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7

2005.08.09

벌써 12번째 앨범 ‘Romantopia’ … 국악기 도입 등 실험정신 곳곳에

  • 정일서/ KBS 라디오 PD

    입력2005-08-04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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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12번째 앨범 ‘Romantopia’ … 국악기 도입 등 실험정신 곳곳에
    벌써 12번째 앨범 ‘Romantopia’ … 국악기 도입 등 실험정신 곳곳에
    이상은(사진)의 새 앨범 ‘Romantopia’가 시장에서 잔잔한 반응을 얻고 있다. 인기 절정의 꽃미남 그룹들을 향한 열광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이상은의 저력은 역시 은은하면서도 확실하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그녀만큼 충성도 높은 절대적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도 흔치 않다.

    앨범의 제목 ‘Romantopia’ 위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다. ‘LEE SANG EUN12’. 그러고 보니 벌써 12번째 앨범인가. 거의 모든 곡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여성 싱어송 라이터로서는 만만치 않은 이력이다. 하긴 그녀가 ‘담다디’로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은 것이 1988년의 일이니 세월도 꽤나 흘렀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이상은은 많이 변했다. 그녀만큼 극적인 변신을 이룬 이도 드물 것이다. 이제 ‘담다디’의 선머슴은 온데간데없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음악적 성을 구축한 뮤지션 이상은이 우리 곁에 있다.

    2년 전쯤 이상은과 함께 일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우리는 KBS 2FM에서 저녁 6시부터 방송하던 ‘이상은의 사랑해요 FM’에서 PD와 DJ로 만났다. 그때 우리는 참 많이 싸웠다. 특히 처음 얼마 동안은 거의 매일 싸웠던 것 같다. 그녀는 이상은이라는 이름 석 자를 걸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했고, 나는 ‘가수 이상은’과 ‘DJ 이상은’은 다른 것이라 했다. 이상은이 아니라 그 누가 와도 저녁 6시 프로그램에 요구되는 것이 있는 것이라고도 했고. 그도 그랬겠지만 나도 그때는 참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은 나나 그녀에게 모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나도 PD로서 한 번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녀도 이후 조금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해서 보기가 좋다.

    ‘Romantopia’는 한마디로 이상은다운 앨범이다. 특유의 감수성이 빛나면서도 국악기를 도입하는 등 안주하지 않는 실험정신이 곳곳에 살아 있다. 음악은 전반적으로 밝아진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보다 듣기 편하게 다가온다. 몽상가적인 기질이 느껴지는 첫 곡 ‘지도에 없는 마을’은 작은 것에 대한 소박한 애정을 담고 있고, 타이틀 곡인 ‘돌고래자리’는 요즘 자주 방송을 타고 있다. 찾아듣기를 즐기는 분이라면 세 번째와 네 번째 트랙으로 나란히 자리한 세 글자 제목의 두 노래 ‘둥글게’와 ‘여름별’을 강력 추천한다.

    이상은의 음악은 또 한 발짝 진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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