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지자는 팬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는 팬”
“지지자 세계에서는 유죄 나와도 무죄라 주장”
“정권 비판 목소리에 굶주린 시민 많아”
일명 ‘조국흑서’의 공동 저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자신이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었다고 밝히며, 지금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 노사모를 비교하면서 인터뷰 대담을 이어갔다.
서 교수는 21대 총선으로 176석을 보유한 ‘슈퍼 여당’이 탄생했지만 여전히 이들이 약자를 자청한다고 지적한다. 자신들이 불리하면 기득권층의 방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에게 현 정권과 지지자들의 관계에 대해 추가로 물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 [박해윤기자 land6@donga.com]
“세월호 이용은 선동 자체”
-지금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가장 힘 세고 잘나갈 때인데 지지자들은 왜 위험하다며 걱정하나.“정권이 아직도 약자 코스프레를 한다. 정권만 교체됐지 기득권 세력은 교체되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계속한다. 노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을 때나 기득권층이 반발했겠지, 지금처럼 정권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는 한쪽 편을 들 수 없다.”
-과거 노사모 회원으로 활동했다. 당시는 지금과 달랐나.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의 이라크전 파병에 반대했다.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다. ‘감시하겠다. 그래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 이게 팬의 모습이다. 반면 팬덤은 ‘얘가 뭘 하든지 우리는 밀어주자. 우리가 원하는 우리만의 나라를 만들자’는 모습을 보인다. (지지자들의 지지 양상을 보면) 문 대통령은 ‘팬덤’을 두고 있고,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단순히) ‘팬’이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준다며 변호할 것 같다.
“상식적인 국민의 목소리라면 좋은데, (머리가) 깨진 애들의 목소리가 너무 과대 포장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 보니 남 탓을 굉장히 많이 한다. 세월호 참사 역시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처음에는 조사를 못 한다고 하더니, 정권을 잡은 뒤에는 국회 의석이 부족해 그렇다고 했다.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는데 지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무엇을 하고 있나. 사실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것은 완전히 선동 그 자체였다. (책에서 대통령을) 편충으로 비꼰 이유가 거기 있다. 정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유족들을 이용한다는 것이 나쁘다.”
-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이용했다는 것인가.
“문 대통령이 알면서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를 침몰시킬 이유가 뭐가 있나. 박 전 대통령은 사고 당시 곤히 자고 있었을 것 같다. 배를 침몰시킨다는 상상 자체를 하기가 힘든 사람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영화까지 만들면서 고의 침몰설을 지지하고 선동하고 있다. 배를 인양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망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난다. 현 정권에서 경제를 거덜 내 세월호 참사 피해자보다 몇십 배는 되는 사람들이 고통당하고 있다.”
서 교수는 여당 출신 정치인이 연이어 실형 선고를 받은 가운데 지지자들이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모습에도 일침을 놓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같은 길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1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 역시 올해 8월 12일 목포 투기 의혹과 관련해 재판부로부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위반이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 지사나 손 전 의원은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지지자들 세계에서는 ‘모두 무죄’라고 주장한다”고 꼬집는다.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재판 결과가 나왔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재판 결과가 나온다면 막상 결과에 승복할까. 이들 중 손 전 의원이 유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이상한 판새(판사 비하용어)’ 탓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김 지사도 그들의 세계에서는 무죄다. 어차피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거면서 의혹이 나올 때마다 ‘재판 결과가 나왔느냐’며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백서출간위가 버릇 잘못 들였다”
서민 교수가 8월 27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기자 land6@donga.com]
“반쯤 읽었는데 너무 재미가 없다. 줄을 치면서 읽다 말이 안 돼 몇 번이나 책을 던졌다. 책값도 비싸다. 2만5000원이다. 그 기준이면 이 책(조국흑서) 가격은 5만 원은 해야 한다. 모든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하면서도 조 전 장관을 편들 때는 언론을 인용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서점가에서 시작된 조국백서와 조국흑서의 다툼이 법정으로 비화할 예정이다. 조국백서 제작 후원금 3억 원의 용처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8월 26일 페이스북에 ‘(조국흑서) 만드는 데 비용 달랑 500만 원 들었다. 대담료 각각 100만 원씩’이라며 ‘조국백서팀은 3억 원의 돈이 대체 어디에 쓰였는지 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완전 사기다’라는 글을 남겼다.
조국백서추진위원장인 김민웅(64)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백서추진위원회는 후원금 내용과 처리에 투명하다’며 ‘(진 전 교수는) 조만간 인생공부를 깊게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이어 8월 27일에도 페이스북에 ‘진 아무개는 대단히 고통스러워지게 될 것’이라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측은 후원금 용처가 후원자 7000여 명을 위한 책 8400여 권의 사전 제작 및 배송 비용과 소송 대비 등 목적 비용이라고 해명했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는 진 전 교수를 언급하며 소송을 암시했다.
“조국흑서를 만드는 데 3000만 원가량 들었다. 3억 원을 어디다 썼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혹시 들어올지 모르는 소송 비용이라고 설명하는데, 막상 소송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돈으로 소송을 걸겠다고 한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가 버릇을 잘못 들여서 조국흑서를 만든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후원금을 어디로 보내야 하느냐고 묻더라. 책은 원래 출판사에서 만든다.”
-조국흑서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다. 베스트셀러(8월 5주차 알라딘 국내도서부문 1위) 작가가 됐다. 출간 이틀 만에 1만 부가 판매됐다.
“(집필에 참여한 다른 저자들에게) 묻어간 베스트셀러 저자다. ‘상식을 가진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분들이 그동안 정권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 굶주렸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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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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