하는 데 각자의 ‘취향’을 담을 수 있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 ‘더 글로리2’ 넷플릭스 아닌 여기서 본다

    ‘더 글로리2’를 다룬 유튜브 드라마 리뷰어 콘텐츠. [유튜브 캡처[

    ‘더 글로리2’를 다룬 유튜브 드라마 리뷰어 콘텐츠. [유튜브 캡처[

    ‘더 글로리2’를 넷플릭스로 본 사람도 있겠지만, Z세대 사이에서 인기인 콘텐츠 소비 플랫폼은 따로 있다. 바로 유튜브다. 이젠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정주행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유튜브 드라마 리뷰어의 콘텐츠로 시청한다. 드라마 본편뿐 아니라,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이후 전개를 ‘궁예’하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주변 Z세대 중에서도 최근 공개된 ‘더 글로리2’ 예고편과 본편을 모두 유튜브로 봤다는 이가 여럿이다. 드라마 리뷰어들이 정리한 30분~1시간짜리 콘텐츠 3개면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 라인을 모두 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더 글로리2’를 넷플릭스로 본다면 꼬박 16시간 넘게 투자해야 하는데, 그와 비해 훨씬 짧은 시간에 드라마 시청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지만 드라마를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포인트다. 인물의 시점, 종교적 의미 등에 따라 같은 드라마도 다르게 해석하는 드라마 리뷰어가 많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이런 Z세대의 드라마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최근 방송국에선 드라마 리뷰어들에게 드라마 초반부의 저작권을 풀어주고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에서 3~4회까지 리뷰로 보고 재밌으면 그때부터 전편을 시청하는 사람이 적잖기 때문이다. 이젠 방송국을 제외하고도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차고 넘친다. 뷔페에서 맛없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려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시간에 가장 맛있는 콘텐츠의, 가장 맛있는 부분만 골라 보길 희망하는 Z세대가 늘고 있다.



    # 돈 많이 쓰면 울리는 ‘현대카드 잔소리’

    ‘얘 또 돈 썼다’라는 문구와 함께 유행한 방송인 광희 짤(위). 트위터에 ‘현대카드 잔소리’를 검색하면 등장하는 화면. [커뮤니티 ‘더쿠’ 캡처, 트위터 ‘안기’ 캡처]

    ‘얘 또 돈 썼다’라는 문구와 함께 유행한 방송인 광희 짤(위). 트위터에 ‘현대카드 잔소리’를 검색하면 등장하는 화면. [커뮤니티 ‘더쿠’ 캡처, 트위터 ‘안기’ 캡처]

    카드회사 번호를 방송인 광희의 짤과 함께 연락처에 저장하는 게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얘 또 돈 썼다’라는 카드회사 번호 이름에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광희 짤을 저장해두면 카드 사용 알림이 울릴 때마다 과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필자가 대학생이었을 때니 못해도 5년 정도는 지난 유행이다. 그런데 최근 현대카드가 당시 유행에서 착안한 것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가 현대카드의 회당 이용 금액을 1만 원, 5만 원 등으로 설정해두면 이 금액을 초과해 지출할 때마다 메시지가 울린다. 어떤 짤과 멘트를 받아볼지는 각자 고를 수 있는데, 트위터에 ‘현대카드 잔소리’라고 검색하면 사람들이 실제 사용 중인 다양한 짤을 구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건 드라마 ‘추노’의 배우 장혁 짤과 함께 ‘거지왕초이재용이 될 상이다’라는 멘트를 설정해둔 사람이다. 이를 보면서 ‘한국인의 해학은, 그리고 재미를 향한 Z세대의 진심은 과연 어디까지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 정복한 산 배지 모으는 Z세대

    국내 여러 산의 정상 표지석을 본뜬 ‘정상회담 배지’. [‘니맘을뺏지’ 캡처]

    국내 여러 산의 정상 표지석을 본뜬 ‘정상회담 배지’. [‘니맘을뺏지’ 캡처]

    중장년층의 취미로 여겨지던 등산이 최근 Z세대 사이에서도 인기다. 등산을 즐기는 Z세대가 늘면서 그들을 지칭하는 별칭도 생겨났는데, 그중 하나가 ‘산타할아버지’ ‘산타할머니’다. 동호회, 소모임, 취미공유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산타할아버지, 산타할머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이다. SNS에 산에 다녀왔다는 인증샷과 산 정상 등에서 찍은 인생샷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Z세대가 산에 반응하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엔 사진 외에도 등산했다는 걸 기념으로 남길 수 있는 특이한 사이트가 하나 등장했는데, 바로 ‘니맘을뺏지’다.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특색이 담긴 자석을 사오는 것처럼 이 사이트에서 자신이 정복한 산의 배지를 구매할 수 있다. 이름 하여 ‘정상회담 배지’다. 배지 디자인은 산에 따라 모두 다르다. 각 산의 정상 표지석을 본뜬 배지에 산의 이름과 높이를 넣은 형태다. 모으는 재미가 있는 것은 물론, 많은 배지를 가진 사람은 어깨가 으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벤치마킹해 다른 소모임에서도 인증샷을 대체할 커스텀 배지가 더 많이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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