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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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에 거래량 증가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주춤할 듯

금리 등 투자 환경 여전히 불안… 강남 4구 실거래가격지수 하락 전환

  •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입력2024-04-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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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당분간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외 투자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4주 연속 상승하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반등 기대감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상승세가 이어질지, 반짝 상승에 그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아파트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투자전략을 진단해본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신규 주담대 금리 상승 가능성

    최근 글로벌 환경은 투자시장에 호의적이지 않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시장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연준이 2024년 하반기까지 최소한 3번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경제성장률, 실업률,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여 추가 금리인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정세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등 국제 정세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원유 가격 인상은 물론, 달러/원 환율 강세를 부추겨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금리인하도 요원해졌다. 4월 19일 기준 금융투자협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기준금리가 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3.858%로 같은 달 1일(3.737%)보다 0.121%p 올랐다.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규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3.49~5.62% 수준으로,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부동산시장 상황은 어떨까.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4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4월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03% 상승했다. 3월 넷째 주 0.01% 상승해 지난해 11월 말 이후 처음으로 한 달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900건(24일 기준)이었다. 2021년 8월(4065건)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글로벌 환경과 국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과 거래지표는 양호한 데다, 일부 단지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일견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에 수요자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거래량 증가는 주택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집값이 반등하거나 하락해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증거다. 다만 수요자들은 시장 시그널이나 정부 정책에 후행적으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국내외 경제 및 정치 환경이 투자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5월 이후 주택시장 지표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크다.

    매매가격지수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실거래가격지수는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보여준다. 3월 서울 아파트 잠정 실거래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27% 떨어졌다. 도심권(종로·중·용산구)과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구)은 각각 2.34%, 0.47% 올랐지만 고가 단지가 많은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은 0.79% 하락했다. 올해 1월(0.37%), 2월(0.62%) 상승한 동남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가 다시 하락한 것이다. 보통 실거래가격지수 흐름은 3~4개월 후 매매가격지수에 반영된다. 향후 집값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의 선도 역할을 하는 동남권 실거래가격지수가 하락한 것은 주택시장 상승 기조가 견고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올해 아파트 시장, 중저가 실수요 중심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 24일까지 거래량이 많았던 서울 아파트 단지 톱(top) 3는 가락동 헬리오시티(83건), 고덕동 고덕그라시움(56건), 잠실동 리센츠(52건)로 송파구·강동구 대단지다. 다만 돈암동 한진한신(38건),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36건),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36건)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려 서울 강북 외곽의 평균 시세 단지를 중심으로 손바뀜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부동산시장은 가격이 하락한 곳을 중심으로 입지가 좋은 15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로 갈아타는 수요가 견인했다. 반면 올해는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가 시장 분위기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택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지표인 전셋값 흐름이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8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4.5 오른 110.8을 기록했다. 전세가격지수가 100을 넘기면 전세 가격 상승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갱신율은 4월 36%로, 지난해 평균치(27%)를 상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 단비가 될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감소 추세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139채로 지난해 3만570채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1만2000채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주하는 올해 말까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예년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전셋값 상승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높아 고가 아파트 주담대가 녹록지 않지만,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전세를 안고 주택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장 집값 상승의 강력한 시그널을 찾기 어려워 갭투자는 인기 지역 급매물에 국한될 공산이 크다.

    결국 3월 이후 거래량 증가로 이어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세는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외 투자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기에 전반적인 주택시장은 당분간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의 안정과 금리인하가 가시화할 경우 잠재된 매입 수요가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따라서 입지가 좋은 대단지, 가격이 하락한 인기 단지 급매물을 중심으로 갭투자, 실수요 거래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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