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등도 주거침입죄의 보호 장소로 판단했다.
사건 경위는 이렇다. A씨가 원룸 건물 계단에서 원룸에 사는 피해자 B씨에게 욕설을 하고 B씨 집 현관문을 발로 차자 불안감을 느낀 B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유죄를 인정했고, 이에 불복한 A씨가 항소했다.
A씨는 “원룸 건물 계단에 들어갔을 뿐이고, 피해자 B씨의 집 안에 들어간 것도 아니므로 주거침입이 아니다. 주거침입의 고의도 없었다. 원룸에 사는 B씨가 이전에 술을 한잔 사겠다고 해 B씨 집에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 B씨는 “이 사건 당시 A씨를 처음 봤으며, A씨는 주거자 의사에 반해 원룸 건물 계단에 들어와 소란을 피웠다”고 반박했다.
항소심 법원은 “공동주택의 계단과 복도, 엘리베이터도 ‘사람의 주거’ 공간에 해당하고, 피고인(A씨)은 거주자(B씨)의 의사에 반해 원룸 계단에 들어간 것”이라고 판단해 항소를 기각했다.
주거침입죄는 거주자의 주거 평온을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형법 제319조 1항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안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계단과 복도는 주거로 사용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사실상 주거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시설이다. 따라서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과 복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므로 거주자의 명시적, 묵시적 의사에 반해 침입하는 행위는 주거침입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피고인이 강간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따라 피해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내부의 엘리베이터에 탄 다음, 그 안에서 폭행을 가해 반항을 제압한 후 계단으로 끌고 가 피해자를 강간하고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 주거침입을 인정하지 않고 강간상해죄만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에 정한 주거침입범으로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주거침입죄는 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하려는 것이지만 주거침입에 의한 절도, 강도, 강간 같은 2차 범죄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 주거침입에 이어 2차 범죄를 범했을 때는 물론 가중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전용 부분이 아닌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등도 주거침입의 보호 장소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