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디저트, 다이어트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쩝쩝박사’도 많아지고 있다. 연예인이 자신만의 요리 비결을 공유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하고, 그 이름을 따 만든 제품도 등장했다. 최근엔 1분 만에 요리하는 숏폼 콘텐츠도 유행이다. Z세대는 배달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만 먹는다고 생각하면 이는 편견이다. 자기 관리와 건강에 관심 많은 Z세대가 수두룩하다. 저당음료, 다이어트 도시락 등이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이는 ‘갓생’(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인생을 일컫는 말)과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 같은 자기 관리 유행과도 맞닿아 있다. 요즘 Z세대가 관심을 보이는 식문화를 소개한다.
#Z세대 사로잡은 식문화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운영하는 X(옛 트위터) 계정 저속노화 커뮤니티. [X(옛 트위터) 계정]
느리게 나이를 먹으려는 Z세대가 늘고 있다. 식단, 운동, 생활습관 등으로 느리게 노화하는 ‘저속노화’가 유행이다. 인기 중심엔 X(옛 트위터)가 있다. 여기에는 저속노화 식단 인증숏과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이 즐비하다. Z세대는 마라탕, 탕후루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핫한’ 음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그들도 안다. 스스로를 아끼고 건강을 잘 챙기는 Z세대 사이에선 영양제와 약국 아이템, 저속노화 식단이 유행이다. 저속노화 식단은 신체 노화를 늦추는 식사 방식이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X 계정에 렌틸콩과 귀리, 현미로 만든 밥을 저속노화 식사법이라며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장노년층에게 인기가 많을 듯한 식단이지만, 당뇨와 혈압 등에 관심 많은 Z세대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정 교수가 운영하는 X 계정의 저속노화 커뮤니티엔 약 3만 명이 들어가 있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각자가 만든 저속노화 식단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식재료 등도 공유한다. 정 교수 유튜브 채널도 빠른 속도로 확장됐고 저속노화 햇반까지 따로 출시됐을 정도다. 저속노화에 진심인 사람들이 만든 결과다. Z세대 사이에서 건강한 식문화 유행은 앞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저당·제로(0)칼로리 유행을 시작으로 건강을 챙기는 식단은 F&B(식음료)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번 저속노화 유행 역시 새로운 문화를 만들 것이다.
#유행을 이끄는 식당 하이디라오
하이디라오가 제공하는 인형의자에 인형을 앉히고 찍은 예절숏. [트위터 ‘부산맛집전도사’ 계정 캡처]
하이디라오는 ‘예절숏’ 성지로 유명하다. 예절숏은 ‘예절+숏(shot)’의 합성어로,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응당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게 예절이라는 뜻이다. 음식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포토카드를 함께 찍으면 된다. 하이디라오에 가면 포토카드나 솜인형 인증숏이 많은 이유다. 하이디라오는 이런 유행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음식점이다. 이를 이용해 식문화를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10㎝ 크기 솜인형을 갖고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인형이 앉을 만한 작은 의자를 내놓고 있다. 가게를 방문한 손님이 인형을 의자에 앉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밖에도 ‘건희소스’가 유행하자 이 레시피를 포토카드로 만들어 손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건희소스는 아이돌 그룹 원어스 멤버 건희가 만든 레시피로, 땅콩소스와 칠리소스 등을 섞은 것이다. SNS에서 ‘밥도둑’으로 화제가 됐다. 하이디라오는 얼얼한 매운맛과 화려한 비주얼,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인형의자나 건희소스 포토카드 같은 아이템은 하이디라오를 찾는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을 만큼 Z세대 취향을 정확히 겨냥했다. Z세대를 사로잡는 감각이야말로 하이디라오의 인기 비결이다.
#‘한국인도 모르는’ 한국 레시피
‘꿀떡 시리얼’ 레시피를 소개하는 쇼츠. [유튜브 갈무리]
해외에서 ‘Made in Korea’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뿐 아니라, K-푸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냉동김밥이 큰 화제였다. 놀랍게도 한국인들이 그 냉동김밥을 사 먹어보려는 ‘역수출 현상’까지 일어났다. 팝스타 카디비가 ‘명랑핫도그’를 먹는 모습이 SNS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K-푸드 열풍 속에서 새로운 주인공들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인보다 한국 음식을 잘 만드는 크리에이터 로건 모핏과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말레이시아 틱톡커 누라 이자티가 그 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외국인이 만든 한국 레시피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꿀떡 시리얼’이 있다. 꿀떡을 그릇에 담고 우유를 부어 먹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예상 밖의 맛으로 틱톡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 유행을 감지한 인플루언서가 속속 도전하면서 꿀떡과 우유의 달콤한 조합이 “맛이 없을 수 없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달걀노른자와 마요네즈를 넣어 만든 새로운 신라면 레시피도 2000만 조회수에 달했다.
K-푸드가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한국 레시피를 만들어내고 이를 현지화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김장 과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김치를 유리병에 가득 담은 쇼츠를 공개하자 “그렇게 담으면 발효 때문에 폭발한다”는 댓글이 잔뜩 달리는 등 웃지 못할 상황도 있었다. 앞으로도 외국에서 탄생한 독특한 K-레시피가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