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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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대표 넘보는 AFC U-23의 스타들

원두재, 이동경, 오세훈…올해 올림픽 출전여부 주목받아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sehong@naver.com

    입력2020-02-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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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재가 1월 15일 오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즈베키스탄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왼쪽). 
이동경(왼쪽)이 22일 오후 호주와 4강전에서 추가 득점에 성공한 뒤 이동준과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스1]

    원두재가 1월 15일 오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즈베키스탄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왼쪽). 이동경(왼쪽)이 22일 오후 호주와 4강전에서 추가 득점에 성공한 뒤 이동준과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스1]

    김학범 감독과 아이들이 또 해냈다. 올림픽은 매번 나갔어도, 그 최종예선을 겸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은 처음이라니. 2020 도쿄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제대로 탄력을 받았음에 틀림없다. 

    처음부터 낙관한 것은 아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검증을 끝낸 김학범 감독일지라도 만만찮았다.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묶인 조 편성부터 그랬다. 첫 경기 중국전 후반 인저리타임에 이동준의 천금 같은 골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꼬여가는가 싶었다. 이후 조별리그 연승 및 요르단, 호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격파하며 ‘전승 우승’. 토너먼트에서 으레 나오는 승부차기 승리도 없이 90분 혹은 120분 안에 상대를 박살냈다. 

    이제는 세계무대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따낸 이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일 때다. 선수단에 불 엄청난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 총 23명이 나섰던 이번 U-23 챔피언십과 달리 올림픽은 18명으로 축소된다. 여기에 추가로 들어올 와일드카드 3장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아시아경기에서 손흥민, 조현우로 재미를 봤던 김 감독이 이를 쉬이 외면할 리 없다. 이미 매체에서는 권창훈을 포함한 관련 사안이 화두로 나왔다. 

    생존율이 그리 높지만은 않은 싸움. 우승 멤버 가운데 누가 살아남을까. 아무래도 반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 U-23 챔피언십 활약상이 크게 반영되리라는 건 자명하다. 올 상반기 동안 또 증명해 보여야겠지만, 일단은 큰 임팩트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3인을 소개한다.

    은은히 빛나는 별, 원두재

    이 선수가 한양대에 갓 입학했을 때가 떠오른다. 정재권 한양대 감독은 “꼭 지켜보라”며 입이 닳도록 추천하곤 했다. 웬만큼 이름 있는 고교 선수는 한 번씩 체크했는데, 원두재라는 이름은 낯설었다. 출신이 어디인가 했더니 충북 청주 소재 운호고다. 냉정히 말해 축구로 큰 조류를 형성한 명문은 아니었다. 정 감독도 “원래 다른 학교 선수를 보러 갔었다. 그런데 상대 팀에 혼자 중원을 쥐락펴락하는 놈이 있더라”며 원두재를 처음 본 날을 떠올렸다. 



    이후 점차 이 선수에게 빠져들었다. 180cm 후반대 신장에 신체 밸런스도 워낙 좋아 보였다. 중심이 뜰 법도 했으나 탄력 있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는 지도자들과 함께 “타고났다”며 엄지를 내보이곤 했다. 이 선수는 매섭게 치고 나왔다.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돼 또래의 쟁쟁한 멤버들과 경쟁을 시작했다. 무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던 이가 몇 달 만에 전국 랭킹 최상위권과 겨룬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비결을 차분함에서 찾는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청소년 대표팀은 혼돈 그 자체다. 물론 10대 초중반부터 올라온 붙박이도 존재하나, ‘지는 해’와 ‘뜨는 해’가 공존하는 복잡 미묘한 그림이 연출된다. 이 중엔 뜨려다 사라지는 이도 적잖은데, 대부분 도취한 경우다. 한 번 얼굴을 알리는 순간부터 주변 관심에 휩싸이고, 이때 정신 못 차리는 선수가 꽤 된다. 원두재는 정반대였다. 대표팀에 호명되더니 더 가다듬고 채찍질했다. 

    플레이 스타일도 이런 성향을 그대로 담고 있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겸하는 원두재는 화려한 것보다는 제자리에서 본분을 찾아왔다. 겉은 혈기왕성한 청년이나, 그 속엔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애늙은이가 있었다. 이번 U-23 챔피언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 때부터 “상대를 부수고, 공 연결하는 것 하나는 자신 있어요”라던 원두재. 장담컨대 지도자는 묵묵히 희생하려는 이런 선수를 싫어할 수가 없다. 단체 스포츠인 축구는 튀고 싶을 때도 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이가 꼭 필요하다. 

    원두재에 대해 늘 “저평가된 선수”라고 설명해왔다. 휘황찬란하기보다 은은하게 빛나는 이 선수를 여러 번 소개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꼬였다. 잦은 부상에 신음하는 ‘유리 몸’은 아니나, 꼭 중요할 때마다 부상이 닥쳐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출전도, 독일을 포함해 해외 진출도 날렸다. 이번에는 진짜 보여줄 때라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을 테다. 울산현대축구단에서 2020 시즌을 맞게 된 원두재가 추후 국가대표팀을 노려볼 만하다는 얘기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한 번씩 나오는 모양이다.

    김학범 감독이 믿고 쓰는, 이동경

    1월 26일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김학범 감독. [뉴스1]

    1월 26일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김학범 감독. [뉴스1]

    원두재가 U-20 월드컵을 함께 준비라도 해봤다면, 이동경은 1997년생 대표팀 동기들과는 떨어져 걸어왔다. 당시 중원을 맡았던 이들이 쟁쟁했던 건 맞지만, 이동경에게 거의 기회가 안 돌아갔음에 조금 아쉬운 감도 있었다. 프로 직행에서도 배제된 이동경은 홍익대로 향했다. 물론 대학 진학 뒤에도 괜찮았고, 특히 강렬했던 2학년 한 해를 마친 뒤엔 바로 프로팀 콜업 연락을 받았다. 프로무대 첫해엔 당연히 자리 잡기 어려웠고, 2부 리그 임대 등을 통해 출전 시간을 챙겼다. 그렇게 버티고 견디더니 프로 2년 차인 지난해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깜짝 승선했다. 본인은 “감독님이 왜 저를 좋아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대구화원초 시절 이 선수를 지도한 배실용 감독은 “정말 성실해요. 생글생글 웃으며 운동하니까 지도자로서도 고맙죠”라고 극찬했다. 

    감독마다 믿는 선수들이 몇몇씩 있다. 공개석상에서 콕 집긴 어렵겠으나, ‘이번에도 한 건 해주겠지’라며 기대하고 의존하기 마련이다. 김학범 감독에겐 이동경이 그런 존재다. 왼발을 잘 쓰고, 2선 전반을 커버하며 공격 포인트를 건질 줄 아는 자원. 지난해 3월 자칫 U-23 챔피언십 본선행마저 좌절될 뻔했을 때 김학범호를 살렸듯, 이번에도 8강 요르단전에서 극장 프리킥 골을 작렬했다. 몇 번이나 팀을 구해낸 만큼 도쿄행 전망도 밝은 편이다.

    착함의 껍데기를 깨다, 오세훈

    오세훈이 1월 26일 오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에서 상대 문전을 향해 쇄도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이 1월 26일 오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에서 상대 문전을 향해 쇄도하고 있다. [뉴스1]

    “저 선수는 참 좋은 하드웨어를 가졌는데 플레이가 왜 이렇게 신사적이야?” 청소년대표팀 연습경기를 지켜보던 유럽 에이전트의 질문에 뭐라고 속 시원히 답하기 어려웠다. 190cm 넘는 엄청난 신체 조건으로 시선을 잡아끌던 오세훈이다. 다만 여기에 마침표를 찍을 강렬함이 조금씩 부족했다. 현대고 졸업반 당시에도 “저도 그 부분을 인정해요. 노력을 계속하고는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던 그다. 

    그랬던 오세훈은 나날이 발전했다. 순진하고도 정직한 선수, 특히나 상대 폐부를 찔러야 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마냥 착하기만 하다면 매력이 없다는 걸 스스로 느낀 듯했다. 프로 2년 차에 2부 리그 임대로 성인 무대를 확실히 맛봤고, 쉼 없이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중이다.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에 U-23 올림픽대표팀 월반까지. “많이 좋아졌다”는 주변 평가에 여전히 수줍게 웃었으나, 적어도 자신의 축구에서는 전에 없던 것에 눈을 뜬 듯하다. 

    최근 올림픽 해결사는 와일드카드에 크게 의존해왔다. 2012년 박주영, 2016년 손흥민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오히려 또래보다 어린 공격수가 터질 수도 있다. 형들보다 두 살 어리지만 오세훈의 현 기세라면 각 대륙에서 집결하는 올림픽도 기대해볼 만하다. 혹시 아는가. 최전방 공격수 차기 계보를 오세훈이 이어갈지. 

    물론 좋은 선수들은 더 있다. 또 정돈이 안 된 일부 포지션에선 누가 또 혜성처럼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다시 아시아 국가에서 치르는 대회인 만큼 확실한 성과를 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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