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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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같은 실내 공기 만들기

건축 자재 그린시장 선도하는 기업에 관심 집중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5-23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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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난방을 하면 한국의 주택은 화학물질이 떠다니는 거대한 가스실로 변한다. ‘화학벽지 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만큼 주택 시공 과정에서 화학벽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화학벽지에는 환경성 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프탈레이트가 20%나 들어가 있다. 심지어 바닥재도 프탈레이트를 첨가한 폴리염화비닐(PVC)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화학 마감재에서 발생하는 유독물질로 인해 아토피, 천식, 비염 등으로 고통 받는다. 이런 가운데 환경성 질환을 원천적으로 예방하겠다며 친환경 마감재를 선보인 기업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친환경 바닥재·벽지로 패러다임 바꿔

    LG하우시스


    “바닥재와 벽지만 바꿨을 뿐인데 다섯 살 아이의 아토피 증세가 호전됐어요.”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손정아 주부는 건축 마감재를 LG하우시스의 친환경 제품으로 바꿔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청정주택 적용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친환경 마감재로 교체한 대부분의 가구에서 아토피 피부염(이하 아토피)과 소양증이 눈에 띄게 호전되는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환경 건축 마감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10년 ‘청정건강 주택 건설 기준’을 제정하는 등 환경 관련 법규를 강화했으며, 친환경 건축 자재를 찾는 소비자와 건설사의 욕구도 증가함에 따라 천연 소재를 사용한 건축 마감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선점하려는 건축 마감재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국내 최대 건축 마감재 기업 LG하우시스는 천연 소재를 사용한 바닥재와 벽지를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건축 마감재 시장의 친환경 경향을 파악하고, 2008년부터 새로운 개념의 바닥재 개발에 매진해왔다.

    ‘숲 속’ 같은 실내 공기 만들기

    2010년 LG하우시스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100%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제품인 지아마루, 지아벽지 등을 선보이며 건축 자재시장의 친환경 트렌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2010년 LG하우시스가 50년 바닥재 역사상 최고의 걸작을 내놓은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옥수수를 주원료로 사용한 천연 소재 마루 ‘Z:IN 공기를 살리는 지아마루’(이하 지아마루)가 그것이다. 지아마루는 포름알데히드 위험에 노출된 강화마루와 환경호르몬에서 자유롭지 못한 폴리염화비닐(PVC) 바닥재의 단점을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고객이 신뢰할 만한 천연 원료로 바닥재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3년간 연구한 끝에 지아마루를 세상에 내놓았다”고 말했다.

    지아마루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100% 식물성 원료인 ‘폴리락틱애시드(PLA·Polylactic Acid)’를 비롯해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천연 식물성 가소제인 ‘구연산’, 국내 최고 품질의 ‘천연 진 황토’ 등 10여 가지 천연 재료로 만들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 포름알데히드 등 환경성 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은 일절 없다. 친환경 프리미엄 바닥재로 인식되면서 중대형 아파트, 어린이 시설 등에서 지아마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제품의 혁신성과 디자인 구현력, 소재의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2011년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F디자인상’을 수상했다.

    LG하우시스는 지아마루를 사용한 다양한 신제품도 선보였다. 친환경 점착시트를 사용해 접착제 없이도 쉽고 빠르게 시공할 수 있는 ‘지아마루 이지(Easy)’, 상부 지아마루 층과 합판을 결합해 고급스러움을 더한 ‘지아마루 프레스티지(Prestige)’, 위생과 안전성을 강화해 병원에 적합한 ‘지아마루 호모젠(Homogen)’ 을 상용화했으며, 또 다른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LG하우시스는 친환경 벽지를 내놓으면서 벽지 시장의 패러다임도 바꾸려 노력 중이다. PVC 벽지로 둘러싸인 주거 공간을 좀 더 건강하게 바꾸기 위해 세계 최초로 옥수수 원료를 사용하면서 공기를 살리는 기능도 더한 ‘Z:IN 공기를 살리는 지아벽지’(이하 지아벽지)를 선보였다. 지아벽지는 옥수수를 기본으로 한 식물성 소재와 천연 종이로 구성해 인체에 안전하다. 화재 때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으며, 표면에 공기를 맑게 하는 에코 코팅층을 만들어 햇빛이나 형광등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도 분해, 저감한다. 또한 친환경 수성 잉크로 인쇄해 환경에 무해하며 최고급 엠보 기술을 적용해 외관이 뛰어나다.

    LG하우시스에서는 수입 벽지가 주를 이루는 고급 벽지 시장을 빠르게 대체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기존 천연 소재의 특성상 디자인 구현이 쉽지 않은 단점을 보완해 다양한 패턴과 색상의 지아벽지를 구비했다”고 말했다.

    천연 펄프벽지…새집증후군 ‘굿바이’

    ㈜에덴바이오벽지


    ‘숲 속’ 같은 실내 공기 만들기

    ㈜에덴바이오벽지는 1999년부터 소나무, 편백나무로 벽지를 만들어 온 기업으로 친환경성을 크게 인정받고 있다.

    “프탈레이트를 아시나요?”

    주부들에게 프탈레이트가 무엇인지 물으면 10명 중 9명은 ‘모른다’고 답한다. 프탈레이트는 산업용 화학물질로 새집증후군의 주범으로 일컬어진다. 불임의 원인물질로도 꼽힌다. 아이들 완구류에 프탈레이트가 0.1%만 들어가도 판매 금지된다. 사정이 이렇지만 한국인들은 화학벽지로 도배된 방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산다. 화학벽지에는 프탈레이트가 20%나 들어가 있다.

    한국 벽지 시장은 화학벽지가 99%를 차지한다. 88서울올림픽 이후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전국에 생기면서 프탈레이트로 범벅이 된 실크벽지가 크게 유행했다. 신혼부부는 새집에 들어갈 때 프탈레이트가 가득한 알록달록한 벽지를 시공했다.

    벽지만이 아니다. 바닥재도 PVC를 주로 사용했다. PVC는 딱딱한 성질을 가졌지만, PVC를 재료로 만든 장판과 벽지는 돌돌 잘 말린다. 바로 PVC를 부드럽게 만드는 가소제인 프탈레이트를 첨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프탈레이트가 열에 반응해 유독물질을 뿜어낸다는 점이다. 기나긴 겨울 실내 난방을 하는 과정에서 프탈레이트가 열에 반응해 온 집 안이 거대한 가스실로 변한다. 잠자는 동안 유독물질을 실컷 마시니 환경성 질환에 걸릴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프탈레이트를 규제하고 나서자, 많은 화학벽지 제조사가 프탈레이트가 들어가지 않은 벽지를 만든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에덴바이오벽지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99년부터 소나무와 편백나무로 천연벽지를 만들어 프탈레이트를 원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천연벽지는 2010년 환경운동연합, 녹색소비자연대, YWCA 등 시민단체가 선정한 올해의 녹색상품에 들었으며, 건강주택 대상과 환경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에덴바이오벽지는 국내 최초로 일본과 중국의 환경인증마크를 획득한 벽지업계의 대표적인 친환경 녹색 기업이다.

    ㈜에덴바이오벽지는 산림을 간벌해 마련한 나무를 빻은 뒤 천연펄프에 곱게 도포해 벽지를 만든다. 약 100㎡(30평형) 아파트를 이 회사 벽지로 도배할 경우 소나무 5그루가 필요하다. 숯을 넣으면 숯벽지, 옥을 넣으면 옥벽지, 소나무를 넣으면 소나무벽지, 편백나무를 넣으면 편백나무벽지, 향나무를 넣으면 향나무벽지, 녹차를 넣으면 녹차벽지가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숲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공기를 실내에 제공함으로써 아토피, 비염 등 환경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가정을 구했다”고 말했다.

    프탈레이트 같은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는 이 회사의 천연 벽지는 일반 벽지와 달리 기능성 벽지로 분류한다. 새집증후군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유독성·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말할 것도 없고, 포름알데히드 또한 검출되지 않는다. 소나무나 편백나무에서 검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천연 유기화합물로, 화학벽지에서 나오는 유독성·휘발성 유기화합물과 기본 성질부터 다르다. 또한 곰팡이와 세균이 현저히 감소하며, 실내를 떠다니는 가스물질을 85% 이상 탈취한다. 페인트 시공 후 나는 냄새도 하루만 지나면 싹 빠진다.

    비록 실외는 시멘트지만 실내만이라도 숯, 소나무, 편백나무로 도포한 천연 벽지로 마감한다면 환경성 질환에 걸릴 이유가 없다. 지금은 값이 조금 비싼 게 흠이지만 천연 벽지 수요가 높아지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덴바이오벽지 남윤석 대표는 “14년간 오로지 천연 벽지만을 제조한 노하우로 보다 다양한 천연 벽지 원료를 발굴해 아토피, 비염, 천식 같은 환경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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