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해윤 기자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대 반도체 대장주가 코스피를 1만20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주가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코스피 1만 시대가 온다”는 기대감과 “반도체주 랠리가 갑자기 꺾이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 센터장을 만나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을 이끄는 AI 반도체 업황을 살펴보고 변수 등을 짚어봤다.
“반도체와 전기 먹고 사는 ‘호모 에이전트’ 등장”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에 비춰보면 주가는 어느 수준인가.“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미국 엔비디아와 알파벳에 이은 4위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그 뒤를 잇고 7위가 SK하이닉스다. 하지만 두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은 세계 영업이익 상위권에 든 기업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실적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셈이다.”
관건은 AI 반도체 공급 부족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여부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끝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오늘날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에 이은 ‘호모 에이전트’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는 것 같다. 기존 경제와 산업은 전 세계 80억 명의 생산 및 소비를 전제로 했다. 전체 인류에서 지식 노동자로 분류되는 사람이 20억 명 정도라고 하는데 그중 다시 일부만 AI를 사용한다고 쳐도 수요가 엄청나다. 이를 감안하면 AI 투자 규모가 얼마나 더 늘지 예측조차 어렵다. 인간에게 의식주가 필요하듯이 AI 에이전트는 반도체와 전기를 먹고 산다. ‘호모 에이전트’의 등장에 따라 주식시장도 결국 AI와 반도체, 전기 등 관련 분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현재 반도체주가 단기 과열된 측면이 있지만, AI 확산과 그에 따른 반도체 수요는 한동안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 생태계의 ‘공급 병목’이 거꾸로 투자를 위축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이 부분이 가장 큰 걱정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나온 델 테크놀로지스의 실적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올해 1분기(3∼5월) 델은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어난 영업이익 42억4000만 달러(약 6조4500억 원)를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 델이 제시한 가이던스를 분석해보면 EPS는 1분기가 피크인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와 HDD(하드디스크) 병목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는 게 델 측 설명이다. ‘우리는 물건을 더 팔고 싶지만 공급이 막혀 어려울 것 같다’는 의미다. 이런 병목 현상이 벌어지는 초반에는 가격 상승으로 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병목이 길어지면 투자 자체가 지연되는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창신메모리 등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반도체 사업 마진이 줄어들 여지는 없나.
“알다시피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야말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이런 막대한 이익이 혁신에 의한 성과라고 하긴 어렵다. 창신메모리는 1년 전만 해도 적자를 보던 기업이다. 그런데 이번 기업공개(IPO) 신고서를 보니 순이익률이 66%를 기록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AI 반도체 업황은 다 같이 좋은 상황이다. 만약 중국 반도체 업계가 내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면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
기술 발전으로 AI 설비에 필요한 메모리 물량 자체가 줄어들진 않을까.
“기존 컴퓨터, 스마트폰 산업에서 D램은 사실상 이미 정해진 코스트(cost: 비용) 변수였다. 제품을 팔 때 메모리 가격 비중은 몇%로 딱 세팅이 된 식이다. 나도 처음에는 아무리 AI 사이클이라 해도 메모리 비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더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AI 시대가 오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것이다. 메모리를 많이 꽂을수록 AI는 파워풀해지기 때문에 코스트 변수가 아닌, 퍼포먼스 변수가 됐다. 쉽게 말해 AI 기업 입장에선 메모리를 줄여야 하는 비용이라기보다 일단 많이 확보해 탑재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버핏 지수상 세계 주식시장 과열 국면”
향후 주식시장에서 최대 변수는.“역시 금리다. 현재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해 무리하게 차입하는 움직임은 없지만 금리인상 변수는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는 115조∼120조 달러(약 17경5600조∼18경3240조 원)로 추산되는데 현재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170조 달러(약 25경9590조 원) 수준이다. 주식시장 상황을 판단하는 버핏 지수(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값으로 100% 미만이면 저평가, 120% 이상이면 과열) 측면에서 보면 과열된 양상이다. 주가 변동성이 워낙 크고 주식시장 자체도 과열된 상황에서 금리 변수가 시장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최근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내가 추천하는 종목은 2개다.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아직 두 기업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낮고 해외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도 좋은 포지션을 갖고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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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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