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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턱밑까지 쫓아온 ‘2등’ AMD

[강지남의 월스트리트 통신] 파산 위기에서 화려하게 부활… 안정적 생산라인 확보가 관건

  • 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인텔 턱밑까지 쫓아온 ‘2등’ AMD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사진 제공 · AMD]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사진 제공 · AMD]

한국 반도체 투자자들의 관심사가 “언제 십만전자가 실현되느냐”라면, 미국 반도체 투자자들은 인텔과 AMD(Advanced Micro Devices) 중 어느 주식이 더 나은지 열심히 저울질하는 요즘이다. 일단 주식시장은 ‘만년 2등’ AMD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두 회사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좋은 성적을 보고했지만, 인텔 주가는 하락 곡선을 그리는 반면 AMD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AMD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팹리스(Fabless: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개발만 수행하는 회사) 기업이다. 인텔이나 삼성전자처럼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에 생산을 위탁한다. 사업 부문은 둘로 나뉜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에 해당하는 컴퓨팅 및 그래픽(Computing & Graphics) 부문 △엔터프라이즈, 임베디드 및 세미커스텀(Enterprise, Embedded and Semi-Custom) 부문이다. 데이터센터 서버용 칩과 게임콘솔용 칩 등이 후자에 속한다.

리사 수 CEO의 사업 다각화 전략 주효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AMD 본사. [사진 제공 · AMD]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AMD 본사. [사진 제공 · AMD]

AMD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48억3000만 달러(약 5조8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했다. 이로써 지난해 연간 매출 164억 달러(약 19조 60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68% 성장했다. AMD는 올해 215억 달러(약 25조7050억 원)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전망치 192억 달러보다 10% 이상 높은 목표치로, AMD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 같은 호실적의 원동력은 AMD 주요 사업 모두가 고르게 성장한 데 있다. 지난해 4분기 컴퓨팅 및 그래픽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2% 성장했고, 게임콘솔 수요 강세로 세미커스텀 매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x86 컴퓨터용 CPU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인텔 60.7%, ADM 39.2%이다. 7년 전인 2014년 4분기와 비교하면 인텔 시장점유율은 15% 이상 하락한 반면, AMD는 15% 이상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게임콘솔 시장에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가 뜨거운 경쟁을 벌일수록 AMD는 득을 보는 구조다. 둘 다 AMD의 게임콘솔용 칩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사업 역시 순항 중이다. AMD는 아마존웹서비스, 알리바바,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메타(옛 페이스북)까지 우량 고객을 속속 추가하며 시장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AMD는 인텔 입지가 압도적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슈퍼 강자 인텔을 턱밑까지 쫓아온 AMD는 한때 파산 위기에 놓인 처지였다. 1970년대 인텔 CPU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것으로 ‘반도체의 길’을 걷기 시작한 AMD는 2011년 인텔의 인텔코어I 시리즈에 밀려 시장에서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2015년 매출이 40억 달러(약 4조7820억 원) 아래로 떨어지며 자금난을 겪다 자체 보유한 생산시설까지 매각해 팹리스 기업으로 전환해야 했다.

이러한 AMD를 구원한 것은 리사 수(Lisa Su) 최고경영자(CEO)다. 대만 출신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거쳐 IBM에서 13년간 일한 뒤 2012년 글로벌 사업 부문 부사장으로 AMD에 합류했다. 당시 AMD는 매출이 급감하고 순손실이 10억 달러(약 1조1950억 원)가 넘는 등 경영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에 그는 게임콘솔용 칩 제품을 개발해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에 공급하며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2014년 10월 CEO 자리에 오른 그는 게임콘솔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CPU 연구개발(R&D)에 투입해 2017년 지금의 AMD를 먹여살리고 있는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CPU 라이젠(Ryzen)을 출시했다. 라이젠은 인텔 제품과 비교해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저렴해 CPU 시장에서 인텔 점유율을 잠식해나갔다. 이후 수 CEO는 데이터센터 시장으로도 진출해 또 하나의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했다. 그의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전체 매출에서 컴퓨팅 및 그래픽 사업 부문 비중은 2020년 1분기 80%에서 지난해 4분기 54%로 낮아졌다. 그만큼 데이터센터 및 세미커스텀 사업이 성장했다.

공격적 투자 나선 인텔 방어에 성공할까

AMD의 주요 먹거리가 되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Ryzen). [사진 제공 · AMD]

AMD의 주요 먹거리가 되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Ryzen). [사진 제공 · AMD]

앞으로 인텔과 AMD의 경쟁 구도는 어떻게 될까. 올 한 해 데스크톱 및 노트북 시장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두 회사가 각각 내놓을 CPU 신제품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지난해 10월 데스크톱용 12세대 인텔코어 CPU를 출시했고, 이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도 곧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대항해 AMD도 1분기 젠3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 6000 시리즈를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탑재한다. 12세대 인텔코어 성능이 라이젠 6000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돼 인텔의 우위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AMD가 또 올 연말 젠4 아키텍처로 업그레이드한 라이젠 7000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라 쉽사리 승자를 예단하긴 어렵다. 한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당분간 AMD가 기술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기업 자일링스 인수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점은 AMD에 대한 기대를 불러온다. 지난해 10월 AMD는 350억 달러(약 41조8000억 원)에 자일링스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유럽 및 중국 규제당국 승인을 완료한 뒤 현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FPGA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인공지능(AI) 연산이 요구되는 데이터센터와 통신, 자동차, 항공기용 반도체에 주로 활용된다. AMD는 FPGA 분야의 세계적 리더 자일링스를 인수함으로써 사업 영역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AMD가 자체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성장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AMD가 이용하는 TSMC의 선단 공정은 엔비디아, 퀼컴 등도 사용하고 있어 생산라인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AMD의 현실인 것이다. 한편 ‘30년 인텔맨’ 팻 겔싱어 CEO의 리더십 하에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며 파운드리 사업 진출까지 선포한 인텔도 AMD로서는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여전히 막강한 경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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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26호 (p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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