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가면 왠지 주눅들잖아요. 뭘 찾느냐고 자꾸 묻는 점원 아가씨도 부담스럽고. 그러나 인터넷 쇼핑몰엔 화장 안한 얼굴로 가도 되고 남들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편하죠.”
보름 전부터 인터넷을 배우고 있는 주부 이정의씨(32)는 웃으며 말한다. “원래 물건 사러 가는 일을 끔찍하게 싫어했던” 직장인 신정현씨(33)는 요즘 인터넷 쇼핑에 재미를 붙여 아기 이유식에서 헬스 기구, 부인의 화장품 선물까지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그는 “사지 않아도 될 것까지 샀다”고 후회할 정도가 됐다. 인터넷 쇼핑은 사람들이 발명한 가장 효율적인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다. 발품을 팔며 싼 물건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다닐 필요도 없다. 주부 이씨의 말처럼 낯선 사람들과 부딪쳐야 하는 불편도 없다.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전자상거래 규모는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인터넷 쇼핑몰과 친숙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의 손님은 지난 2년 사이 200만명에서 1100만명으로 늘어났다. 96년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액은 14억원에 불과했지만 99년 25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 6000억원을 내다본다. 등록된 인터넷 쇼핑몰은 1200개가 넘는다(삼성경제연구소).
쇼핑몰 ‘헬로서울’을 운영하는 대홍기획 인터랙티브팀의 김장규대리는 “물건 하나를 웹에 올리고 소비자에게 팔고 배달해주기까지 인프라 구축에 돈이 많이 들지만 워낙 시장 성장률이 빨라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티셔츠 하나를 사도 천이 얼마나 촘촘한지, 옆 트임이 있는지 없는지, 짙은 파란색인지 하늘색인지 따져보는 것을 쇼핑의 즐거움으로 아는 사람들에게는 사진 한 장과 몇 줄의 형식적 설명이 제시되고 ‘살래, 안살래’를 묻는 인터넷 쇼핑이 매력적일 리가 없다. 더구나 인터넷 쇼핑몰에는 이 옷이 나에게 “잘 어울린다”고 말해줄 싹싹한 점원도 없다.
그러므로 모든 인터넷 쇼핑몰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손님을 끌어들이고 구매충동을 불러일으켜 신용카드번호를 입력하기까지의 과정을 재미있고 ‘인간적’인 환경으로 구축하는지에 있다. 가장 쉬운 아이디어는 초기의 한 쇼핑몰이 시도했던 것처럼 가게를 3D 그래픽으로 옮겨놓고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가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애니메이션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가상 백화점’은 기술적인 문제로 시운전 첫날 무너지고 말았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을 그렇게 디자인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에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쇼핑몰을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이 활성화된 이유는, 물론 절대적인 인터넷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초기 전자상거래에 거부감을 가졌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운영방식” (석호선, 한솔CSN)을 쇼핑몰들이 터득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송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미지를 줄이는 대신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특정한 고객의 욕구를 세분화해 구매 정보를 즉석에서 알려주는 ‘1대 1 마케팅’을 통해 가장 디지털적이면서 가장 인간적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손님이 향수를 사려고 할 경우, 손님의 주머니 사정, 성격과 직업, 사용 용도에 따라 향수의 리스트를 작성해 차이를 섬세하게 설명해줄 뿐 아니라 ‘남자 친구를 위한 향수도 있습니다’ ‘같은 향이 담긴 화장품으로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등의 정보를 신속히 제공한다. 센스있는 판매원이 그렇듯이 손님의 ‘생각의 과정’을 읽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이는 곧 막대한 초기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결국 인력의 문제인데 지금은 시장이 작기 때문에 쇼핑몰마다 데이터베이스의 서비스보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깎아팔기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손님들도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죠.”(양동운차장, 헬로서울)
전자상거래 중에서도 최근 인터넷 경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것이 재미있는 데이터베이스와 경쟁적인 쇼핑 방식을 통해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 홍보팀의 나윤희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만질 수 없다는 단점을 대체하는 것이 경매의 즐거움”이라면서 “마감 시간이 되면 참가자들의 열기로 짜릿해진다”고 말한다. 옥션에서 인기있는 ‘10원 경매’(10원에서 시작해 1만원 한도)의 경우 124만원짜리 세탁기 경매 마지막 순간에 140명의 네티즌들이 접속해 결국 8900원을 써낸 사람에게 낙찰된 일도 있다.
젊은층들이 즐겨찾는 경매몰 ‘와와’에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준 14K 금반지가 매물로 나오기도 했는데 드라마틱한 사연 때문에 이성 친구에게 주겠다는 수십명의 응찰자가 몰려 화제가 됐다. 또한 인터넷 경매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가격을 제시하는(역경매) 전혀 새로운 상거래 유형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이처럼 인터넷 경매가 인기를 끌자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들이 경매코너를 함께 운영하기 시작해 지난해 700억원에 이른 인터넷 경매액은 올해 2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규모의 급성장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터넷 쇼핑몰들이 컴퓨터 사용자인 남성에서 가정 소비 주체인 여성으로 공략 대상을 바꿔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매에는 “하루가 다르게 여성 네티즌들이 늘어나”(나윤희)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삼성물산 마케팅팀의 오재훈대리는 “인터넷에서도 구매파워를 가진 것은 여성들이다. 처음엔 전자제품에 주력했지만 최근엔 식품과 패션을 강화하고 문화적인 기능도 덧붙이는 중”이라고 말한다. 헬로서울의 주부 웹진 ‘마루’나 삼성몰의 ‘명품관’ 은 특히 여성 네티즌을 위한 것으로, 다른 인터넷 쇼핑몰도 여성 중심으로 가기는 마찬가지다. 동네의 PC방과 계약을 맺고 주부들에게 무료로 인터넷을 가르치는 업체인 에듀텍 사업부의 최진철씨는 “잠재적 고객 개발을 원하는 인터넷 쇼핑몰 등이 스폰서”라고 말한다.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주부 백만 인터넷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그늘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중 실제로 돈을 버는 업체는 전체의 6.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대한상공회의소, 99년 기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일종의 ‘할인매장’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택배료, 인프라구축비 등을 안고 밑지면서 장사하는 인터넷 쇼핑몰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옥션도 지난해 12월에야 수수료 1%를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지금의 가격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대거 정리된 뒤 본격적으로 인터넷 쇼핑 서비스의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름 전부터 인터넷을 배우고 있는 주부 이정의씨(32)는 웃으며 말한다. “원래 물건 사러 가는 일을 끔찍하게 싫어했던” 직장인 신정현씨(33)는 요즘 인터넷 쇼핑에 재미를 붙여 아기 이유식에서 헬스 기구, 부인의 화장품 선물까지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그는 “사지 않아도 될 것까지 샀다”고 후회할 정도가 됐다. 인터넷 쇼핑은 사람들이 발명한 가장 효율적인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다. 발품을 팔며 싼 물건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다닐 필요도 없다. 주부 이씨의 말처럼 낯선 사람들과 부딪쳐야 하는 불편도 없다.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전자상거래 규모는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인터넷 쇼핑몰과 친숙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의 손님은 지난 2년 사이 200만명에서 1100만명으로 늘어났다. 96년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액은 14억원에 불과했지만 99년 25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 6000억원을 내다본다. 등록된 인터넷 쇼핑몰은 1200개가 넘는다(삼성경제연구소).
쇼핑몰 ‘헬로서울’을 운영하는 대홍기획 인터랙티브팀의 김장규대리는 “물건 하나를 웹에 올리고 소비자에게 팔고 배달해주기까지 인프라 구축에 돈이 많이 들지만 워낙 시장 성장률이 빨라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티셔츠 하나를 사도 천이 얼마나 촘촘한지, 옆 트임이 있는지 없는지, 짙은 파란색인지 하늘색인지 따져보는 것을 쇼핑의 즐거움으로 아는 사람들에게는 사진 한 장과 몇 줄의 형식적 설명이 제시되고 ‘살래, 안살래’를 묻는 인터넷 쇼핑이 매력적일 리가 없다. 더구나 인터넷 쇼핑몰에는 이 옷이 나에게 “잘 어울린다”고 말해줄 싹싹한 점원도 없다.
그러므로 모든 인터넷 쇼핑몰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손님을 끌어들이고 구매충동을 불러일으켜 신용카드번호를 입력하기까지의 과정을 재미있고 ‘인간적’인 환경으로 구축하는지에 있다. 가장 쉬운 아이디어는 초기의 한 쇼핑몰이 시도했던 것처럼 가게를 3D 그래픽으로 옮겨놓고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가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애니메이션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가상 백화점’은 기술적인 문제로 시운전 첫날 무너지고 말았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을 그렇게 디자인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에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쇼핑몰을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이 활성화된 이유는, 물론 절대적인 인터넷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초기 전자상거래에 거부감을 가졌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운영방식” (석호선, 한솔CSN)을 쇼핑몰들이 터득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송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미지를 줄이는 대신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특정한 고객의 욕구를 세분화해 구매 정보를 즉석에서 알려주는 ‘1대 1 마케팅’을 통해 가장 디지털적이면서 가장 인간적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손님이 향수를 사려고 할 경우, 손님의 주머니 사정, 성격과 직업, 사용 용도에 따라 향수의 리스트를 작성해 차이를 섬세하게 설명해줄 뿐 아니라 ‘남자 친구를 위한 향수도 있습니다’ ‘같은 향이 담긴 화장품으로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등의 정보를 신속히 제공한다. 센스있는 판매원이 그렇듯이 손님의 ‘생각의 과정’을 읽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이는 곧 막대한 초기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결국 인력의 문제인데 지금은 시장이 작기 때문에 쇼핑몰마다 데이터베이스의 서비스보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깎아팔기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손님들도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죠.”(양동운차장, 헬로서울)
전자상거래 중에서도 최근 인터넷 경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것이 재미있는 데이터베이스와 경쟁적인 쇼핑 방식을 통해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 홍보팀의 나윤희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만질 수 없다는 단점을 대체하는 것이 경매의 즐거움”이라면서 “마감 시간이 되면 참가자들의 열기로 짜릿해진다”고 말한다. 옥션에서 인기있는 ‘10원 경매’(10원에서 시작해 1만원 한도)의 경우 124만원짜리 세탁기 경매 마지막 순간에 140명의 네티즌들이 접속해 결국 8900원을 써낸 사람에게 낙찰된 일도 있다.
젊은층들이 즐겨찾는 경매몰 ‘와와’에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준 14K 금반지가 매물로 나오기도 했는데 드라마틱한 사연 때문에 이성 친구에게 주겠다는 수십명의 응찰자가 몰려 화제가 됐다. 또한 인터넷 경매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가격을 제시하는(역경매) 전혀 새로운 상거래 유형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이처럼 인터넷 경매가 인기를 끌자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들이 경매코너를 함께 운영하기 시작해 지난해 700억원에 이른 인터넷 경매액은 올해 2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규모의 급성장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터넷 쇼핑몰들이 컴퓨터 사용자인 남성에서 가정 소비 주체인 여성으로 공략 대상을 바꿔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매에는 “하루가 다르게 여성 네티즌들이 늘어나”(나윤희)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삼성물산 마케팅팀의 오재훈대리는 “인터넷에서도 구매파워를 가진 것은 여성들이다. 처음엔 전자제품에 주력했지만 최근엔 식품과 패션을 강화하고 문화적인 기능도 덧붙이는 중”이라고 말한다. 헬로서울의 주부 웹진 ‘마루’나 삼성몰의 ‘명품관’ 은 특히 여성 네티즌을 위한 것으로, 다른 인터넷 쇼핑몰도 여성 중심으로 가기는 마찬가지다. 동네의 PC방과 계약을 맺고 주부들에게 무료로 인터넷을 가르치는 업체인 에듀텍 사업부의 최진철씨는 “잠재적 고객 개발을 원하는 인터넷 쇼핑몰 등이 스폰서”라고 말한다.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주부 백만 인터넷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그늘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중 실제로 돈을 버는 업체는 전체의 6.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대한상공회의소, 99년 기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일종의 ‘할인매장’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택배료, 인프라구축비 등을 안고 밑지면서 장사하는 인터넷 쇼핑몰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옥션도 지난해 12월에야 수수료 1%를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지금의 가격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대거 정리된 뒤 본격적으로 인터넷 쇼핑 서비스의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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