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전랑’(戰狼·늑대 전사·이하 전랑)은 중국 인민해방군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일종의 ‘애국주의’ 영화다. 2015년과 2017년 두 편이 제작됐다. 특히 두 번째 영화인 ‘전랑2’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전랑2’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중국 특수부대 전랑 출신인 주인공이 내전 중인 아프리카에서 미국 용병들과 싸우면서 학살 위기에 처한 중국인과 현지 난민을 구조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영웅주의를 선전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람보’ 시리즈와 내용이 비슷하다. ‘중국판 람보’라고 할 수 있는 주연 배우 우징(吳京)이 미국 용병들과 총격전, 육박전을 벌이면서 일당백의 활약을 한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중국을 범하는 자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반드시 멸한다’(犯我中華者 虽遠必誅)는 선동적 문구가 새겨진 영화 포스터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류샤오밍 주영국 중국대사도 7월 영국 정부가 5G(5세대)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만들길 원한다면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영국 정부에 독설을 퍼부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5월 미국이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대응하고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구하자 “홍콩은 중국의 내정 문제”라면서 “미국은 전 세계의 ‘트러블 메이커’가 되지 말아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처럼 각국 주재 중국대사들이 전랑 외교 전술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외교부 측에 국익 수호를 위해 현안들에 강력한 의견을 표시하고 강경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2월 임명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늑대 전사 중 전사’로 불릴 정도로 ‘독한 입’으로 악명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자 자오 대변인은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 온 미 군인들이 퍼뜨린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틱톡과 위챗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미국의 중국 기업 탄압은 강도 행위와 같다”고 비판했다. 또한 자오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자국 내 공자학원을 외교사절단으로 지정하자 “미국의 규제는 중·미 협력의 정상적 운행을 악마화하고 오명을 입히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의 대만 방문에 대해 “코로나19로 고통당하는 수백만 명의 국민도 돌보지 않은 채 대만을 찾아 정치쇼를 하고 있다”며 “미국인의 생명을 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보건장관으로서 본분”이라고 강경하게 꼬집었다.
또 다른 이유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화민족주의에 따른 중국몽 실현이라는 야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기치로 내걸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게다가 시 주석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서구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배울 필요는 없다”며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를 향해 계속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한 그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고 능력을 키운다) 노선을 아예 폐기하고 ‘대국굴기’(大國堀起·대국으로 우뚝 선다) 노선을 적극 추진해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과거 보수적·수동적·저자세 외교를 추구하던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단호·주도적·고자세의 전랑 외교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대만, 홍콩, 티베트, 신장웨이우얼, 남중국해 등을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이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각국이 호전적이고 공세적인 전랑 외교 전술에 반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본과 인도가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고, 유럽 각국도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까지 중국과의 협력을 단절했다. 이런 경향에 대해 퍼거스 라이언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전랑 외교 전술을 통한 공격적 민족주의의 표출은 세계를 중국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뜨리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은 각국의 반중 정서가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 수준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시 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에 제출했다.
이처럼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중국은 전랑 외교 전술 대신 마오쩌둥의 ‘담담타타(談談打打)’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 전술은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대화하고 칠 때는 친다는 말이지만, 불리할 때는 대화 카드로 위기를 넘기고 유리하면 상대방을 공격한다는 의미다. 마오는 제1·2차 국공합작을 통해 군벌, 일본군 등과 싸우기 위해 국민당 장제스와 손잡았고, 이후 중국 본토를 놓고 대결을 벌이면서 이 전술을 철저하게 활용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강경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최근 댓글 부대인 우마오당(댓글 개당 0.5위안을 받고 중국 공산당의 지시대로 여론을 조작하는 집단)에게 반미적 댓글을 다는 것을 중단하고, 미·중 관계가 좋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의 외교 전략을 주도해온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달 들어 미·중 관계의 중요성과 우호를 강조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 정치국원은 “미·중은 상호존중과 평등 대우,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 아래서 발전해왔다”며 “양국의 우호관계가 미국과 각국에 유리하기 때문에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도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전면적으로 대항할 의사가 없다”면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양국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오 대변인도 “조화, 협력, 안정을 기반으로 한 미·중 관계를 함께 건설해야 한다”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중국 관변학자들 역시 지나친 전랑 외교 전술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자제를 강조했다. 왕이저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힘이라는 하드 파워와 지혜와 전략이라는 소프트 파워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런 급변한 태도는 전형적인 담담타타 전술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런 외교 전술 변화에도 중국의 목표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특수부대 전랑2’의 포스터. [네이버영화]
“홍콩은 중국의 내정 문제”
중국 외교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공세에 이 영화처럼 어느 때보다 거침없이 대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방 외교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중국이 ‘전랑 외교(wolf warrior diplomacy)’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루샤예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4월 프랑스 정부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자 대사관 홈페이지에 ‘프랑스 양로원 직원들이 한밤중에 자신의 임무를 포기해 노인들을 죽게 했다’고 반격하는 글을 올렸다.류샤오밍 주영국 중국대사도 7월 영국 정부가 5G(5세대)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만들길 원한다면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영국 정부에 독설을 퍼부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5월 미국이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대응하고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구하자 “홍콩은 중국의 내정 문제”라면서 “미국은 전 세계의 ‘트러블 메이커’가 되지 말아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처럼 각국 주재 중국대사들이 전랑 외교 전술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외교부 측에 국익 수호를 위해 현안들에 강력한 의견을 표시하고 강경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2월 임명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늑대 전사 중 전사’로 불릴 정도로 ‘독한 입’으로 악명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자 자오 대변인은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 온 미 군인들이 퍼뜨린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틱톡과 위챗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미국의 중국 기업 탄압은 강도 행위와 같다”고 비판했다. 또한 자오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자국 내 공자학원을 외교사절단으로 지정하자 “미국의 규제는 중·미 협력의 정상적 운행을 악마화하고 오명을 입히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의 대만 방문에 대해 “코로나19로 고통당하는 수백만 명의 국민도 돌보지 않은 채 대만을 찾아 정치쇼를 하고 있다”며 “미국인의 생명을 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보건장관으로서 본분”이라고 강경하게 꼬집었다.
공격적 민족주의의 표출
중국이 이처럼 전랑 외교 전술을 구사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군사대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이미 미국을 부분적으로 추월하고 있다. 린이푸 중국 베이징대 교수(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중국이 203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며 “2050년에 미국의 글로벌 패권은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또 미국에 도전할 만큼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국방예산은 세계 2위이며, 항공모함과 전략 핵 폭격기, 잠수함, 최신예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또 다른 이유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화민족주의에 따른 중국몽 실현이라는 야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기치로 내걸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게다가 시 주석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서구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배울 필요는 없다”며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를 향해 계속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한 그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고 능력을 키운다) 노선을 아예 폐기하고 ‘대국굴기’(大國堀起·대국으로 우뚝 선다) 노선을 적극 추진해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과거 보수적·수동적·저자세 외교를 추구하던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단호·주도적·고자세의 전랑 외교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대만, 홍콩, 티베트, 신장웨이우얼, 남중국해 등을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이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각국이 호전적이고 공세적인 전랑 외교 전술에 반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본과 인도가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고, 유럽 각국도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까지 중국과의 협력을 단절했다. 이런 경향에 대해 퍼거스 라이언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전랑 외교 전술을 통한 공격적 민족주의의 표출은 세계를 중국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뜨리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은 각국의 반중 정서가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 수준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시 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에 제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군이 중국 우한에 코로나19를 전염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인 42%, “중국을 아주 싫어한다”
게다가 미국의 반중 정서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6월 16일~7월 14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퓨리서치센터가 조사를 시작한 15년 이래 최고치다. 또 64%는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나쁘게 대처했다’, 78%는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전 세계로 퍼진 데 대해 중국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중국을 아주 싫어한다고 답한 비율도 4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이는 2019년 봄의 23%에 비해 거의 2배”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중 누가 승리하더라도 국민 여론을 고려해 강력한 반중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이처럼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중국은 전랑 외교 전술 대신 마오쩌둥의 ‘담담타타(談談打打)’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 전술은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대화하고 칠 때는 친다는 말이지만, 불리할 때는 대화 카드로 위기를 넘기고 유리하면 상대방을 공격한다는 의미다. 마오는 제1·2차 국공합작을 통해 군벌, 일본군 등과 싸우기 위해 국민당 장제스와 손잡았고, 이후 중국 본토를 놓고 대결을 벌이면서 이 전술을 철저하게 활용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강경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최근 댓글 부대인 우마오당(댓글 개당 0.5위안을 받고 중국 공산당의 지시대로 여론을 조작하는 집단)에게 반미적 댓글을 다는 것을 중단하고, 미·중 관계가 좋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의 외교 전략을 주도해온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달 들어 미·중 관계의 중요성과 우호를 강조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 정치국원은 “미·중은 상호존중과 평등 대우,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 아래서 발전해왔다”며 “양국의 우호관계가 미국과 각국에 유리하기 때문에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도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전면적으로 대항할 의사가 없다”면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양국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오 대변인도 “조화, 협력, 안정을 기반으로 한 미·중 관계를 함께 건설해야 한다”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중국 관변학자들 역시 지나친 전랑 외교 전술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자제를 강조했다. 왕이저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힘이라는 하드 파워와 지혜와 전략이라는 소프트 파워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런 급변한 태도는 전형적인 담담타타 전술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런 외교 전술 변화에도 중국의 목표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