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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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한국 돌파구? 탈무드 같은 교육에 있죠”

‘탈무드’ 저자 랍비 마빈 토카이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08-16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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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위치 한국 돌파구? 탈무드 같은 교육에 있죠”
    불룩 나온 ‘산타클로스 배’와 백발에 얹힌 작은 모자, 그리고 넉넉한 미소까지. 그의 모습은 어렸을 때 ‘만화 탈무드’에서 본 랍비의 모습 그대로였다. 유대인뿐 아니라 세계인의 필독서가 된 ‘탈무드’. 한국에 나와 있는 30여 권의 탈무드 관련 도서는 대부분 랍비 마빈 토카이어(74) 씨가 일본어로 저술한 책을 번역한 것이다. 8월 7일 토카이어 씨가 ‘탈무드의 지혜교육 노하우’를 강의하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의 대부분 아버지들처럼 집에서 TV만 보면서 아이들에게 ‘숙제해!’라고 소리쳐서는 안 됩니다. 유대인 아버지는 아이들과 함께 탈무드 공부를 합니다.”

    유대인 학교 하루 15시간 탈무드 수업

    전 세계 60억 인구의 0.2%에 불과하고, 제대로 된 나라조차 없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유대인이 아인슈타인 등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비결은 무엇일까? 토카이어 씨는 그 해답을 탈무드 교육에서 찾았다. 탈무드는 인간 생활 전 영역에 걸친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랍비들의 지혜를 담고 있다. 그는 “탈무드는 가족, 종교, 행복, 죽음 등 인생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보물창고”라고 표현했다. 실제 토카이어 씨와 함께 강연회에 참석한 30대 랍비는 이스라엘에서 얼마나 열심히 탈무드 수업을 하는지 전해줬다.

    “오전 8시에 등교해서 그날 공부할 탈무드 내용에 대해 학생들끼리 3, 4시간 토론합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선생님이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토론하면서 가졌던 모든 궁금증이 풀리죠. 그러고 나서 또 오랜 시간 학생들끼리 토론하면서 자신들이 이해했던 것과 선생님한테 배운 것을 비교하고, 새로 생긴 의문점을 나누죠. 이렇게 하루 15시간 탈무드 공부를 하면서 자연히 머릿속에는 지혜와 지식이 쌓여갑니다.”



    그는 “탈무드 공부에는 빠름도, 늦음도 없다”며 탈무드의 ‘아키바 이야기’를 들려줬다. 글을 쓸 줄도 읽지도 못하는 목자(牧子) 아키바는 양을 돌보던 중 바위 위로 물이 ‘똑똑’ 떨어지는 걸 보았다. 바위에는 수천 년 동안 물이 떨어지면서 생긴 작은 구멍이 있었다. 아키바는 구멍을 보면서 ‘이 부드러운 물도 바위에 구멍을 내니, 돌과 같은 내 머리도 무던히 교육하면 변화가 생기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그는 어린 아들과 함께 학교에 갔다. 40세의 늦은 나이였지만 열심히 공부한 끝에 그는 존경받는 랍비가 됐다. 이처럼 훌륭한 랍비가 되는 데는 나이도, 지식의 정도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탈무드에서 중시하는 것은 ‘좋은 질문’이다. 그는 “좋은 질문을 하면서 함께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나쁜 대답은 있을 수 있지만 나쁜 질문은 없다”며 “어떤 질문이든 자유롭게 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한국의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에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엄마가 ‘오늘 무엇을 배웠니?’라고 묻지만, 유대인 엄마는 ‘무엇을 질문하고 왔니?’라고 묻습니다.”

    그는 “공부는 즐거워야 한다”며 유대인 어린이들의 학교 첫날을 묘사해줬다. 아이가 네 살이 돼 처음 학교에 가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과자와 케이크를 선물하는데 거기에는 꿀로 쓴 히브리어 알파벳이 있어 아이들은 열심히 손가락으로 꿀을 찍어 먹는다는 것. 이때 선생님은 아이들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고.

    “공부는 달콤한 거란다. 너희가 한평생 하게 될 공부도 이처럼 달콤하길 바란다.”

    “샌드위치 한국 돌파구? 탈무드 같은 교육에 있죠”

    8월 6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 탈무드 교육법을 배우려는 사람이 가득 모였다.

    토카이어 씨는 정통파 유대인 랍비로 일본 와세다대학 히브리어 교수를 지내고, 규슈에서 미공군 유대교 군목(軍牧)으로 재직하는 등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다. 1962년에서 64년까지 경기 오산, 경북 대구, 서울 등지의 미공군부대에서 군종장교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1960년 초기 서울에 큰 건물은 반도호텔 하나밖에 없었다. 야간통행 금지가 있었고 전기 상태도 불안정했다”고 회상하면서 지금의 한국을 “현대판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의 발전에 감탄하면서도 “한국인 스스로가 과거의 도덕과 지혜를 활용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려 안타깝다”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큼이나 찬란한 유산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7년에야 정식 번역 탈무드 출간

    1970년대 그는 방대한 탈무드 중 일부를 일본어로 정리해 일본에서 출간했다. 그 일본어판 탈무드가 한국으로 건너와 무단 번역돼 수많은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그는 2007년에야 동아일보사와 정식 판권 계약을 하고 탈무드 잠언집 등 6권을 펴냈다. 그는 “한국과 타이완에서 내가 쓴 탈무드 책이 허락도 없이 번역됐다. 과연 올바르게 번역됐는지, 내 의사가 정확히 전달됐는지 미리 검증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07년 토카이어 씨의 탈무드를 번역한 쉐마교육학회 현용수 회장은 “일본어 탈무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랍비를 ‘승려’로 오역하는 등 용어 오류도 많고, 탈무드와 구약성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 저자의 주장과 상반된 내용도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탈무드를 알리고 있다. 중국의 산둥대학은 탈무드 등 유대인 고전을 중국어로 번역할 예정이고, 일본에서는 토카이어 씨가 쓴 탈무드가 20쇄를 찍었을 정도로 큰 인기다. 그는 “중국과 일본 사이 샌드위치 같은 처지인 한국이 돌파구를 찾는 해답은 교육이고, 그 교육의 중심에 탈무드 교육이 있다”고 강조했다.

    “탈무드에 ‘마을을 지키는 건 경찰도, 군인도 아닌 선생님’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이 위대한 학생을 만들고 그들이 마을을 지켜나갑니다. 2000년 넘게 유대인들이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도 전통을 잃지 않고 민족을 꾸려온 것도 바로 교육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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