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2014 브라질월드컵이 벌써 중반으로 치닫고 있다. 개막전 첫 골이 개최국 브라질의 자책골이었고, 네덜란드가 강력한 우승 후보인 스페인을 5-1로 꺾는 등 초반부터 이변을 낳은 경기가 속출하면서 이번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월드컵은 빈민촌 골목길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브라질의 가난한 소년부터 주말이면 멋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가까운 잔디구장으로 일상처럼 모여드는 유럽인, 한국 팀의 선전을 응원하려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거 운집하는 서울 시민까지 그야말로 지구촌 거의 모든 사람을 TV 앞으로 끌어모으는 이벤트다. 2010 남아공월드컵의 결승전은 10억 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한 사건 일어날 때 거품 발생
그러나 월드컵은 이렇게 축구만을 위한 향연은 아니다. 적잖은 사람이 축구와는 다른 어떤 것을 떠올린다. 월드컵이 불러오는 경제 특수다. 월드컵 경제 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광고시장이다. 그라운드를 성처럼 둘러싼 현란한 전자식 광고판도 그렇지만, 잠깐씩 쉬는 동안 화면을 채우는 TV 광고의 단가 또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에서 30초 광고의 단가는 38만9000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2006 독일월드컵의 12만9000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인상된 액수다. 하지만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미국프로풋볼리그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경기의 광고 단가 400만 달러에 비하면 아직은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월드컵 특수는 광고시장뿐 아니라 식음료시장에도 있다. 올해 슈퍼볼 경기가 진행되는 몇 시간 동안 미국인이 TV 중계를 지켜보며 먹어 치운 닭 날개 수만 12억5000만여 개라고 한다. 미국인에게 닭 날개가 있으면 한국인에게는 치킨과 맥주, 이른바 ‘치맥’이 있다.
그런데 개최국 브라질과 12시간 시차가 있어 한국 시간으로는 주로 새벽 시간대에 우리 팀의 경기가 열려 치맥을 가까이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또 이튿날 이어질 새벽 경기를 시청하려고 퇴근 후에도 귀가를 서두를 테니 위축된 내수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모처럼의 월드컵 특수가 아쉽게도 실종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경기 관람이나 시청 따위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람의 머릿속에도 월드컵 하면 결코 떠나지 않는 경제적 화두가 또 있다. 부동산 거품이다. 한국이 그랬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아파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앞서 1988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전에도 그랬다.
그러니 지금 지구 반대편이긴 하지만 월드컵과 올림픽을 동시에 앞둔 브라질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브라질이 2014 월드컵 개최권을 따내면서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던 리우데자네이루(리우)의 부동산값은 브라질이 2016 올림픽 개최권마저 따내자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 6년 동안 리우의 부동산값은 250%, 그리고 가까이 있는 상파울루의 부동산값도 200%나 상승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해뒀다가 틈만 나면 기어코 재현해낸다. 그러나 거품은 언젠가는 반드시 터진다. 역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예외를 허용치 않았다. 그런데도 전쟁이 끝나거나, 철도 또는 고속도로가 새로 들어서는 등의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쯤에는 거품이 발생하는 일이 많았다. 스페인과의 오랜 전쟁이 끝났던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 튤립광풍이 일었고, 또 새로운 철도망을 건설하는 투자붐이 일면서 1840년대 영국에서, 또 1860년대 미국에서 철도회사 주식에 대한 거품이 생겼다. 아주 최근 사례로 소개할 수 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켰던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의 뒤에도 금융혁신이라는 새로운 이벤트가 있었다.
금리 올려 인플레이션 막고 있어
거품이 일어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거품 진위에 대한 논쟁이다. 현재 진행되는 자산가격의 급격한 상승 현상이 거품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해답이 분명하다. 그전 수년 동안 장기적 추세에 비춰 누가 봐도 지나쳐 보이면 거품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말을 앞세우며 애써 부인한다. 늘 그랬다. 지금 브라질에서도 당연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연구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거머쥔 미국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까지 브라질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다고 언급했는데도 브라질 현지 투자자들은 외국인까지 부동산 매입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앞세우며 거품이 절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브라질 정부 역시 브라질 부동산시장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시장과는 다르다고 항변하며 거품 논쟁을 일축한다. 실제로도 국민총생산(GDP) 대비 모기지 대출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미국에 비해 브라질은 현재 10%에 불과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부동산 매입이 대부분 투자용이기보다 실수요용인 점도 금융위기 전 미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금융위기 후 신흥국 주도로 글로벌 경제가 잠시 회복세를 강하게 보일 때 원자재 수출로 큰 재미를 보면서 그 여세로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권 2장을 연이어 손에 쥔 브라질은 글로벌 경제가 다시 지지부진해지면서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최근엔 인플레이션마저 머리를 들자 금리를 올려 간신히 견디는 중이다.
그러나 어떤 경제도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는 고금리를 오래 견딜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이 오래 가면 외환위기와 함께 경제위기가 불가피해진다. 더욱이 브라질은 이미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겪었던 터라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관대한 대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위기가 오면 최근 수년간 상승세가 지나쳤다는 평가를 받아온 부동산시장부터 먼저 된서리를 맞는다. 물론 부채로 모래성을 쌓았던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만큼 국민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브라질 국민에게 적잖은 고통을 요구할 것이다.
역사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축구팬이 월드컵 기간 경기 시청뿐 아니라 월드컵 종료 후에 전개될 브라질 부동산시장의 귀추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축구와 경제에 대한 안목을 함께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은 빈민촌 골목길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브라질의 가난한 소년부터 주말이면 멋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가까운 잔디구장으로 일상처럼 모여드는 유럽인, 한국 팀의 선전을 응원하려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거 운집하는 서울 시민까지 그야말로 지구촌 거의 모든 사람을 TV 앞으로 끌어모으는 이벤트다. 2010 남아공월드컵의 결승전은 10억 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한 사건 일어날 때 거품 발생
그러나 월드컵은 이렇게 축구만을 위한 향연은 아니다. 적잖은 사람이 축구와는 다른 어떤 것을 떠올린다. 월드컵이 불러오는 경제 특수다. 월드컵 경제 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광고시장이다. 그라운드를 성처럼 둘러싼 현란한 전자식 광고판도 그렇지만, 잠깐씩 쉬는 동안 화면을 채우는 TV 광고의 단가 또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에서 30초 광고의 단가는 38만9000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2006 독일월드컵의 12만9000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인상된 액수다. 하지만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미국프로풋볼리그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경기의 광고 단가 400만 달러에 비하면 아직은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월드컵 특수는 광고시장뿐 아니라 식음료시장에도 있다. 올해 슈퍼볼 경기가 진행되는 몇 시간 동안 미국인이 TV 중계를 지켜보며 먹어 치운 닭 날개 수만 12억5000만여 개라고 한다. 미국인에게 닭 날개가 있으면 한국인에게는 치킨과 맥주, 이른바 ‘치맥’이 있다.
그런데 개최국 브라질과 12시간 시차가 있어 한국 시간으로는 주로 새벽 시간대에 우리 팀의 경기가 열려 치맥을 가까이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또 이튿날 이어질 새벽 경기를 시청하려고 퇴근 후에도 귀가를 서두를 테니 위축된 내수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모처럼의 월드컵 특수가 아쉽게도 실종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경기 관람이나 시청 따위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람의 머릿속에도 월드컵 하면 결코 떠나지 않는 경제적 화두가 또 있다. 부동산 거품이다. 한국이 그랬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아파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앞서 1988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전에도 그랬다.
그러니 지금 지구 반대편이긴 하지만 월드컵과 올림픽을 동시에 앞둔 브라질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브라질이 2014 월드컵 개최권을 따내면서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던 리우데자네이루(리우)의 부동산값은 브라질이 2016 올림픽 개최권마저 따내자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 6년 동안 리우의 부동산값은 250%, 그리고 가까이 있는 상파울루의 부동산값도 200%나 상승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해뒀다가 틈만 나면 기어코 재현해낸다. 그러나 거품은 언젠가는 반드시 터진다. 역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예외를 허용치 않았다. 그런데도 전쟁이 끝나거나, 철도 또는 고속도로가 새로 들어서는 등의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쯤에는 거품이 발생하는 일이 많았다. 스페인과의 오랜 전쟁이 끝났던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 튤립광풍이 일었고, 또 새로운 철도망을 건설하는 투자붐이 일면서 1840년대 영국에서, 또 1860년대 미국에서 철도회사 주식에 대한 거품이 생겼다. 아주 최근 사례로 소개할 수 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켰던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의 뒤에도 금융혁신이라는 새로운 이벤트가 있었다.
금리 올려 인플레이션 막고 있어
거품이 일어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거품 진위에 대한 논쟁이다. 현재 진행되는 자산가격의 급격한 상승 현상이 거품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해답이 분명하다. 그전 수년 동안 장기적 추세에 비춰 누가 봐도 지나쳐 보이면 거품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말을 앞세우며 애써 부인한다. 늘 그랬다. 지금 브라질에서도 당연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연구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거머쥔 미국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까지 브라질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다고 언급했는데도 브라질 현지 투자자들은 외국인까지 부동산 매입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앞세우며 거품이 절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브라질 정부 역시 브라질 부동산시장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시장과는 다르다고 항변하며 거품 논쟁을 일축한다. 실제로도 국민총생산(GDP) 대비 모기지 대출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미국에 비해 브라질은 현재 10%에 불과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부동산 매입이 대부분 투자용이기보다 실수요용인 점도 금융위기 전 미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금융위기 후 신흥국 주도로 글로벌 경제가 잠시 회복세를 강하게 보일 때 원자재 수출로 큰 재미를 보면서 그 여세로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권 2장을 연이어 손에 쥔 브라질은 글로벌 경제가 다시 지지부진해지면서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최근엔 인플레이션마저 머리를 들자 금리를 올려 간신히 견디는 중이다.
그러나 어떤 경제도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는 고금리를 오래 견딜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이 오래 가면 외환위기와 함께 경제위기가 불가피해진다. 더욱이 브라질은 이미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겪었던 터라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관대한 대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위기가 오면 최근 수년간 상승세가 지나쳤다는 평가를 받아온 부동산시장부터 먼저 된서리를 맞는다. 물론 부채로 모래성을 쌓았던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만큼 국민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브라질 국민에게 적잖은 고통을 요구할 것이다.
역사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축구팬이 월드컵 기간 경기 시청뿐 아니라 월드컵 종료 후에 전개될 브라질 부동산시장의 귀추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축구와 경제에 대한 안목을 함께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