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는 치질뿐 아니라 모든 질환의 원인이다.
이모씨(27·여)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만성변비로 고생했다. 그동안 변을 볼 때마다 통증이 심하고 휴지에 피가 조금묻어 나오는 일이 있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내왔다. 그러다 3개월 전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으로 눈물을 한바탕 쏟고 나서야 병원을 찾았고 만성치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열은 치핵·치루와 함께 치질의 3대 질환. 항문 주위가 찢어진 상태를 급성치열, 이것이 3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괄약근이 노출되고 상처에 세균이 침입해 염증을 일으킨 상태를 만성치열이라고 한다. 변비는 치열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치열 환자의 대부분이 젊은 여성인 까닭도 변비가 젊은 여성에게 많기 때문이다.
변비가 생기면 딱딱하고 마른 대변 때문에 연한 조직으로 되어 있는 항문 피부에 상처가 날 수 있다. 또 괄약근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힘을 주면 항문 주변이 찢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상처가 낫지 않은 상태에서 변을 볼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상처에 염증이 생기고 괄약근이 노출되며 섬유화가 진행된다. 괄약근이 섬유화된다는 것은 배변시 벌어져야 할 항문의 탄력성이 떨어져 충분히 이완되지 않아 좁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처럼 만성치열이 되면 변을 볼 때마다 좁아진 항문 때문에 상처가 쉽게 생기고, 변비가 심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10~30대 여성 가장 큰 고민
급성치열을 치료하려면 먼저 변비를 다스리고 약 2주간 좌욕과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하지만, 만성치열에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수술 방법은 좁아진 내괄약근을 부분 절개해 항문을 넓혀주는 것. 내괄약근의 일부만 절개하기 때문에 위험하진 않지만 반드시 숙련된 의사에게 수술받아야 한다. 내괄약근을 많이 절개하면 항문이 샐 수 있고, 조금 절개하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적절하게 절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이는 의사의 숙련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변비는 치열, 치질뿐만 아니라 대장암과 심장병, 담석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 여드름, 기미 등 피부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두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변비 예방에는 야채 등 식이섬유가 많이 든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변비치료 ‘3-3-3 요법’을 제안한다. 첫 번째가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고 먹는다. 변비 환자는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으려고 밥을 적게 먹는다. 하지만 식사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배변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변을 보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두 번째는 아침식사 후 30분 안에 화장실에 간다. 식후엔 위가 팽창하고 대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변의가 생긴다. 이때를 이용해 화장실에 가면 쉽게 변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분과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한다. 대변의 70%가 물이기 때문에 물을 하루에 2ℓ 이상 마시면 변비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마시는 것을 생활화하면 좋다. 섬유질은 자기 무게의 40배나 되는 수분을 흡수해 변을 부드럽게 만들고 변의 양을 늘려준다. 또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 배변을 쉽게 해준다. 걷기나 달리기 같은 전신운동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배변을 촉진할 수 있다. 이밖에도 변비 예방을 위해선 화장실에 5분 이상 앉아 있지 않도록 하고, 배변 후 항문을 깨끗이 닦아준다.
대장항문 전문의 송도병원 이종균 이사장은 특히 평소의 섬유질 복용을 권하고 있다. 최근 먹기 쉽고 휴대하기 편한 식이섬유 보충용 건강식품을 개발한 이 이사장은 “식생활의 변화로 인한 식이섬유의 부족이 최근의 대장암 발생률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며 “식이섬유의 복용은 건강 예방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치질 수술 후 대변 보기를 너무 어려워하는 환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