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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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릴레이 페스티벌’ 즐겨라!

유럽 여름 음악축제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4-06-23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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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법에는 등정주의와 등로주의가 있다. 등정주의는 어디를 올랐느냐를 따지고, 등로주의는 어떻게 올랐느냐를 따진다. 이는 등산 영역만이 아니다.

    방학과 휴가철 해외여행이 비교적 흔해진 지 오래다. 가깝게는 일본과 아시아부터 유럽, 아프리카, 남미에 이르기까지 여행지는 다양해졌고 넓어졌다. 여행 방법도 다채로워졌다. 패키지여행은 이제 구시대 유물. 인터넷으로 항공권은 물론 직접 숙소를 잡는 것도 평범하다. 숙박업소가 아닌 현지인 집을 빌려 잠자리를 해결하고 친구도 만나는 카우치서핑은 가난한 여행자의 새로운 등로다. 자전거나 도보로 대륙을 횡단하는 ‘용자’의 기록도 서점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방법을 넘어서는, 내용 측면에서의 다양성은 부족한 게 현실. 관광지가 아닌 자신만의 테마를 짜서 떠나는 여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유럽 휴가철이 시작되는 이맘때는 음악이란 테마로 여행을 꾸릴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6월 말 유럽에는 페스티벌 벨트가 형성된다. 매년 6월 마지막 금, 토, 일요일에 열리는 글래스턴베리를 시작으로 7월에 이르기까지 매주 서유럽 어디선가는 반드시 페스티벌이 열린다. 마치 월드컵 조처럼 몇 개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뮤지션군(群)이 페스티벌별로 교차해 유럽 여름을 음악으로 물들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앞서 말한 글래스턴베리다. 영국 런던에서 버스로 3시간 반 정도 떨어진 서머싯 주 글래스턴베리 시 워시 농장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1970년부터 시작된 음악 축제의 아버지 같은 존재다. 롤링스톤스, U2, 브루스 스프링스틴, 메탈리카 등 다른 어떤 페스티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거물들이 서는 유일한 페스티벌 무대이기도 하다. 올해도 역시 수십 개 스테이지에 수백 팀 뮤지션이 오른다. 그야말로 음악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시에 솟아오르는 사흘간의 꿈이다.



    글래스턴베리가 끝난 직후, 즉 7월 첫 주말에는 벨기에에서 록 베르히터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린다. 이 페스티벌 역시 1975년부터 시작한 유서 깊은 행사다. 글래스턴베리의 재미 절반이 각국에서 모여든 팬을 구경하는 맛이라면, 록 베르히터는 순수하게 공연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다. 무대도 심플하게 두 개만 운영할뿐더러 대부분 ‘알짜’는 메인 스테이지에 오르니 ‘닥치고 공연 감상’이면 충분하다.

    올해 라인업 역시 엄청나다. 나흘간 메탈리카, 펄잼, 킹스 오브 리온, 악틱 몽키스가 각각 헤드라이너를 장식한다. 그 외 팀들 역시 쟁쟁함에서는 결코 글래스턴베리에 꿀리지 않는다. 인구 1200만 명의 벨기에에서 이 정도 규모의 라인업이 가능한 건 글래스턴베리가 끝난 후 유럽 대륙으로 진입한 대규모 뮤지션 군단이 각지로 찢어지기 전 거쳐야 하는 곳이 벨기에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가족 단위 관객이 여가를 보내기 좋은 소규모 페스티벌과 수만 명 관객이 운집하는 블록버스터급 페스티벌이 멈추지 않고 열린다. 혹시 유럽여행 계획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정에 맞는 페스티벌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페스티벌에 음악만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이 있다. 열린 마음이 있다. 일상을 벗어난 특별함이 있다. 보통 일정에서는 만나기 힘든 여행의 등로주의, 그 한 코스로 페스티벌을 택하면 후회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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