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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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군 구축함·호위함, 러시아 흑해함대 꼴 날라

우크라 미사일 공격에 격침된 러 군함보다 레이더 사거리 짧아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2-05-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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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해군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 [위키피디아]

    한국 해군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 [위키피디아]

    MW-08 대공 레이더. [위키피디아]

    MW-08 대공 레이더. [위키피디아]

    지금 세계 각국 군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관심을 갖고 사례 분석에 나섰다. 이번 전쟁은 세계 2위 군사강국 러시아가 지난 30여 년간 군사력 현대화가 멈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최정예 전력을 동시다발적으로 투입해 벌어졌다. 개전 초만 해도 이번 전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였다. 러시아의 낙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쟁이 두 달을 넘기고 러시아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한곳에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잘 싸우는 비결과 러시아군이 이처럼 무능한 이유다.

    흑해 휘젓던 러 해군,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미사일 공격으로 격침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해군 순양함 모스크바함.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미사일 공격으로 격침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해군 순양함 모스크바함. [트위터 캡처]

    이번 전쟁의 핵심은 지상전이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개전 초 유일한 호위함을 자침(自沈)시키고 수병들을 육상 전투원으로 전환해 지상전에 투입했다. 흑해는 그야말로 러시아의 내해(內海)나 다름없었다.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러시아 지상군은 하루 수백 명씩 전사했다. 반면 군함에 타고 있는 러시아 해군 장병은 마치 뱃놀이하듯 흑해를 휘젓고 다녔다. 우크라이나 해군이 사실상 사라진 마당에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나 군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개전 약 한 달이 된 4월 초부터 무참히 깨지기 시작했다. 4~5월 러시아 해군이 입은 주요 피해를 분석해보자.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해군이 입은 첫 번째 주요 피해는 ‘어드미럴 에센’ 피습 사건이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임고문은 4월 3일(이하 현지 시간) 자국군이 ‘넵튠’ 지대함미사일로 러시아 해군 호위함 어드미럴 에센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에서 동형함 ‘어드미럴 마카로프’가 함번을 지우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등 러시아 측이 어드미럴 에센함 피격을 감추려는 정황이 관측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순양함 ‘모스크바’를 미사일 공격으로 격침하기도 했다. 4월 14일 오후 7시 좌현에 2발의 넵튠 미사일을 맞은 모스크바함이 화재와 침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가라앉았다. 이 사건으로 러시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러시아군은 아직까지 사상자 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모스크바함 침몰로 해군 장병 3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세 번째 타격 대상은 러시아 해군 호위함 어드미럴 마카로프였다. 올렉시 혼차렌코 우크라이나 하원의원이 자국 해군이 보고했다며 마라로프함 피격 사실을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인근 해역을 지나던 터키 선박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마카로프함 화재 영상도 인터넷에 퍼졌다. 얼마 안 있어 마카로프함으로 보이는 러시아 군함이 세바스토폴에 입항하고 다수의 구급차가 항구 주변을 바쁘게 오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넵튠 미사일 공격을 받은 마카로프함이 치명적 타격은 겨우 피한 것으로 보인다.



    넵튠 미사일, 알고 보면 노후 기종

    우크라이나의 P-360 넵튠 대함 미사일 발사 차량. [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의 P-360 넵튠 대함 미사일 발사 차량. [위키피디아]

    러시아 해군이 입은 피해를 보면 우크라이나군 전공의 주역 넵튠 미사일이 ‘무적의 무기’로 여겨질 수도 있다. 사실 오늘날 선진국 해상무기체계의 발전 수준을 고려하면 넵튠은 그다지 위력적인 미사일로 보긴 어렵다. 넵튠은 옛 소련의 Kh-35 ‘우란’ 대함 미사일을 확대 개량한 모델이다. 북한도 ‘금성 3호’라는 이름의 비슷한 복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무기의 핵심 기술은 1980년대 초 등장한 것으로, 결코 최첨단 무기는 아니다. 최근 강대국이 개발한 최신 대함 미사일처럼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느린 속도를 상쇄할 스텔스 설계가 적용되지도 않았다. 넵튠은 체적(體積)이 큰 탓에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며, 속도도 시속 980㎞ 정도로 여객기보다 조금 빠른 정도다.

    넵튠 공격에 혼쭐 난 러시아 전투함들은 카탈로그 데이터만 보면 모두 넵튠을 충분히 요격하고도 남는 성능을 지녔다. 만재배수량 1만1490t의 거함 모스크바함은 S-300F를 탑재했다. 러시아가 한때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던 3단계 다층 방공 시스템 S-300의 해상형 모델이다. 모스크바함에는 최대 탐지 거리 370㎞인 MR-800 3차원 대공 수색 레이더와 탐지 거리 150km의 MR-700 3차원 대공 레이더도 탑재됐다. S-300F 방공 시스템의 3M41 미사일을 유도하기 위한 3R41 엑스밴드 사격 통제 레이더도 눈에 띈다. 3R41 레이더는 100㎞ 범위에서 표적 6개를 동시 조준해 각 표적에 2발의 3M41 미사일을 쏠 수 있다. S-300F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온 공중 표적은 OSA-MA 단거리 방공 시스템이 15㎞ 거리부터 2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해 막는다. 이마저 돌파되면 5㎞ 거리부터 좌우현에 각각 2기, 함수 중앙부에 2기가 나란히 설치된 AK-630 근접방어기관포가 최후의 탄막을 펼친다. 이론상으론 어지간한 대함 미사일이 뚫기 어려운 다층 방공망이다.

    어드미럴 에센함과 어드미럴 마카로프함은 모스크바함보다 더 강력한 방공 시스템을 갖췄다. 마스트(돛대)에는 탐지 거리 230㎞에 달하는 회전식 위상배열레이더 ‘Fregat-M2M’이 탑재됐다. 두 군함은 각각 3개의 표적을 처리할 수 있는 MR-90 사격 통제 레이더 4개를 통해 9M917M 함대공미사일로 50㎞ 거리에서부터 표적 12개를 동시 요격할 수 있다. 미사일 공격을 돌파한 표적은 사거리 7㎞인 이글라-S 단거리대공미사일과 2기의 AK-630 기관포가 맡는다. 마찬가지로 레이더에 잘 잡히고 속도도 느린 넵튠 미사일로는 격파하기 어려운 군함들이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이들 함선에 타격을 가했을까. 최근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곤욕을 치른 러시아 군함 3척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피격 직전 드론의 교란 작전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모스크바함을 잡을 때 남부 도시 미콜라이우 방면에서 여러 대의 바이락타르 TB2 드론을 띄웠다. 이 드론은 성능 자체는 보잘것없지만 가격 대비 공격 능력이 쓸 만하다고 평가받는다. 개전 초 러시아 지상군이 바이락타르 TB2 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기에 모스크바함 측은 정면에서 접근하는 드론에 모든 레이더 능력을 쏟았다.

    대함 미사일에 취약한 해군 주력 전투함

    그러나 실제로 모스크바함을 노린 대함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인근 해안에서 발사됐다. 사전에 지정된 우회 경로를 따라 미사일 4발이 모스크바함 측면으로 쇄도했다. 뒤늦게 이 미사일의 존재를 알아챈 모스크바함은 근접방어기관포로 2발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처 막지 못한 나머지 2발이 좌현 탄약고와 대함 미사일 발사관에 명중하면서 엄청난 유폭이 일어났다. 어드미럴 에센과 어드미럴 마카로프 피격 당시 정황도 비슷하다. 우크라이나군은 두 함정에 대해서도 바이락타르 TB2를 띄워 같은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스크바함보다 비교적 우수한 방공 능력을 가진 덕에 어느 정도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최근 흑해에서 러시아 해군이 겪은 수모는 현대 해전에서 대함 미사일의 위력을 새삼 보여줬다. 동시에 전통적인 회전식 레이더와 여기에 의존하는 방공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 결과 러시아 군함들은 카탈로그 데이터로는 우수한 방공 능력을 갖췄지만 구형 대함 미사일에 피격됐다.

    문제는 한국 해군의 방공 태세가 러시아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해군은 중국과 북한, 일본 등 대함 미사일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국가들과 마주하고 있다. 중국은 넵튠과 유사한 아음속 대함 미사일은 물론, 초음속 대함 미사일과 대함 탄도미사일까지 대량으로 운용한다. 천하의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도 중국 해군의 주요 활동 무대인 서해와 동중국해 일대를 생존 불가능한 해역(red area)으로 분류할 정도다. 일본도 과거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옛 소련 해군의 남하를 견제했을 정도로 대함 미사일 분야에선 세계적 강국이다. 러시아 해군 태평양 함대나 북한 해군의 대함 타격 능력도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약체’이긴 하지만 무시 못 할 수준이다.

    현재 한국 해군의 주력 전투함은 일부 이지스함을 제외하면 이들 국가의 대함 미사일 전력에 취약한 실정이다. ‘한국형 구축함’으로 건조된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5500t급) 6척과 광개토대왕급 구축함(3800t급) 3척 모두 소형 초계함에나 탑재되는 염가형 대공 레이더인 MW-08을 탑재하고 있다. 이 레이더는 넵튠 같은 대함 미사일이 접근하면 30㎞ 정도 거리에서야 겨우 탐지할 수 있다.

    한국 해군 호위함 대구함(왼쪽)과 해궁 단거리대공미사일. [사진 제공 · 해군, 사진 제공 · LIG넥스원]

    한국 해군 호위함 대구함(왼쪽)과 해궁 단거리대공미사일. [사진 제공 · 해군, 사진 제공 · LIG넥스원]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 삼아야

    방공 무장은 이번에 격침된 러시아 군함들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러시아 군함은 불완전하게나마 다층 방공 시스템을 갖췄지만 ‘한국형 호위함’은 사거리 20㎞ 수준의 단거리대공미사일 ‘해궁’과 근접방어기관포가 전부다. 장거리→중거리→단거리→근접으로 이어지는 다층 방공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적이 대함 공격을 가할 경우 교전 기회는 사실상 1~2회 수준이다. 동시에 여러 발의 미사일이 날아오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한국형 전투함의 현주소다. 미 해군조차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작전 해역에서 활동하는 전투함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 해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해군이 보인 졸전과 그로 인한 막대한 인명피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올봄 흑해에서 러시아 해군이 겪은 참극을 교훈으로 받아들여 해군 전투함 성능을 전면 개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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