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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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가 반기고 성인봉 단풍이 유혹하네

  • 글·사진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blog.naver.com/travelmaker

    입력2007-11-14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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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가 반기고 성인봉 단풍이 유혹하네

    저동 깍개등에서 바라본 저동항의 야경. 맨 왼쪽 해안절벽 위에 행남등대가 자리한다.

    울릉도는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풍광이나 마음으로 느껴지는 정취는 제주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제주도의 자연풍광이 수평 구도라면 울릉도는 대체로 수직적이다. 눈에 들어오는 풍광마다 날카롭고 우뚝하다.

    섬의 한복판에 자리한 성인봉(984m)은 물론, 바닷가 절벽 꼭대기까지 울창한 숲에 뒤덮여 있는 점도 광활한 초원지대를 이루는 제주도와 뚜렷이 구별되는 풍경이다. 섬을 둘러싼 바다의 느낌도 독특하다. 뭍과 인접한 바다까지도 아득한 심연(深淵)처럼 검푸른 빛깔을 띤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드러나는 비췻빛, 에메랄드빛 바다는 제주도의 어느 바다보다 빛깔이 아름답다.

    이처럼 독특한 풍광을 보여주는 울릉도는 사시사철 어느 때 가도 만족스런 여행지다. 그런데 이맘때쯤 만추에 일부러 울릉도를 찾는 것은 성인봉 자락의 만산홍엽과 행남등대(도동항로표지관리소) 가는 길의 샛노란 털머위꽃을 감상하기 위함이다.

    사실 성인봉은 울릉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릉도가 성인봉이고, 성인봉이 곧 울릉도인 셈이다. 성인봉 산자락이 바다와 맞닿은 곳에 마을과 일주도로가 있고, 마을과 일주도로 옆의 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면 어김없이 성인봉 정상에 다다른다.

    이처럼 성인봉은 울릉도를 낳은 어머니요, 울릉도에 솟은 모든 산봉(山峰)들의 지존(至尊)이다. 그러니 멀고 험한 뱃길을 달려 울릉도까지 간 김에 성인봉 정상을 밟아보지 않을 수 없다. 성인봉에 오르지 않는 울릉도 여행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성인봉에 올라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진짜’ 원시림이 그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육지에도 ‘마지막 원시림’ 또는 ‘처녀림’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천연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숲에 대해 상투적으로 붙이는 헌사(獻辭)일 뿐이다. 실제로 태곳적부터 한 번도 훼손되지 않고 천연의 상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숲은 성인봉뿐이다.

    성인봉 원시림에는 활엽수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단풍 빛깔이 유난히 곱다. 대체로 10월 중순경 성인봉 정상부터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11월 초까지도 울릉도 전역을 울긋불긋한 원색으로 치장한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보다 10일가량이나 단풍이 늦은 덕택에 11월 중순까지도 성인봉 자락의 단풍을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월6일 현재 해발 700m 이상의 등산로에서는 이미 단풍터널보다도 낙엽길의 운치가 더 돋보였지만, 해발 500m 내외 지역에서는 성인봉 원시림 특유의 현란한 단풍이 절정기를 누리고 있었다.

    만추 여행지로 적격 … 대규모 털머위 군락도 장관

    동해가 반기고 성인봉 단풍이 유혹하네

    서면 구암마을의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해넘이 광경. 해발 700m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성인봉 원시림(아래).

    설령 단풍이 모두 졌다 해도 성인봉은 만추의 산행지로 아주 매력적이다. 너도밤나무 섬피나무 마가목 섬단풍나무 우산고로쇠 등의 활엽수가 원시림의 주종을 이루고 있어서 수북한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십중팔구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거나 육지에는 흔치 않은 수종(樹種)이다. 파릇파릇한 고비 군락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원시림의 비탈을 뒤덮은 광경도 이곳 아니면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다.

    산행 기점과 정상까지의 직선거리가 약 3km에 불과한 성인봉의 등산로는 경사가 몹시 가파르다. 웬만한 곳은 45도 이상이고, 평탄하다 싶은 곳도 30도를 넘기 일쑤다. 더욱이 몇십 m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순식간에 몰려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등산로가 또렷하고 군데군데 이정표와 쉼터가 설치돼 있어 안전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성인봉과 나리분지 사이의 급경사 등산로에는 최근 튼튼하고 걷기 편한 나무계단이 설치돼 한결 수월하게 성인봉을 오르내릴 수 있다.

    울릉도 해안지역의 산비탈과 숲 속을 화사한 꽃밭으로 탈바꿈시키는 털머위 군락도 성인봉 원시림지대의 오색단풍에 뒤지지 않을 장관이다. 10~11월에 샛노란 꽃이 피는 털머위는 울릉도뿐 아니라 제주도나 남해안의 섬 지역에도 자생한다. 하지만 수천 그루의 털머위가 군락을 이룬 광경은 울릉도 이외의 지역에는 흔치 않다. 울릉도 털머위 군락은 행남등대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

    도동항에서 행남해안 산책로를 따라 30분쯤 걷다 보면 도동항과 저동항 사이의 돌출한 해안절벽 위에 자리잡은 행남등대에 이른다. 대규모의 털머위 군락은 등대 바로 앞의 해송숲에 형성돼 있다. 비탈진 숲을 뒤덮은 털머위 군락이 마치 봄날의 제주도 유채밭처럼 샛노랗다. 국화과 식물 특유의 진한 꽃향기가 코끝에 진동한다. 늦가을에 뜻하지 않게 만난 꽃밭이 꿈속의 풍경인 듯 몽환적이다. 동해 먼바다 화산섬에서의 때아닌 일장춘몽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성싶다.

    추천 일정



    첫째 날 04:40 서울 덕수궁 앞(또는 05:00 강남 신사역 사거리)에서 대아여행사(02-514-6766)의 동해시 묵호행 셔틀버스 탑승`→`08:20 묵호항 여객선터미널(033-531-5891)에 도착해 울릉도행 여객선 탑승 수속`→`09:00(또는 10:00) 묵호발 울릉도행 쾌속여객선 출항`→`12:00 도동항 도착`→`~14:00 점심식사(따개비밥)`→`14:00~16:30 행남등대 트레킹`→`16:30~18:00 내수전 전망대에 올라 저동항의 야경과 오징어잡이배들의 어화(漁火) 감상`→`18:00~ 저녁식사(생선회와 매운탕) 후 숙소로 이동

    둘째 날 육로일주 관광 후 성인봉 등산, 또는 독도관광 후 육로일주 관광

    셋째 날 해상유람선(054-791-4477) 일주 및 독도전망케이블카(054-791-7160) 탑승. 15:00 묵호행 여객선 출항`→`18:00 묵호항에 도착 후 셔틀버스 탑승`→`21:20 서울 도착 ※ 울릉도에서의 세부 일정은 날씨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적당하게 구름 끼고 바람이 선선한 날은 성인봉에 오르기가 좋고, 시야가 쾌청하고 파도까지 잔잔하다면 해상 유람선 일주나 독도관광에 나서는 것이 좋다.


    여행 정보



    숙박 울릉도 유일의 종합리조트인 울릉리조트 대아호텔(사동 054-791-8800)은 140여 개의 객실과 커피숍, 레스토랑, 사우나, 노래주점, 수영장, 야외극장 등의 부대시설을 갖췄다. 11~1월에는 객실에서도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그 밖에 천연의 상록수림을 정원처럼 거느린 울릉마리나관광호텔(사동 054-791-0020), 바다 전망이 탁월한 전통가옥펜션 추산일가(북면 추산 054-791-7788)와 고향집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통나무 민박집인 산마을식당민박(나리분지 054-791-6326) 등도 권할 만하다.

    맛집 도동에 자리한 99식당(054-791-2287)은 약초해장국, 홍합밥, 따개비밥, 오징어내장탕, 오징어불고기, 산채백반 등 울릉도 향토음식을 맛있게 차려내는 집이다. 그리고 산마을식당민박(054-791-6326)은 각종 산나물이 푸짐하게 나오는 산채정식, 더덕으로 속을 채운 토종닭 백숙, 담백하고 고소한 산채전 등 내놓는 음식마다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밖에 도동항의 보배식당(홍합밥 054-791-2683)과 우성식당(오삼불고기 054-791-3127), 혜솔식당(약소구이 054-791-1146), 북면 천부리의 신애식당(따개비칼국수 054-791-0095) 등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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