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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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견제용 미사일 일본·필리핀에 배치

어디든 배치 가능한 신형 미사일 개발도 ‘한국 패싱’ 정황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4-12-1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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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PrSM 미사일. [미 육군 제공]

    미국 PrSM 미사일. [미 육군 제공]

    최근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에 쏟아붓고 있다. S-400을 제외하면 러시아 방공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한 탄도미사일이다. 이에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6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족집게 타격 무기’ PrSM

    미국 에이태큼스 미사일. [미 육군 제공]

    미국 에이태큼스 미사일. [미 육군 제공]

    이처럼 강력한 에이태큼스지만 미국 입장에선 첨단 무기가 아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에이태큼스는 1990년대 초중반에 생산된 구형 모델이다. 미군에선 차세대 전술탄도미사일 PrSM으로 대체되기 시작한 도태 장비다.

    최근 미국은 에이태큼스를 대체할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을 전술적 용도가 아닌 전략적 목적으로도 사용하려는 모양새다. 12월 3일(현지 시간) 미 육군협회 연례행사에서 육군미래사령부 ‘장거리정밀화력 교차기능팀(LRPF CFT)’을 이끄는 로리 크룩스 준장이 놀라운 발표를 했다. 크룩스 준장은 “현재 미 육군이 PrSM의 다섯 번째 변형(Increment 5·이하 PrSM Inc.5) 개발을 위한 초기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관련 정보를 일부 공개한 것이다. PrSM은 이제 Inc.1 모델 양산이 시작됐는데, 벌써 개량형 4개 종류를 준비 중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PrSM은 에이태큼스를 대체할 차세대 전술탄도미사일로 개발이 추진됐다. 당초 계획은 기본형(사거리 300㎞)과 사거리 연장형(499㎞) 두 종류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PrSM은 미사일 체적을 줄여 에이태큼스 1발이 들어가는 포드에 2발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나아가 명중 정밀도가 더 높은 ‘족집게 타격 무기’로 개발됐다. PrSM 연장형이 499㎞라는 애매한 사거리를 목표로 잡은 이유는 개발을 시작할 때만 해도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INF를 파기하면서 미 육군은 PrSM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당초 INF는 사거리 500~1000㎞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의 개발 및 보유를 금지하는 게 뼈대였다. 이 같은 협정이 파기되면서 미 육군은 PrSM의 사거리 증대와 다목적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8월 9일 미군과 필리핀군의 합동 군사훈련에 동원된 고기동성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 [GETTYIMAGES]

    8월 9일 미군과 필리핀군의 합동 군사훈련에 동원된 고기동성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 [GETTYIMAGES]

    ‌PrSM은 직경 43㎝, 길이 4m다. M270 MLRS(다연장로켓시스템), M142 HIMARS(하이마스·고기동성포병로켓시스템)와 호환되는 규격의 포드에 미사일 2발을 탑재할 수 있다. 현재 배치 중인 PrSM Inc.1은 사거리 499㎞로 지상 고정 표적만 타격 가능한 기본형이다. 물론 ‘사거리 499㎞’는 INF를 의식한 ‘발표용 제원’으로, 실제 사거리는 500㎞ 이상일 것이다. 개발 막바지인 PrSM Inc.2는 미사일 체적은 유지하되 성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사거리가 1000㎞까지 늘어났고 속도도 빨라진 대함탄도미사일(ASBM) 겸용 미사일이다. PrSM Inc.3와 Inc.4는 현재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인 ‘환골탈태 모델’이다. Inc.3는 미사일 체적과 사거리는 유지하면서 탄두 위력을 강화할 계획이고, Inc.4는 미사일 체적은 그대로 두되 사거리를 1000~1500㎞ 이상으로 연장하는 게 목표다.

    이번 발표에서 크룩스 준장은 “사거리 연장을 위해 PrSM Inc.5의 길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이 MLRS나 HIMARS가 사용하는 표준 규격 포드와 호환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 육군은 PrSM Inc.5를 무인 발사 플랫폼에서 운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군이 운용하는 AML, ROGUE 등 무인 발사차량은 수송기, 대형 수송헬기로 공수가 가능하다. 앞으로 미군이 원하는 곳 어디든 1500~2000㎞급 사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이 전개될 수 있음을 뜻한다.

    주한미군 배치 예상 첨단 미사일, 필리핀으로

    한국은 이 같은 미국의 미사일 발사 플랫폼 개발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PrSM은 사거리 300~500㎞급 전술탄도미사일로 기획된 무기다. 그런 무기의 사거리가 1000㎞로 늘어나더니 이제 1500~2000㎞까지 확장되고 있다. 나아가 정규 군사기지가 아닌 곳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무인 플랫폼을 통한 운용이 추진되고 있다. 하나같이 미군 교리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리는 군사전략에 따라 달라지고, 군사전략은 국가안보라는 큰 틀에서 조율되기 마련이다.

    공교롭게도 미군이 신형 미사일 개발을 공표한 즈음 미국 국가안보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11월 25일 “미국과 일본이 유사시 미사일 부대를 배치하기 위해 일본 남서부 난세이제도와 필리핀에 임시 기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유사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난세이제도에는 미 해병연안연대(MLR), 필리핀에는 미 육군 MDTF가 배치된다. 미국과 일본은 이들 부대를 연합전력으로 운용하고자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난세이제도는 일본 규슈 남단에서부터 대만에 이르는 약 200개 섬으로 이뤄진 곳이다. 이곳에 배치되는 MLR은 ROGUE와 HIMARS를 핵심 전력으로 하는 대(對)중국 해상 봉쇄 전력, 즉 해군·해병대 원정 선박 차단 체계(NMESIS·네메시스)다. ROGUE는 사거리 185㎞급 대함미사일 NSM을, HIMARS는 사거리 500~1000㎞급 PrSM Inc.1과 Inc.2를 운용한다. 유사시 동중국해에서 남하하는 중국 해군 전력을 요격하는 게 임무다.

    미국이 네메시스 전력을 난세이제도에, MDTF 부대를 필리핀에 배치하기로 한 것은 무엇을 뜻할까. 필자는 이 같은 움직임이 유사시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에서 한국이 배제된 징후라고 본다. 네메시스의 경우 해상 봉쇄 전력이니 난세이제도 배치 말고는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MDTF는 중국 본토 타격 전력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사정이 다르다. 중국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것이 바로 주한미군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1년 9월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포병대를 재활성화하면서 중요한 동향을 보였다. 주한미군 포병 지휘체계를 이원화하고 MDTF 배치를 준비한 것이다. 기존 주한미군 포병 전력은 제8군 예하 제210야전포병여단이 2사단 포병대를 지휘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2사단 포병대가 재활성화되면서 제210야전포병여단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아닌, 미 태평양육군사령부 예하 야전전투사령부인 제8군 예속 부대로 돌아왔다. 주한미군이 포병 지휘체계를 이원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한미연합사의 작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대중국 작전을 수행하는 제8군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조치는 당시 주한미군에 MDTF 배치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시그널이기도 했다.

    보수·진보 막론 美 요청 무시한 한국

    그러나 문제는 한국의 움직임이었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성능 개량과 정식 배치를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기밀자료를 중국과 반미 성향 시민단체에 유출했을 정도로 주한미군의 대중국 전력 강화에 부정적이었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복원’을 천명했지만 정치적 수사(修辭)에만 그쳤을 뿐 실제 행동에 나서진 않았다. 미국은 대중국 군사전략에서 한국이 일정한 역할을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대중국 전선에 동참하길 원치 않는 한국의 모습에 미국은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MDTF를 한국이 아닌 필리핀에 배치하기로 말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한반도가 전란에 휩싸이기 직전에는 항상 극심한 정쟁이 있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외치면서도 한국 정치인들은 엄혹한 국제 정세를 외면한 채 극한의 정쟁에 골몰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하고 반전(反轉)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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