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부인은 덜컥 겁이 났다. 낮에 거래처와 다퉈 이 밤중에 멱살잡이라도 하러 간 건가? 별별 생각을 다 하며 불을 켰더니 남편이 깔고 자던 요까지 함께 없어졌다. 서재 문을 연 부인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이랬다. 남편은 의자를 벽에 붙인 뒤 요를 그 위에 걸쳐놓고, 바닥엔 고스톱 칠 때 쓰던 군용 담요를 깔고 피치샷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속옷만 입은 채. 남편은 부인을 힐끔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 오늘 그린에지에서 세 번이나 뒤땅 찍어서 얼마 깨졌는지 알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김희선 프로의 경험담이다. 김 프로의 팬인 골프광이 김 프로를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김 프로는 그의 아파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별천지에 온 것이다.
넓고 으리으리한 집 안은 어느 한구석 흐트러진 곳 없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가 거실에 시원하게 펼쳐진 벨기에산 카펫 한복판을 두 손가락으로 집어올리자 지름 108mm의 동그란 카펫조각이 올라왔다. 정말 놀라 자빠질 일은 그 좋은 마루판에 구멍을 뚫어 그린의 홀 깊이와 똑같이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내 친구 안영규는 구로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다. 닥터 안은 이웃에 사는 선배의사 차덕원 박사를 아주 존경한다. 닥터 안이 차 박사를 존경하는 이유는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과 인품 외에 또 하나가 있다.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골프가 싱글이라는 것과 골프에 대한 열정이 매우 뜨겁다는 것이다.
어느 늦가을 그 지역 의사회 회원들과 프라자CC에서 라운드를 마치고 떠들썩하게 저녁을 한 뒤 각각 차를 몰고 서울로 올라올 때였다. 차 박사의 차가 길을 벗어나 질척거리는 논으로 굴렀다. 뒤따라오던 일행의 차들이 일제히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너무나 놀라 “어~ 어~” 하고 있는데 논에서 두 번이나 굴러 뒤집어진 차에서 차 박사가 기어나왔다. 그러더니 비틀거리며 서서 두 팔을 오른쪽으로, 왼쪽 어깨를 턱밑까지 넣어서 왼쪽으로 두 번 휘둘러 빈 스윙을 해 보이더니 그대로 쓰러져 기절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