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미래’를 묻는 기획의 첫 번째 상대는 당연하게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시장과 게임시장을 장악한 NHN이다. 페이지뷰의 기준으로는 시장점유율이 68%(4월 코리안클릭 집계)에 이르렀다. 검색광고 시장의 호황과 성공적인 해외 진출로 올 1분기에만 709억원의 매출과 244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NHN은 시가총액 1조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엔터테인먼트 포털 1위를 기록하며 세계적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년 말, 이해진(네이버)·김범수(한게임) 등 창업 1세대의 뒤를 이어 NHN 공동대표로 취임한 최휘영 대표에게서 NHN이 꿈꾸는 거대한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1990년대를 줄곧 민완 기자로 활동한 최 대표는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인터넷 업계로 진출, 포털의 모든 영역을 섭렵할 수 있었다. 2000년 ‘야후’에 합류해 최초의 인터넷 뉴스 서비스인 ‘야후뉴스’로 대박을 터뜨렸고, 이후 NHN으로 옮겨 ‘지식검색’과 ‘포털뉴스’로 그야말로 인터넷 시장을 석권하는 신화를 창조해냈다. 열정과 비전뿐 아니라 뚜렷한 실적을 바탕으로 하여 NHN의 CEO 자리에 오른 최 대표의 다음 목표는 NHN을 ‘세계 10위권 인터넷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시장 1위이기 때문에, 국내 경쟁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이제 인터넷 시장은 온ㆍ오프라인이 통합되는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향후 포털의 역할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
“말 그대로 엄청나게 기대한다.(웃음) 인터넷이 유선의 한계를 넘어 무선으로 연결되면 유쾌하고 실용적인 서비스들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우리를 성장시켜 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환경에 감사한다. 새로운 시도와 경험이 즉각 경쟁력으로 돌아와 더 큰 시장에서 만개할 수 있었다.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기업가적인 의욕으로 충만한 상황이다.”
NHN의 성장은 말 그대로 경이롭다. 우리 인터넷 기업 성장 동력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돌이켜보면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망(network)을 깔았고, 업체들은 좋은 PC를 싼값에 대량 생산했다. 여기에 아이디어 넘치는 젊은이들이 벤처에 뛰어들었고, 또한 이에 열광하는 2000만 누리꾼(네티즌)들이 있었다. 새로운 시도와 경험이 우리를 끊임없이 단련시켜, 일본에 혈혈단신으로 들어가서 최고의 엔터테이먼트 사이트를 만들어냈고 중국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는 야후, MSN,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이 우리보다 경쟁력이 약한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구글·야후·이베이의 기업가치가 삼성전자 60조원에 필적하는데, 현재 NHN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어느 정도의 가치가 적절하고, 어떻게 키울 계획인가.
“모두가 국내 인터넷 시장의 정체를 말하고 해외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나는 국내 인터넷 사업이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진입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중이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다양한 수익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메이저 국가 가운데 외산 검색엔진이 아니라 토종 검색엔진이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러한 성장이 해외로 뻗어나간다면 우리도 구글과 야후에 견줄 수 있을 것이다. NHN의 한-중-일 대표가 모여 비전을 얘기하면 공공연히 100조원의 기업가치가 회자된다. 농담이 아니다.”
그런데 NHN의 일본 진출은 확실한 1위 기업으로 어느새 IPO(기업 공개)까지 검토하는 상황이지만, 중국 진출은 생각보다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여름 직접 방문해봤는데, 여러 가지 고민이 엿보였다.
“중국 시장은 활력 넘치고 성장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더 배우고 더 많은 시도를 해야 할 때다. 눈앞의 매출을 극대화해 대외적으로 과시하기보다는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의 수익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포털의 무선시장 진출이 힘겨워 보인다. 과거 망 개방을 약속했던 정부의 의지가 흔들렸기 때문인데, 망 개방이 빨라졌다면 현재 엄청난 서비스가 나와 이용자들도 크게 늘었을 것이다. 반대로 경쟁을 거부하는 통신사업자 손해가 더 커 보이는데….
“망 사업자들이 점차 서비스 사업을 시도하면서 폐쇄형 구조를 언급하는 것이 걱정스럽다. 무선인터넷 분야만 해도 우리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점점 할 수 없는 구조가 돼가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이 통신 사업자들과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하지 못하는 구조가 안타까울 뿐이다.”
KT가 불러일으킨 인터넷 종량제 논란 역시 이와 유사한 구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인터넷 종량제란 포털에 재앙이나 다름없고, 게다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요소까지 갖고 있다. 현재 한국의 망 사업자들과 인터넷 업체들이 서로 파이를 뺏어먹을 상황이 아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뉴미디어의 대표격인 DMB(디지털멀티미디어 방송)와 와이브로(초고속 무선인터넷) 사업을 최초로 시도하는 나라인데, 이 같은 환경과 경험을 해외로 진출하는 시장구조로 만들어야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대한민국 IT 산업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잊지 않았으면 한다.”
NHN의 가장 껄끄러운 경쟁상대는 어디인가. 역시 이동통신사인가.
“아니다. IT 업계란 자신이 설정한 미래에 대한 예지력과 통찰력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고 했을 때, NHN의 경쟁상대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이 될 수밖에 없다. 1인 미디어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국내 통신기업의 발빠른 행보가 놀라우면서도 그것을 대세로 인정하기 어렵다.”
패러다임이 비슷한 업체들끼리의 정면승부란 뜻인가.
“현재의 디바이스나 OS(운영체제)는 끝이 아니다. 윈도우XP의 다음 버전은 PC 검색을 선언했고, 최강의 검색엔진 구글 역시 한국에서의 투자를 본격화했다. 그들에 비해 조직력, 자금력 등 모든 것이 영세하지만 우리 또한 글로벌을 지향하기 때문에 국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큰 판을 벌일 생각이다. 더 이상 국내 업체들끼리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
일본 ‘라이브 도어’가 후지TV를 인수한 사건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졌나. 최근 미디어의 통합이 상당한 이슈인데, NHN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온·오프의 통합을 쉽게 예단해선 안 된다. 2000년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할 때도 추가적인 합병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미디어의 통합은 시너지 효과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해진 방향도 있을 수 없다. NHN의 지향점은 ‘정보 포털’이므로 제대로 된 정보만이 필요할 뿐이다. 만일 지분관계로 인해 특정 미디어에 편중된 뉴스나 메시지를 대중에게 강요해야 한다면, 과연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에 도움이 될 것인가. NHN의 미래는 ‘검색’이란 수익에 의존하는 탓에 기존 미디어와의 특수 관계는 역효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는 영향력이나 권력을 필요치 않고 오로지 수익모델만을 좇을 뿐이다. 어떤 포털사가 직접 취재기자를 고용해 언론을 지향할 때 ‘NHN은 그들과 다르다’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제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네이버 지식인에서 나오는 자료를 리포트로 제출하지 말라’고 한다. 교수나 기자도 네이버에 없는 지식을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됐다. 이른바 지식인의 위기인데…(웃음), ‘네이버 지식인’ 같은 획기적인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했고, 이를 넘어서는 또 다른 비장의 무기는 무엇인가.
“우선 정답부터 말하자면 네이버 검색의 궁극은 인류 지식의 정수인 ‘책 검색’이 될 것이다. 그간 네이버는 한국어 검색의 질과 양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창조됐다. 뉴스의 데이터베이스화, 날마다 새로워지는 백과사전, 고급 정보인 학술논문의 유료화 등이 NHN의 대표작들이다. 이제는 묻고 답하는 지식검색을 넘어, 책이란 고급 콘텐츠를 포괄하기 시작했다. 이는 즉각 도서 매출의 증대로 이어져 출판사와 독자 그리고 포털이 ‘윈-윈’하는 이상적인 모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토종 검색엔진의 국내 시장 장악은 경제적 의미 외에 또 무엇이 있는가.
“정보화 사회의 핵심 경쟁력은 가장 효율적인 정보를 최대한 빨리 얻는 것이다. 애초 한국어 디지털 정보는 영어권에 비교할 수준이 못 됐다. 이는 한국어 검색의 부실로 이어져 대한민국의 정보화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됐다. 결국 네이버는 한국어 콘텐츠 증가와 고급화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고 자부한다. 국수주의자는 아니지만 네이버가 앞장서 구글과 야후가 꼼작 못하게 막아서고, 동시에 세계로의 진출에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다른 측면도 있다. 우리 어릴 적, 집에 백과사전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의 숙제는 질이 달랐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이 나빠서 공부와 멀어지는 일은 사라졌다. 정보가 놀랄 만큼 평등하게 재분배됐다. 포털, 특히 검색이란 분야는 사회·문화적 영향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미디어라고 자부한다.”
최근 포털뉴스가 논란거리다. 매일 2000여만명이 드나드는 포털의 초기화면 뉴스가 여론을 좌지우지할 정도가 됐다. 언론 콘텐츠 제작자 위치에서는 포털뉴스가 신문 산업을 망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과연 기존 미디어들은 포털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보는가.
“사실 우리도 고민이다. 전 세계 유래가 없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네이버는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신문사들은 종이에 들어갈 내용보다 온라인에 걸맞은 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유료화가 실현되면 소비자가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오프라인의 뉴스 브랜드의 경쟁력이 온라인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한 ‘책 검색’으로 출판사와 포털 모두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냈듯, 신문사와의 적절한 모델 또한 가능할 것이다.”
국내에서 사업하면서 혹시 제도나 인식의 차이 때문에 사업에 불편한 것이 있었나.
“최근 포털사가 제공했던 성인 콘텐츠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음란물의 판단은 사법부가 하겠다는 검찰의 태도에 매우 당혹스러웠다. 인터넷 산업이 갖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기존 가치관과의 충돌을 불러오곤 한다. 게임만 하더라도 그간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단점만 집중 부각됐는데, 전 세계 게임시장 규모가 반도체시장 규모와 비슷할 정도가 됐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우리가 무시했던 분야가 우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 것이다. 걱정은 많지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존재하고, 이 같은 변화를 겪어온 정책 결정권자들의 경험 또한 소중한 자산이므로 잘 풀릴 것으로 본다.”
● 최휘영(41) NHN 공동대표
- 서강대 영어영문학과(1990년)
- 연합뉴스·YTN 기자(1991~2000년)
- 야후코리아(2002년)
- NHN㈜ 네이버본부 기획실 실장
- NHN㈜ 네이버 부문 부문장
- 현 NHN㈜ 공동 대표이사
● 대담자 이경전 교수(36)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대학 경영과학과
- KAIST 산업경영학과 박사
-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박사
- 고려대 경영학과 조교수
- 현 경희대 e-비즈니스 학과 교수
1990년대를 줄곧 민완 기자로 활동한 최 대표는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인터넷 업계로 진출, 포털의 모든 영역을 섭렵할 수 있었다. 2000년 ‘야후’에 합류해 최초의 인터넷 뉴스 서비스인 ‘야후뉴스’로 대박을 터뜨렸고, 이후 NHN으로 옮겨 ‘지식검색’과 ‘포털뉴스’로 그야말로 인터넷 시장을 석권하는 신화를 창조해냈다. 열정과 비전뿐 아니라 뚜렷한 실적을 바탕으로 하여 NHN의 CEO 자리에 오른 최 대표의 다음 목표는 NHN을 ‘세계 10위권 인터넷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시장 1위이기 때문에, 국내 경쟁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이제 인터넷 시장은 온ㆍ오프라인이 통합되는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향후 포털의 역할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
“말 그대로 엄청나게 기대한다.(웃음) 인터넷이 유선의 한계를 넘어 무선으로 연결되면 유쾌하고 실용적인 서비스들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우리를 성장시켜 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환경에 감사한다. 새로운 시도와 경험이 즉각 경쟁력으로 돌아와 더 큰 시장에서 만개할 수 있었다.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기업가적인 의욕으로 충만한 상황이다.”
NHN의 성장은 말 그대로 경이롭다. 우리 인터넷 기업 성장 동력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돌이켜보면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망(network)을 깔았고, 업체들은 좋은 PC를 싼값에 대량 생산했다. 여기에 아이디어 넘치는 젊은이들이 벤처에 뛰어들었고, 또한 이에 열광하는 2000만 누리꾼(네티즌)들이 있었다. 새로운 시도와 경험이 우리를 끊임없이 단련시켜, 일본에 혈혈단신으로 들어가서 최고의 엔터테이먼트 사이트를 만들어냈고 중국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는 야후, MSN,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이 우리보다 경쟁력이 약한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구글·야후·이베이의 기업가치가 삼성전자 60조원에 필적하는데, 현재 NHN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어느 정도의 가치가 적절하고, 어떻게 키울 계획인가.
“모두가 국내 인터넷 시장의 정체를 말하고 해외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나는 국내 인터넷 사업이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진입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중이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다양한 수익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메이저 국가 가운데 외산 검색엔진이 아니라 토종 검색엔진이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러한 성장이 해외로 뻗어나간다면 우리도 구글과 야후에 견줄 수 있을 것이다. NHN의 한-중-일 대표가 모여 비전을 얘기하면 공공연히 100조원의 기업가치가 회자된다. 농담이 아니다.”
그런데 NHN의 일본 진출은 확실한 1위 기업으로 어느새 IPO(기업 공개)까지 검토하는 상황이지만, 중국 진출은 생각보다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여름 직접 방문해봤는데, 여러 가지 고민이 엿보였다.
“중국 시장은 활력 넘치고 성장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더 배우고 더 많은 시도를 해야 할 때다. 눈앞의 매출을 극대화해 대외적으로 과시하기보다는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의 수익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포털의 무선시장 진출이 힘겨워 보인다. 과거 망 개방을 약속했던 정부의 의지가 흔들렸기 때문인데, 망 개방이 빨라졌다면 현재 엄청난 서비스가 나와 이용자들도 크게 늘었을 것이다. 반대로 경쟁을 거부하는 통신사업자 손해가 더 커 보이는데….
“망 사업자들이 점차 서비스 사업을 시도하면서 폐쇄형 구조를 언급하는 것이 걱정스럽다. 무선인터넷 분야만 해도 우리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점점 할 수 없는 구조가 돼가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이 통신 사업자들과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하지 못하는 구조가 안타까울 뿐이다.”
KT가 불러일으킨 인터넷 종량제 논란 역시 이와 유사한 구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인터넷 종량제란 포털에 재앙이나 다름없고, 게다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요소까지 갖고 있다. 현재 한국의 망 사업자들과 인터넷 업체들이 서로 파이를 뺏어먹을 상황이 아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뉴미디어의 대표격인 DMB(디지털멀티미디어 방송)와 와이브로(초고속 무선인터넷) 사업을 최초로 시도하는 나라인데, 이 같은 환경과 경험을 해외로 진출하는 시장구조로 만들어야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대한민국 IT 산업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잊지 않았으면 한다.”
NHN의 가장 껄끄러운 경쟁상대는 어디인가. 역시 이동통신사인가.
“아니다. IT 업계란 자신이 설정한 미래에 대한 예지력과 통찰력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고 했을 때, NHN의 경쟁상대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이 될 수밖에 없다. 1인 미디어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국내 통신기업의 발빠른 행보가 놀라우면서도 그것을 대세로 인정하기 어렵다.”
패러다임이 비슷한 업체들끼리의 정면승부란 뜻인가.
“현재의 디바이스나 OS(운영체제)는 끝이 아니다. 윈도우XP의 다음 버전은 PC 검색을 선언했고, 최강의 검색엔진 구글 역시 한국에서의 투자를 본격화했다. 그들에 비해 조직력, 자금력 등 모든 것이 영세하지만 우리 또한 글로벌을 지향하기 때문에 국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큰 판을 벌일 생각이다. 더 이상 국내 업체들끼리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
일본 ‘라이브 도어’가 후지TV를 인수한 사건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졌나. 최근 미디어의 통합이 상당한 이슈인데, NHN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온·오프의 통합을 쉽게 예단해선 안 된다. 2000년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할 때도 추가적인 합병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미디어의 통합은 시너지 효과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해진 방향도 있을 수 없다. NHN의 지향점은 ‘정보 포털’이므로 제대로 된 정보만이 필요할 뿐이다. 만일 지분관계로 인해 특정 미디어에 편중된 뉴스나 메시지를 대중에게 강요해야 한다면, 과연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에 도움이 될 것인가. NHN의 미래는 ‘검색’이란 수익에 의존하는 탓에 기존 미디어와의 특수 관계는 역효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는 영향력이나 권력을 필요치 않고 오로지 수익모델만을 좇을 뿐이다. 어떤 포털사가 직접 취재기자를 고용해 언론을 지향할 때 ‘NHN은 그들과 다르다’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제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네이버 지식인에서 나오는 자료를 리포트로 제출하지 말라’고 한다. 교수나 기자도 네이버에 없는 지식을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됐다. 이른바 지식인의 위기인데…(웃음), ‘네이버 지식인’ 같은 획기적인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했고, 이를 넘어서는 또 다른 비장의 무기는 무엇인가.
“우선 정답부터 말하자면 네이버 검색의 궁극은 인류 지식의 정수인 ‘책 검색’이 될 것이다. 그간 네이버는 한국어 검색의 질과 양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창조됐다. 뉴스의 데이터베이스화, 날마다 새로워지는 백과사전, 고급 정보인 학술논문의 유료화 등이 NHN의 대표작들이다. 이제는 묻고 답하는 지식검색을 넘어, 책이란 고급 콘텐츠를 포괄하기 시작했다. 이는 즉각 도서 매출의 증대로 이어져 출판사와 독자 그리고 포털이 ‘윈-윈’하는 이상적인 모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토종 검색엔진의 국내 시장 장악은 경제적 의미 외에 또 무엇이 있는가.
“정보화 사회의 핵심 경쟁력은 가장 효율적인 정보를 최대한 빨리 얻는 것이다. 애초 한국어 디지털 정보는 영어권에 비교할 수준이 못 됐다. 이는 한국어 검색의 부실로 이어져 대한민국의 정보화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됐다. 결국 네이버는 한국어 콘텐츠 증가와 고급화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고 자부한다. 국수주의자는 아니지만 네이버가 앞장서 구글과 야후가 꼼작 못하게 막아서고, 동시에 세계로의 진출에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다른 측면도 있다. 우리 어릴 적, 집에 백과사전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의 숙제는 질이 달랐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이 나빠서 공부와 멀어지는 일은 사라졌다. 정보가 놀랄 만큼 평등하게 재분배됐다. 포털, 특히 검색이란 분야는 사회·문화적 영향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미디어라고 자부한다.”
최근 포털뉴스가 논란거리다. 매일 2000여만명이 드나드는 포털의 초기화면 뉴스가 여론을 좌지우지할 정도가 됐다. 언론 콘텐츠 제작자 위치에서는 포털뉴스가 신문 산업을 망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과연 기존 미디어들은 포털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보는가.
“사실 우리도 고민이다. 전 세계 유래가 없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네이버는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신문사들은 종이에 들어갈 내용보다 온라인에 걸맞은 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유료화가 실현되면 소비자가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오프라인의 뉴스 브랜드의 경쟁력이 온라인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한 ‘책 검색’으로 출판사와 포털 모두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냈듯, 신문사와의 적절한 모델 또한 가능할 것이다.”
국내에서 사업하면서 혹시 제도나 인식의 차이 때문에 사업에 불편한 것이 있었나.
“최근 포털사가 제공했던 성인 콘텐츠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음란물의 판단은 사법부가 하겠다는 검찰의 태도에 매우 당혹스러웠다. 인터넷 산업이 갖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기존 가치관과의 충돌을 불러오곤 한다. 게임만 하더라도 그간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단점만 집중 부각됐는데, 전 세계 게임시장 규모가 반도체시장 규모와 비슷할 정도가 됐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우리가 무시했던 분야가 우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 것이다. 걱정은 많지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존재하고, 이 같은 변화를 겪어온 정책 결정권자들의 경험 또한 소중한 자산이므로 잘 풀릴 것으로 본다.”
● 최휘영(41) NHN 공동대표
- 서강대 영어영문학과(1990년)
- 연합뉴스·YTN 기자(1991~2000년)
- 야후코리아(2002년)
- NHN㈜ 네이버본부 기획실 실장
- NHN㈜ 네이버 부문 부문장
- 현 NHN㈜ 공동 대표이사
● 대담자 이경전 교수(36)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대학 경영과학과
- KAIST 산업경영학과 박사
-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박사
- 고려대 경영학과 조교수
- 현 경희대 e-비즈니스 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