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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잠룡들 조급증이 부른 ‘통합 소동’

“2020년 大選 예상하니 그럴 수밖에”

잠룡들 조급증이 부른 ‘통합 소동’

잠룡들 조급증이 부른 ‘통합 소동’

10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통합포럼이 주최한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주도한 바른정당과 ‘중도통합’ 논의가 정책연대로 방향을 틀고 있다.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통합 논의 시기와 절차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분위기다. 결국 국회 국정감사 이후 정책연대부터 시작해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선 선거연대로 이어가는 단계별 추진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바른정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무성 의원 등 자유한국당(한국당) 통합파와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자강파로 나뉜 바른정당은 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른바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출당 문제, 11월 13일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일은 조급증 때문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1호 조급증 환자’다. 빨리 한국당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탓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월,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단에 홍 대표의 대표직 유지 여부가 달렸다. 파기환송 결정 후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한국당은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려야 한다. 이때가 되면 김 의원에게 공간이 생긴다. 정치적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친박그룹’에서 벗어난 그가 당대표가 되면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가 가능해지고, 차기 대선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개헌으로 동시 총선 · 대선

잠룡들 조급증이 부른 ‘통합 소동’

정당 통합 논의 과정에서 각자 동상이몽 중인 야당 지도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유승민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뉴시스, 뉴스1]

내년의 정치적 지형은 곧 대선 지형이 될 공산이 크다. 개헌 가능성 때문이다. 1월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구성하고 논의를 이어왔는데, 2020년 총선 때 대선을 함께 치르는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일부를 포기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는 대신 ‘7년 대통령’이 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이미 야 3당은 19대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여 2020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까지 함께 이뤄진다면 2년 뒤에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 당연히 ‘잠룡’들의 마음이 조급해진다. 최근 정치권 ‘통합 소동’도 김무성 의원이 신호총을 쏘면서 연쇄적으로 정당 통합 논의가 분출했다. 나비효과를 연상케 한다.

‘그해 가을 김무성 나비가 날자 세상의 모든 나비가 날기 시작했다. 그들의 날갯짓이 ‘통합 태풍’을 불러일으켰다.’

후세 역사가들은 2017년 가을의 정치권 통합 열기를 이렇게 기록할 것 같다.

‘2호 환자’는 홍준표 대표다. 그 또한 2020년 조기 대선을 예상하고 당권 장악을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7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됐는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빨리 홍준표계 인사를 만들어야 한다. 바른정당을 창당한 의원 가운데 13명을 올해 5월 직권으로 복당시켰다. 계파 형성 교두보는 마련한 셈이다. 바른정당에서 추가로 복당하는 의원이 생긴다면 수는 적지만 증원 병력이 더해지는 격이다. 김무성 의원은 ‘친박계 해체’를 촉진할 인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일종의 ‘중화제’로 활용하면 그만이다. 대선 경선 상대로 부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 일이다. 당장 친박계 해체가 더 시급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홍 대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 ‘절대 불가’를 외쳤던 바른정당과 ‘당 대 당’ 통합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흡수 통합이나 일부 통합, 일부 복당 정도에서 격을 한껏 높였다. 

홍 대표 처지에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기에 바른정당과 통합으로 제1당 지위를 회복하면 사법부도 무시할 수 없을 테고, 문 대통령과 독대를 성사해 정치적 타협점을 모색할 수도 있다. 

‘3호 환자’는 유승민 의원이다. 한때 33석에 달하던 바른정당은 현재 20석에 불과하다. 1명이라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하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는다. 당 존재감도 쪼그라든다. 자칫 10명 이상 일시에 복당한다고 나서면 사실상 해체 국면에 들어선다. 따라서 일단은 버텨야 한다. 그래야 한국당과 통합 협상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최대한 버텨보지만 당내 통합 열망이 너무 크다. 통합파 수도 갈수록 늘어난다. 좀 더 강력한 방어막이 필요하다. 그래서 불을 지펴본 것이 중도통합론이다. 처음에는 정책연대 내지 선거연대 정도를 생각했는데 갑자기 일이 커져버렸다. 안철수 대표가 적극 호응하고 나선 까닭이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햇볕정책 포기’ ‘호남 지역주의 탈피’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 두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박지원 의원을 ‘통합 과정에서 배제해달라’고 유 의원 측이 국민의당에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유 의원은 부인하지만 분위기만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결국 중도통합론은 일단 접고 개혁보수론 원칙을 재천명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처지에 봉착하고 만다. 더욱이 국민의당과 중도통합론이 한국당 통합파를 자극해 오히려 조기 탈당하려는 조짐까지 보인다. 한국당과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대가 또한 만만치 않다. 다시 원점이다. 함께 갈 것인가, 버틸 것인가. 아니면, 잠시 버티다 나중에 갈 것인가. 어떤 길이 대권가도를 열어줄 것인가.

‘4호 환자’는 안철수 대표다. 같은 대선후보였던 홍 대표가 당대표로 조기 등판하면서 안 대표의 불안감도 커졌다. 그런데 갑자기 순위권 밖이던 김무성 의원이 뛰기 시작했다. 문제는 홍 대표도 함께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 안 대표로서는 방치할 수만은 없다. 더구나 이번 기회에 유승민이라는 또 다른 페이스메이커를 얻는다면 나쁠 게 없다. 마침 유 의원도 중도통합론을 들고 나오니 일단 확 끌어당겨봤지만 이런저런 조건을 내건다. 몸값을 높게 쳐줘야 넘어올 기세다. 게다가 당내에서 반발이 터져 나온다. 유 의원이 내건 ‘두 가지 조건’에 박지원 의원은 가장 극렬히 제동을 걸고 나선다. 나머지 호남 중진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하는 게 낫다는 반응이다.

10월 24일 안 대표는 당 중진들과 만찬회동에 나섰지만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은 불참해 4명만 참석했다. 회동 결과는 ‘일단 정책연대를 시도한 뒤 선거연대까지 추진해본다’였다. 결국 안 대표로서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형국이 됐다. 조급한 마음에서 조기에 당권으로 복귀했고, 조기에 바른정당과 통합을 성사해보려 했지만 그 조급증에 오히려 발목이 잡힌 격이다.

난무하는 통합론 속에서 그나마 가장 진도가 많이 나간 것은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간 통합 논의다. 한국당 윤리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에게 출당을 권유하기로 결정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제거했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두 의원이 강력하게 반발하지만 대세에 지장은 없어 보인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탄핵정국에서 탈당 명분으로 이른바 ‘친박 8적(賊)’ 청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더는 인적 청산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복당 명분으로는 충분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오히려 내부적으로는 ‘지분 인정’이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가 ‘당 대 당’ 통합을 언급하고 나선 것도 결국 지방선거 공천 지분을 인정받고 들어가는 모양새다. 기본적인 명분이 충족됐기 때문에 복당 조건은 갖춰진 셈. 현재 적당한 시기를 저울질 중인데, 최근 두 가지 변수가 불거졌다.

첫째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자강파의 국민의당과 중도통합 추진이고, 둘째는 서청원 의원의 홍 대표에 대한 반격이다. 서 의원은 고(故) 성완종 회장 관련 수사 당시 홍 대표가 전화로 협조 요청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만약 그 전화통화에서 홍 대표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돈을 전달했다는 증언을 번복하게 해달라’고 서 의원에게 요청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대법원 판결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방해죄까지 더해지면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두 가지 변수 모두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통합파의 복당 발길을 재촉하는 내용이다. 통합파의 한국당 복당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그나마 ‘1호’ 김무성과 ‘2호’ 홍준표의 정치력이 뒷받침된 성과다.



安, 허무개그로 끝날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당 대 당 통합, 곧 합당은 애초부터 힘들었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이 함께 움직인다면 모르겠지만, 10명 안팎이라면 큰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10명조차 조건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그래서 당내 호남 출신 의원들이 탈당한다면 매력도는 더 떨어진다. 통합 후 국민의당 의석수가 40석에서 30석 정도로 쪼그라든다면 통합 의미나 실익 모두 반감된다. 

유승민 의원도 10명에 지나지 않는 우호적 세력만 가지고 대권에 도전하기는 어려운 일. 당장 안철수 대표와 경선에서조차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보다는 차라리 한국당으로 복당하는 편이 유리하다. 당장은 비주류지만 ‘뉴 보수’의 깃발을 흔들며 세력을 키워나갈 여지가 있다. 김무성 의원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골수 친박계를 제외한 나머지 친박계 일부를 흡수하면서 계파 기반을 강화해나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유 의원을 비롯한 자강파는 통합파가 한국당으로 들어간 뒤에도 당분간 바른정당을 유지하면서 독자 행보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후 친박계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오히려 한국당에 몸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설익은 중도통합론은 ‘4호’ 안철수 대표의 허무개그가 될 수 있다. 




입력 2017-10-27 15:11:12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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