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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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간 ‘정글 소녀’ 생존기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4-09-10 2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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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간 ‘정글 소녀’ 생존기
    한국에 ‘말죽거리 잔혹사’가 있다면, 미국엔 ‘퀸카로 살아남는 법’(사진)이 있다. 9월3일 개봉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입 소문을 타고 여성 영화 팬 사이에 인기다. 이 영화는 10대를 위한 틴 무비로 홍보되었지만, 엄마들이 ‘딸들을 이해하기 위해 봐두어야 할 부모 교육용 영화’로도 꼽힌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여왕벌과 여왕벌을 꿈꾸는 아이들: 당신의 딸을 파벌과 남자친구, 그리고 몇 가지 현실적인 청소년기의 문제에서 살아남게 도와주는 법’을 기초로 쓰여졌으며, 원제는 ‘사악한 소녀들(Mean Girls)’이다. 10대를 타깃으로 한 영화지만 현재 미국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린 풍속도로 미국 개봉 당시에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최첨단 ‘블링블링족(요란한 액세서리족)’이나 뱀파이어 메이크업, 최신 렉서스와 구찌, 주이시 쿠틔르 등이 가득한 2004년판 패션 매거진이기도 하다.

    영화 주인공 케이디는 학자 부모를 따라 15살까지 아프리카 초원에서 살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는데, 그곳은 ‘문명 사회’라는 또 다른 정글일 뿐이다. 케이디가 들어간 학교에는 다양한 종이 다니고 있다. 가꾸고 다듬는 데 열심인 ‘자뻑파’와 시니컬한 재야파가 있는가 하면, 돈 많고 ‘쿨’한 아시아인들, 세상물정 모르는 아시아인들, 게이들은 물론 왕따 학구파도 있다. 케이디는 이중, 삼중 생활을 하며 이 속에서 살아남고자 노력하지만 스스로 ‘자뻑파’임을 은근히 즐긴다. 영화는 사소한 규칙과 화장, 말 습관과 태도를 통해 이들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내며,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것이 코믹하지만 결코 가볍게 흘려보낼 수만은 없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청소년기는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으며 위험과 시련을 겪어내야 하는 시기임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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