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7

2002.03.28

보험사 약관 …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0-21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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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 약관 …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배 속의 아이는 사람이 아니라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설 연휴 기간중인 지난 2월13일 고향에 내려갔다 교통사고를 당해 태아를 사산한 이모씨(여·32·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시골집 앞 국도를 걷다 달려오던 차의 백미러에 몸이 부딪혀 논바닥으로 굴러떨어진 이씨는 왼팔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하는 데 그쳤지만 배 속의 아이는 그 충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통원 치료를 받고 있던 이씨는 최근 D보험사로부터 보험 약관상 태아에 대한 부분은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낙태수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에서 태아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 혜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니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느냐”며 보험사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호소도 해보았다. 하지만 보험사 직원들은 “어느 보험사라도 약관에 태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민법에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억울하면 소송하라”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답은 태아의 지위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법체계의 모순에 있다. 보험사측이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사람은 생존한 동안만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한 민법 제3조. ‘전부 노출설’을 따르는 민법에서는 태어난 아이만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형법에서는 ‘진통설’에 따라 산모에게 규칙적인 진통이 있기 시작한 시점의 태아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임신 중절은 낙태죄로 처벌한다.



    민법과 형법의 이 같은 차이 때문에 이씨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한 해 10명 이상의 산모가 교통사고로 태아를 잃고 있으나 전혀 보상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의료전문 변호사 최재천씨는 “애매한 법 해석으로 피해 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런 소송에서 산모가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태아의 지위에 대한 법 해석을 통일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낙태와 안락사 부분에 대한 단체간 이견이 워낙 커 합의가 쉽지 않다. 이씨와 같은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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