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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인수는 ‘신의 한수’

최태원 SK회장 취임 20주년…반도체·바이오로 확장, 재계 3위 ‘굳건’

SK하이닉스 인수는 ‘신의 한수’

“오랜 꿈이 실현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 직후 30년 전 선친의 못다 이룬 꿈을 언급했다. 고(故) 최종현 회장은 1978년 반도체가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 보고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으나,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다. 올해는 최종현 전 회장의 20주기인 동시에 최태원 회장 취임 20주년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 인수는 ‘신의 한수’
최종현 전 회장이 섬유회사를 에너지·통신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면, 최태원 회장은 그러한 SK그룹의 사업 영역을 반도체·바이오로까지 확장했다. 1998년 회장 취임 당시 자산 34조1000억 원, 매출 37조4000억 원, 순이익 1000억 원, 재계 순위 3위였으나 현재는 자산 192조6000억 원, 매출 158조 원, 순이익 17조3500억 원, 재계 순위 3위(그래프 참조)다. SK그룹의 국가 수출기여도도 13%에 달한다. 

먼저 2012년 3월 하이닉스 인수는 ‘신의 한 수’로 불린다. 당시 반도체시장은 최악의 불경기를 맞을 때였다. 하이닉스는 계속된 적자로 2011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선뜻 사려는 곳이 없었다. SK 내부에서도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안정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굳이 골칫덩이가 될 수 있는 반도체업체를 수조 원을 들여 인수했다 오히려 그룹이 휘청거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내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야성적 충동)을 믿어달라”고 설득했다. 최 회장이 충동에만 의존한 건 아니다. 그는 이미 반도체 산업 진출을 위해 2010년부터 업계 전문가들과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반도체 사이클과 가능성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바탕 아래 그의 과감한 승부수가 성공한 것이다. 

SK는 하이닉스를 인수한 첫해에 3조8500억 원을 투자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업체들이 투자를 주저할 때 역발상을 한 것. 연구개발 비용도 2013년 1조 원 이상 쏟아부었다. 또 SK 특유의 ‘한솥밥 문화’가 스며들게 했다. 인수 직후 최 회장은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 공장을 6차례 찾았고, 중국 우시공장도 두 차례나 방문했다.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6년째 과거 하이닉스반도체 출신에게 맡기고 있다. 

이런 투자를 바탕으로 반도체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자 SK하이닉스는 전대미문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78억 달러(약 19조9700억 원)로 지난해 상반기 114억 달러보다 56% 증가했다. 순이익만 7조4498억 원을 올리는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했다. SK에게 하이닉스 인수는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제조업 수출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수출지향형 기업집단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참여해 일본 도시바 비메모리사업 부문 인수자로 결정됐다. 인수 금액 20조 원 중 SK하이닉스가 4조 원을 댔다. 이 인수는 차세대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분야를 겨냥한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와 그 후 과정을 들여다보면 최 회장이 최종현 전 회장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느낌이 든다”며 “부자의 안목과 결단력이 SK그룹을 계속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 꿈을 이룬 SK그룹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기업인 앰팩(AMPAC)을 인수하면서 신약·의약 중간체를 연구개발(R&D)하는 SK바이오팜, 국내와 유럽 생산을 담당하는 SK바이오텍, 미국 생산을 맡은 앰팩 등 3각 편대를 거느린 바이오 사업구조를 완성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한 사회공헌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서 최태원 회장이 현미경으로 반도체 회로를 보고 있다(위).2004년 SK지주회사 출범 기념사를 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 [사진 제공·SK]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서 최태원 회장이 현미경으로 반도체 회로를 보고 있다(위).2004년 SK지주회사 출범 기념사를 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 [사진 제공·SK]

‘모어댄’이란 사회적 기업이 있다. 2015년 설립된 모어댄은 자동차 폐기 시 버려지는 가죽시트, 에어백, 안전벨트를 재활용해 가방 등을 만든다. 직원 16명이 올해 4억 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모어댄 설립과 성장을 지원한 기업이 바로 SK이노베이션이다. 환경보호와 일자리 창출의 가치를 이룩하려는 기업을 조건 없이 돕는 SK그룹의 ‘사회적 기업’ 지원 방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적 기업’ 지원에 대한 최 회장의 열의가 담겨 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데 필수조건일 뿐 아니라,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본다. 특히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기존 시장과 고객을 놓고 제로섬(Zero-Sum) 게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장 플레이어와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혁신적 경영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사회적 기업의 현실은 열악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경제적 가치로 연결되지 않아 존속 자체가 불투명하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이 자생적으로 생존할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는 해당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K는 이를 위해 SPC(Social Progress Credit)를 운영하고 있다. SPC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측정해 그만큼의 현금 인센티브를 주는 것.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SK가 처음 제안했다. 지금까지 100여 개 기업에게 SPC를 적용해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서서히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결식아동과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공헌 플랫폼 ‘행복얼라이언스’와 예비 사회적 기업가를 매년 20명 선발해 교육하는 ‘사회적 기업가 MBA’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종현 전 회장의 인재육성 등 사회공헌 사업이 최태원 회장 대에 와서 시대 흐름에 맞게 사회적 기업 육성으로 발전했다”며 “이런 공헌사업을 지속하고자 SK가 가진 유무형의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08.29 1153호 (p30~31)

  • |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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