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집을 찾는 사람마다 “내년부터 호박 농사를 본격적으로 지어라”라고 농담을 건넨다. 날마다 살을 찌우는 호박에서 위대한 생명력을 느낀다. 또한 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리며, 이 작은 결실에서 행복을 느낀다.
‘애호박’과 어린 시절 여름날은 겹쳐진다. 애호박을 넣고 끓인 구수한 칼국수,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어머니는 손으로 밀어 만든 면이 가마솥에서 익어가면 막 따낸 애호박을 숭덩숭덩 썰어 넣었다. 그러면 곧 구수한 칼국수 냄새와 고소한 호박 향기가 온 집 안을 채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애호박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장마철 출출함을 달래주던 노릇노릇 애호박전은 또 어떤가. 애호박전은 반찬으로도 손색없다. 애호박의 쓰임새는 이뿐이 아니다. 새우젓 넣고 들기름에 볶은 애호박을 보리밥에 고추장 조금 넣고 슥슥 비비면 이 또한 일품이다. 소화도 잘 되는 애호박 비빔밥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애호박이 오늘은 ‘애호박선’으로 변신한다. 애호박에는 비타민 A와 C가 다량 함유돼 있다. 비타민 A는 지용성으로 기름에 볶아 익혀 먹을 때 체내 흡수가 가장 빠르다. 애호박은 위궤양 환자에게 좋고, 아이 영양 간식이나 이유식으로도 그만이다. 또 채소류 중 아연과 망간 함유량이 높은 편인데, 특히 아연은 아이의 성장촉진과 어른의 생식기능 및 면역계 강화에 없어서는 안 될 영양성분으로,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키워준다. 또 애호박 씨에는 레시틴 성분이 풍부해 두뇌 발달과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재료 애호박 1개, 다진 새우 50g, 깨 가루ㆍ된장 1작은술씩, 들기름 1큰술, 물 4큰술
만드는 방법
1 애호박을 2cm로 썰어 가로세로 잔 칼집을 낸 후 소금에 살짝 절인다.
2 다진 새우에 깨 가루와 생강즙 약간을 넣어 치댄다.
3 소금에 살짝 절인 애호박 사이사이에 2를 채워 넣는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속을 채운 애호박을 얹은 뒤 된장과 물을 넣어 은근한 불로 익힌다.
* 필자는 신라호텔 조리사 출신 음식 연구가로, 특히 전통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다채로운 장류 및 차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별미전 · 전통반찬’ ‘된장과 간장에 대한 소고’ ‘요리사가 말하는 요리사’ 등의 저서도 출간했다.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한식세계화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청운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다산연구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