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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기상이변은 조물주도 못 맞혀

일기예보는 왜 항상 뒷북을 치나

기상이변은 조물주도 못 맞혀

태풍 등 기상이변을 전부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shutterstock]

태풍 등 기상이변을 전부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shutterstock]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입니다. 지식과 상식에 대해 다시 생각 중입니다.’ 

19호 태풍 ‘솔릭’이 지나가자마자 8월 마지막 주 중부지방을 시작으로 전국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서울과 경기지역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려 여러 시민이 피해와 불편을 한창 겪고 있을 때,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이 기자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여러 언론 매체가 보도하면서 유 국장은 곤욕을 치렀다. 

유 국장은 억울했을 테다. 폭우가 내리는 이유에 대해 최선의 설명을 하고 나서 덧붙인 개인적 고민이었을 뿐인데, 앞의 문자메시지는 자르고 저 내용만 보도됐으니까. 하지만 폭우 때문에 걱정과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은 시민에게 분명히 좋은 메시지는 아니었다. 그날 비에 홀딱 젖었으면서도 나는 유 국장의 문자메시지에 무릎을 쳤다. 그는 진실을 얘기하고 있었다.


슈퍼컴퓨터 추가해도 정확한 예측은 힘들어

9월 3일 갑자기 내린 폭우로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사거리 인근 가로수가 부러졌다. [동아DB]

9월 3일 갑자기 내린 폭우로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사거리 인근 가로수가 부러졌다. [동아DB]

내년 기상청 예산을 살펴보면, 지금의 슈퍼컴퓨터 4호기보다 성능이 7배 좋은 5호기 도입에 39억 원을 투입하기로 돼 있다. 그런데 이렇게 슈퍼컴퓨터 5호기가 가동을 시작하면 8월 마지막 주처럼 기상청 일기예보가 틀릴 가능성은 사라질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일기예보의 불확실성은 슈퍼컴퓨터 5대가 아니라 10대, 100대라도 절대로 교정할 수 없다. 

먼저 중요한 돈의 추이부터 살펴보자. 2000년부터 기상청이 일기예보 정확도를 높이고자 투입한 예산은 약 2000억 원에 달한다. 18년간 해마다 100억 원 정도가 일기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 투입됐으나 이번과 같은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을 예고하는 일에는 실패했다. 

물론 기상청의 일기예보 수준은 1990년대보다 일취월장했다. 평소 날씨를 예측하는 데는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 못지않다. 그런데 기상청이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한 날은 대다수 시민이 일기예보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보통 시민도 하늘을 보면 맑을지, 흐릴지 혹은 비가 올지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8월 마지막 주 같은 경우다. 예고에 없던 물 폭탄이 특정 지역을 강타하는 상황에서 모든 시민이 한 발 늦은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원망하고 비판했다. 정작 그런 상황에서 기상청 일기예보는 속수무책이다. 장담건대, 슈퍼컴퓨터 5호기가 들어와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적다. 애초 그런 기상이변은 정확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학적 근거도 있다. 상당수 과학자는 날씨를 카오스(chaos) 현상으로 본다. 이 대목에서 카오스 현상이 무엇인지 잠깐 살펴보자. 

1961년 겨울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 MIT 과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당시로서는 성능이 상당히 좋은 컴퓨터로 기상 예측 모델을 시험 중이었다. 마치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지구와 행성의 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듯이, 정확한 법칙만 발견한다면 날씨를 예측하는 일도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시절이다. 

그러던 어느 날, 로렌츠는 몇 달 전 한 번 작업했던 기상 예측 시뮬레이션을 다시 한 번 검토하기로 했다. 1분 1초가 아까웠던 그는 지름길을 택했다. 이전에 출력한 데이터의 초기 조건을 컴퓨터에 직접 입력한 것이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당시만 하더라도 엄청났던 컴퓨터 소음을 피해 차를 한 잔 마시고 돌아온 그는 깜짝 놀랐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애초와 달라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컴퓨터에 직접 입력한 숫자가 문제였다. 애초 숫자는 0.506127 같은 소수점 이하 여섯 자리였는데, 로렌츠는 그중 0.506처럼 소수점 이하 세 자리까지만 입력한 것이다. 1000분의 1 정도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바로 카오스 이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초기의 미세한 변화가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로렌츠의 발견은 흔히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로 불린다. “베이징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면 뉴욕에 허리케인이 분다” 같은 물린 비유 대신 나비효과를 보여주는 수학적 표현도 있다. 바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기하급수로 증가한다”는 말이다.


날씨는 ‘나비효과’ 카오스 현상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이렇다. 어떤 신입사원이 사장에게 “저는 월급 대신 첫 달은 2원, 둘째 달은 4원, 그다음 달은 8원, 이렇게 급여를 받겠다”고 요청했다. 흔쾌히 이 요청을 받아들인 사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해야 했다. 3년 후, 즉 36개월이 지났을 때 이 직원이 받는 월급은 얼마였을까. 놀라지 말라. 약 687억 원이 된다. 정확히는 687억1947만6736원. 

날씨도 마찬가지다.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그것의 초기 조건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했다면 짧은 시간의 날씨 예측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8월 마지막 주처럼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것의 초기 조건이 무엇인지조차 예측하기 어려울 때는 정확한 일기예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생각해보라.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서도 그 초기 조건이 조금만 틀리면 결과가 달라진다. 

그런데 8월 마지막 주의 경우 기상청의 날씨 예측 프로그램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변수도 있었다. 바로 이런 상황을 놓고 산전수전 다 겪은 기상청의 베테랑 예보관은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며 과학의 한계를 숙고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우울한 전망도 해야겠다. 앞으로 기상청이 예측하지 못하는 한반도의 기상이변은 더욱더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왜냐하면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한반도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다양한 기상이변을 일으킬 테니까. 여름에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폭염, 강력한 태풍, 갑작스러운 집중호우가 덮칠 테고, 겨울에는 한파나 폭설이 커다란 고통과 피해를 안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극단적인 기상이변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예측이 어렵다면 국가나 개인 차원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응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기후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자세다. 

참고로, 나는 언젠가부터 가방에 항상 우산을 넣고 다닌다. 물론 8월 마지막 주 폭우에는 우산 따위가 쓸모없었지만.




주간동아 2018.09.12 1155호 (p64~65)

  • |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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