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8

2011.08.01

서른 번 직업 바꾼 경험으로 진로설계 상담

‘인재개발 전문가’ 정철상 대구대 취업전담교수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박하정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3학년

    입력2011-08-01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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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번 직업 바꾼 경험으로 진로설계 상담
    ‘파랑새 증후군.’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새로운 이상만 추구하며 현재의 일에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서른 번 직업을 바꾼’ 한 남자를 만난다면 파랑새 증후군이 아니냐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남자는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대구대 정철상(42) 취업전담교수가 그 주인공. 최근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를 펴냈다.

    “능력이 부족하고 ‘스펙’이 없어 여기저기 전전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과정에서 ‘도전’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당장은 험난한 길을 걷는 것이 힘들지 몰라도 인생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진로상담을 해주는 커리어코치이자 진로설계 강의를 하는 대학교수, 전국 각지에서 강연하는 인기 연사로 바쁘게 사는 그는 “힘들었던 과거가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첫 직장은 1987년 스무 살의 나이에 취직한 봉제공장이었다.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재단 보조로 일했다. 공군 하사관으로 입대해 4년 6개월 동안 직업군인 생활을 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300여 곳에 입사 지원을 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겨우 지역방송국에 취직했지만 외주 기자 신분이었고, 그마저도 외환위기 때 외주팀이 해산하면서 나와야 했다.

    1999년 벤처기업에서 만든 제품을 해외로 홍보하는 일을 할 때가 그의 슬럼프였다. 일에 회의감이 들었고 의욕도 없었다. 주식에 손을 댔다 집과 차를 날린 것도 이때였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서울에 올라왔다. 마음을 다잡고 취업 상담가로 일을 시작했다.

    “이직 상담을 하러 온 사람 가운데 저보다 연봉이 낮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웃음). ‘내 일’이니까 충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상담에 임했죠. 이때의 경험이 인재개발 전문가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2001년부터 취업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 업체에서 일한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본부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런데 사업이 어려워져 사업 전략을 수정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그는 사표를 던졌다.

    “이때 처음 자기계발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저 같은 사람이 없도록 도와야겠다는 마음에서요.”

    두문불출하며 책을 썼다. 이 덕분에 처음 출간한 책이 ‘비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라’다. 강의 의뢰가 들어오고 교수직 제안도 받았다. 그렇게 인재개발 전문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올해 3월부터는 대구대에서 취업전담교수로 강의하고 학생상담까지 도맡아 한다.

    “요즘 학생들이 취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특별한 위기를 경험한 적이 없는 데다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문제죠. 예전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진로탐색과 진로설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진로설계와 상담으로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는 “장기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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