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한(恨)을 풀 수 있을까.”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10월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자 민주당 한 관계자가 독백처럼 흘린 말이다. 따지고 보면 김대표만큼 정치적 중량감에 비해 ‘금배지’와 인연이 잘 닿지 않는 정치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총선 당시 경북 울진-봉화에서 13표 차로 떨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총선 후 재검표를 요구했고 뒤이어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할 만큼 ‘의원직’에 맺힌 응어리가 크다. 김대표가 “선거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며 심경의 일단을 피력할 정도. 한때 충격을 이기지 못해 정계 은퇴까지 생각한 그였다. 과연 김대표는 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쌓인 한을 풀 수 있을까.
김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재·보궐 선거 출마설에 일단 부인으로 일관한다. 여당 대표의 출마설이 몰고 올 파장과 당내 분위기를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출마 쪽에 무게를 싣는다. 136(정책연합 3당) 대 132(한나라당) 대 3(무소속)이라는 의석 분포에서 알 수 있듯 재·보궐 선거의 승패는 공동여당의 원내 과반수 확보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사안. 이 때문에 각 당은 될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는 흐름이 팽배해 있고, 민주당도 “김대표 같은 중량감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 것이다.
‘교체설 잠재우고 지지도 올리고’
김대표 측근들도 출마와 관련해 면밀한 검토를 끝냈음을 은연중 암시한다. 대표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대표 진영은 이미 몇몇 지역구를 대상으로 극비리에 유권자 성향 조사에 나서는 등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을 재선거나, 보궐선거 가능성이 높은 서울 중구 등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장영신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서울 구로을까지 범위를 넓혀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표의 재·보궐 선거 출마 타진이 단순히 ‘한’을 풀기 위한 것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김대표를 둘러싼 정치 지형상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승부수 성격이 짙은 것. 한 관계자의 설명.
“원외 대표보다 초선 현역이 낫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김대표는 배지가 없어 많은 손해를 보았으며 상황은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수시로 대표 교체론설이 터져 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뭔가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원외 대표’의 설움이 잔뜩 묻어나는 푸념이다. 실상 김대표는 배지 없는 설움을 톡톡히 당했다. 보궐 선거에 출마해 원내에 입성하면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대표 교체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측근들의 판단이다. 당내에는 지금도 대표 교체와 관련한 일정한 흐름이 있고 이 역시 원외 대표가 겪어야 할 서러움으로 김대표 측근들은 보고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을 비롯해 노무현 고문 등이 앞장서 목소리를 키우고 동교동 구파 인사들이 지원하는 대표 교체론은 한화갑 최고위원의 대표 기용설로 이어진다. 지난 5월 말 정풍운동이 터지기 전에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표설이 동교동 구파에서 흘러 나와 김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다.
내년 대선을 목표로 동교동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한화갑 대표론’은 언론 세무조사 등의 복잡한 정국 탓에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주된 이슈의 하나다. 지난 7월11일 김대표가 기자 간담회를 자청, “대표 교체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외친 것도 이같은 기류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한최고위원의 대권 도전여부가 관건이긴 하지만, 한위원의 판단 여하에 따라 이르면 8월 안에도 대표 교체가 가능하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동교동 관계자들은 “김대표가 대권주자기 때문에 당의 구심적 역할에 한계가 있다”며 “한위원이 대표가 되면 당 색깔이 분명해지고 실세대표로서 당이 힘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이런 기류가 한화갑 김근태 노무현 등 개혁 성향의 트로이카 체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정풍운동 초기에 김대중 대통령이 구상한 당정쇄신 복안이 한위원을 대표로 내세우는 안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대표 교체에 대한 설왕설래를 증폭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렇게 김대표가 떠밀리듯 대표자리를 물러났을 경우다. 그야말로 고문자리 등으로 밀려나 뒷방 신세를 져야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 김대표측으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상황이지만 아무런 대안이나 준비를 하지 않았을 때 이런 현실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재·보궐 선거 출마는 이런 차원에서 논의한 ‘홀로서기’전략이자 김대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원모심려가 엿보인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하면 설혹 대표에서 교체되더라도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것. 김대표 측근들은 김대표의 저조한 인지도나 지지도에 대한 대안 모색 차원에서도 국민의 눈길이 모이는 정치행사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선거를 통해 지지도를 상향 조정하자는 적극적인 발상이다. 자연스럽게 여론의 관심을 끌어 지명도를 높일 수 있고 당선되면 원내로 진입해 말 그대로 ‘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
최근 김대표 측근들이 수도권 20∼40대 학생 주부 직장인을 상대로 ‘집중 그룹 인터뷰’(FGI)를 실시한 결과, 김대표 지지도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집권당 대표를 6개월 이상 맡았지만 대중적 이미지는 구축이 안 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군(群)으로 분류하지 않는 그룹조차 있는 등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최근 모 일간지가 게재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김대표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지지도는 18.3% 대 44.7%로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지난 석 달 동안 가상대결에서 김대표는 17∼19%대의 지지율에 머문 반면, 이총재는 44∼48%대로 앞섰다. 이 수치는 민주당 내 대권후보군 인사들 중 가장 낮은 경쟁률로 분류된다.
한 관계자는 “굳이 이런 분위기로 대표직을 유지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김대표로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고용 사장’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당내 분위기.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지역 조직책과의 조율이 관건인데 지금 분위기로는 지구당 위원장의 ‘우선권’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에 김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김대표는 가장 먼저 ‘차출’될 인물로 거론된다. 김대표로서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다가온 셈이다.
김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재·보궐 선거 출마설에 일단 부인으로 일관한다. 여당 대표의 출마설이 몰고 올 파장과 당내 분위기를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출마 쪽에 무게를 싣는다. 136(정책연합 3당) 대 132(한나라당) 대 3(무소속)이라는 의석 분포에서 알 수 있듯 재·보궐 선거의 승패는 공동여당의 원내 과반수 확보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사안. 이 때문에 각 당은 될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는 흐름이 팽배해 있고, 민주당도 “김대표 같은 중량감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 것이다.
‘교체설 잠재우고 지지도 올리고’
김대표 측근들도 출마와 관련해 면밀한 검토를 끝냈음을 은연중 암시한다. 대표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대표 진영은 이미 몇몇 지역구를 대상으로 극비리에 유권자 성향 조사에 나서는 등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을 재선거나, 보궐선거 가능성이 높은 서울 중구 등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장영신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서울 구로을까지 범위를 넓혀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표의 재·보궐 선거 출마 타진이 단순히 ‘한’을 풀기 위한 것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김대표를 둘러싼 정치 지형상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승부수 성격이 짙은 것. 한 관계자의 설명.
“원외 대표보다 초선 현역이 낫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김대표는 배지가 없어 많은 손해를 보았으며 상황은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수시로 대표 교체론설이 터져 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뭔가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원외 대표’의 설움이 잔뜩 묻어나는 푸념이다. 실상 김대표는 배지 없는 설움을 톡톡히 당했다. 보궐 선거에 출마해 원내에 입성하면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대표 교체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측근들의 판단이다. 당내에는 지금도 대표 교체와 관련한 일정한 흐름이 있고 이 역시 원외 대표가 겪어야 할 서러움으로 김대표 측근들은 보고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을 비롯해 노무현 고문 등이 앞장서 목소리를 키우고 동교동 구파 인사들이 지원하는 대표 교체론은 한화갑 최고위원의 대표 기용설로 이어진다. 지난 5월 말 정풍운동이 터지기 전에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표설이 동교동 구파에서 흘러 나와 김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다.
내년 대선을 목표로 동교동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한화갑 대표론’은 언론 세무조사 등의 복잡한 정국 탓에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주된 이슈의 하나다. 지난 7월11일 김대표가 기자 간담회를 자청, “대표 교체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외친 것도 이같은 기류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한최고위원의 대권 도전여부가 관건이긴 하지만, 한위원의 판단 여하에 따라 이르면 8월 안에도 대표 교체가 가능하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동교동 관계자들은 “김대표가 대권주자기 때문에 당의 구심적 역할에 한계가 있다”며 “한위원이 대표가 되면 당 색깔이 분명해지고 실세대표로서 당이 힘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이런 기류가 한화갑 김근태 노무현 등 개혁 성향의 트로이카 체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정풍운동 초기에 김대중 대통령이 구상한 당정쇄신 복안이 한위원을 대표로 내세우는 안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대표 교체에 대한 설왕설래를 증폭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렇게 김대표가 떠밀리듯 대표자리를 물러났을 경우다. 그야말로 고문자리 등으로 밀려나 뒷방 신세를 져야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 김대표측으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상황이지만 아무런 대안이나 준비를 하지 않았을 때 이런 현실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재·보궐 선거 출마는 이런 차원에서 논의한 ‘홀로서기’전략이자 김대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원모심려가 엿보인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하면 설혹 대표에서 교체되더라도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것. 김대표 측근들은 김대표의 저조한 인지도나 지지도에 대한 대안 모색 차원에서도 국민의 눈길이 모이는 정치행사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선거를 통해 지지도를 상향 조정하자는 적극적인 발상이다. 자연스럽게 여론의 관심을 끌어 지명도를 높일 수 있고 당선되면 원내로 진입해 말 그대로 ‘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
최근 김대표 측근들이 수도권 20∼40대 학생 주부 직장인을 상대로 ‘집중 그룹 인터뷰’(FGI)를 실시한 결과, 김대표 지지도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집권당 대표를 6개월 이상 맡았지만 대중적 이미지는 구축이 안 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군(群)으로 분류하지 않는 그룹조차 있는 등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최근 모 일간지가 게재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김대표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지지도는 18.3% 대 44.7%로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지난 석 달 동안 가상대결에서 김대표는 17∼19%대의 지지율에 머문 반면, 이총재는 44∼48%대로 앞섰다. 이 수치는 민주당 내 대권후보군 인사들 중 가장 낮은 경쟁률로 분류된다.
한 관계자는 “굳이 이런 분위기로 대표직을 유지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김대표로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고용 사장’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당내 분위기.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지역 조직책과의 조율이 관건인데 지금 분위기로는 지구당 위원장의 ‘우선권’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에 김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김대표는 가장 먼저 ‘차출’될 인물로 거론된다. 김대표로서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다가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