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출마가 예상되는 새누리당 중진들. 김문수 경기도지사,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 김 지사와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도 고심 중이다.
차기 대통령선거(대선)를 위한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가 점쳐지는 한편 신진등용, 개혁공천 움직임도 일고 있어 7·30 재보선은 ‘별들의 전쟁’이 될지, ‘별들의 무덤’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한 여야는 향후 정국 주도권을 놓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을 벌여야 할 상황. 새누리당은 6월 17일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공천 작업에 착수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철수 공동대표가 ‘중진들의 선당후사’를 강조하면서 개혁공천과 혁신을 위한 활로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 ‘별들의 전쟁’ 수도권
여야 가릴 것 없이 거물급 인사들이 수도권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수도권은 ‘별들의 전쟁’이 될 공산이 크다.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치러지는 서울 동작을에선 새누리당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황식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이혜훈 전 최고위원의 출격 가능성이 거론된다. 새정치연합에선 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의원, 안 공동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대변인, 박용진 홍보위원장 등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도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어떻게 교통정리가 될지 예상할 수 없는 곳이 됐다. 새누리당 역시 김 전 총리는 연말 주중대사 임명설이, 김 지사와 나 전 의원은 7·14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현재로선 오리무중.
경기도 정치 1번지 수원시에서는 3개 지역구에서 재보선이 치러진다. 경기도지사 출마로 의원직을 사퇴한 새누리당 남경필 당선자(수원병)와 새정치연합 김진표 전 의원(수원정) 지역구에선 보궐선거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새정치연합 신장용 전 의원 지역구(수원을)에선 재선거가 치러진다.
새누리당에선 서울 동작을 출마 예상자들과 함께 박흥석 당협위원장, 염규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임종훈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원비서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문수 지사는 ‘현직으로 같은 지역권에 선거 120일 전까지 활동 경력이 없어야 한다’는 법적 제한 때문에 경기 지역 출마는 불가능하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이태규 사무부총장, 김재두 전 수석부대변인, 백혜련 전 검사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은 “공천은 당이 결단할 문제”라며 일단 몸을 낮췄지만 경우에 따라 계파 간 공천 갈등도 예상된다. 여야는 수원병은 새누리당 성향이, 수원정은 새정치연합 조직표가 강한 만큼 수원을 공천에 고심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의 출마와 이재영 전 의원의 의원직 박탈로 치러지는 경기 김포와 평택을 선거에선 전직 대통령 측근들이 출마를 서두른다. 김포에서는 새누리당 진성호 전 의원과 배성례 국회 대변인, 홍철호 김포시 당협위원장 등이, 새정치연합 김다섭 전 김포지역위원장, 무소속 탤런트 이재포 씨와 김두섭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출마도 점쳐진다.
평택 선거에서는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한 ‘MB(이명박)맨’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3선(選) 관록의 새정치연합 정장선 전 의원 간 빅 매치가 최대 관심사. 국회 보좌관 출신의 유의동 평택발전연구소장도 새누리당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새정치연합 이계안 전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국회 컴백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중진들.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정장선 전 의원(왼쪽부터).
전남 순천·곡성은 박근혜 대통령과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서갑원 전 의원이 일제히 출사표를 던져 ‘왕의 남자’ 간 불꽃 튀는 대리전이 예상된다. 순천·곡성은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사건과 관련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재보선 지역이 된 곳. 이 전 수석은 김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자 주소를 고향인 곡성으로 옮겼다. 2012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해 40% 가까이 득표한 저력을 바탕으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지역주의에 도전한다는 정치적 의미도 갖게 됐다.
‘노무현의 남자’ 서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곡성군과 선거구가 통합되기 전 순천시에서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사건으로 2011년 의원직을 상실한 서 전 의원으로서는 고토(古土) 회복과 정치적 명예 회복 의미가 크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KBS 앵커 출신 조 전 수석은 2011년 순천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21%를 득표했고, 이듬해 19대 총선에선 서울 용산구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 46%를 얻은 저력에 기대를 건다. 고재경 전 강기정 의원 보좌관과 안철수 공동대표 측 구희승 변호사도 도전장을 내 공천 전쟁이 주목된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서갑원 전 의원(왼쪽부터).
서병수 전 의원의 부산시장 선거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부산 해운대·기장갑 지역에는 예비후보들이 구름같이 몰리고 있다. 4선의 서 부산시장 당선자가 12년간 독점한 곳인 만큼 신진들의 도전이 거세다.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과 배덕광 전 해운대구청장, 박상헌 정치평론가, 김영준 전 부산시장 특보, 김세현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 등 16명이 출마의사를 밝혔거나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옆 동네인 해운대·기장을에서 3선을 하다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친이(친이명박)계 안경률 전 의원과 친박계 현기환, 이종혁 전 의원도 가세해 무한경쟁을 예고한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새누리당은 전략공천을 검토 중이다.
야권에서는 부산이 고향인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와 새정치연합 윤준호 부산시당 대변인, 통합진보당 고창권 부산시당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본인이 부인하는데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새정치연합은 안 공동대표의 고향이자 6·4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오 후보가 49.3%(서 당선자는 50.7%)를 득표한 만큼 ‘부산 대첩’을 기대하는 눈치다.
정치평론가 이종훈 정치학 박사는 “7·30 재보선은 정국 운영을 놓고 여야 간 한판 줄다리기라는 의미와 함께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세력화 가능 여부도 확인할 수 있는 선거”라며 “대권 잠룡들의 공천 여부와 부산 선거 결과는 20대 총선과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