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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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남경필 불 댕긴 ‘수도 이전’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김종인·안희정·박원순 판 키우고…진보+지역 표심 아우를 다목적 카드

  •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rheehoon@naver.com

    입력2016-07-15 16: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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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총선을 앞둔 3월 27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이용섭 총선정책공약단장이 “세종시에 국회를 전면 이전하고 여의도에는 분원만 남겨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곧바로 당 안팎에서 비판론이 쏟아졌고 그다음 날 이 단장은 “올해 안에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만들고,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 세종시로 국회를 옮기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새누리당이 가세했다. 충청 출신인 새누리당 이인제 당시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이 이미 공약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아예 원조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때아닌 원조 논란에 휩싸이자 국민의당, 정의당은 설익은 공약을 내놨다며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나 더민주도, 새누리당도, 국민의당도 공약집에 국회 분원 세종시 설치를 포함시켰다.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 가장 먼저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은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무소속 이해찬 의원이다. 이 의원은 6월 20일 세종시에 국회 분원 설치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한 37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더민주에서 공천받지 못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던 이 의원이다. 복당이 관심사인 가운데 더민주 지도부와 이 의원은 국회 분원 설치 문제로 이미 공조를 시작한 모양새다.



    기득권 해체로 포장된 ‘수도 이전’ 시즌2

    국회 분원은 어떤 형태일까.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 관련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의 제2회의장을 설치하는 것이다. 추후 안전행정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제2회의장도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위원회의 제1회의장은 서울 여의도, 제2회의장은 세종시가 되는 것이다.



    이해찬 의원이 선수를 치고 나오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이가 바로 남경필 경기도지사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것은 중병을 앓는 대한민국에 대한 근본적 치유책이 될 수 없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겨 세종시를 정치 및 행정수도로 만드는 것이 올바른 해답”이라며 수도 이전을 향해 한발 성큼 나아갔다.

    개헌론이 제기되는 속에서 6월 13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개헌 논의에 수도 이전 문제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다. 정치와 경제의 기득권 구조를 깨는 게 차기 정부의 시대정신이기 때문에 기득권화한 정치의 상징인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논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하던 지역균형발전이 아니라 기득권 해체라는 시대정신으로 재포장한 ‘수도 이전 시즌2’다.

    남 지사의 주장은 또 다른 대권주자의 반응을 유발했다. 열흘쯤 뒤인 6월 22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발전시키자는 뜻은 충남뿐 아니라 전 국민이 일정 정도 합의한 명제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수도권 단체장들과 더 힘을 모아 대한민국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질 높은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나가겠다”고 호응하고 나섰다.

    안 지사의 호응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남 지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수도 이전론 논의로 초대했다. 6월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수도 이전이 지방분권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특히 서울시장이신 박원순 시장님 생각이 궁금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것이다.



    충청인을 현혹하는 공약

    그로부터 일주일쯤 뒤 박 시장이 호응했다. 7월 5일 민선 6기 2주년을 계기로 서울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행정수도 이전은 잘했다고 본다. 서울은 비즈니스 수도로 족하다”면서,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보다 “더 큰 차원에서 개헌되면 헌법 전문에 분권과 자치의 시대를 선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역시 남 지사의 초대에 응했다. 7월 8일 ‘월간중앙’이 마련한 ‘김종인·남경필 특별대담 : 2017 대선과 개헌의 시대정신’에서 김 대표는 “지지 기반을 떠나 남 지사의 수도 이전론은 수도권 과밀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대권주자인 남경필 지사의 초대에 더민주 대권주자인 김종인 대표부터 박원순 시장, 그리고 안희정 지사까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화답한 셈이다. 대권주자라면 누구나 개헌론에 수도 이전을 포함하자는 주장을 외면하기 힘든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권주자 간 선문답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불편했던 모양이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7월 7일 “대통령선거(대선)를 1년여 앞두고 수도 이전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시기나 내용, 명분에서 국민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대권욕과 수도 이전을 맞바꾸지 마라”고 비판했다. 김무성계로 알려진 김 의원이다. 역시나 집중 견제 대상은 남 지사였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웠을 때 한나라당 대변인으로서 충청인을 현혹하는 공약이라고 혹평하던 남 지사가 어떤 연유로 생각이 뒤바뀌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이로써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수도 이전에 반대라는 의사를 피력한 셈이다. 남 지사가 수도 이전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은 누가 봐도 대권행보다. 그런데 그 주장을 비판한다면 이 또한 대권행보다.

    이쯤에서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수도 이전에 어떤 의견일지 궁금해진다. 반 총장은 충청대망론의 핵심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수도 이전에 반대할 까닭이 없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세종시에 청와대 제2집무실과 국회 분원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더욱이 수도 이전은 노 전 대통령의 미완성 숙원사업이다. 지난 총선 당시 국회 분원 설치 공약을 가장 먼저 제시한 것도 더민주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은 아직 수도 이전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수도 이전을 훌륭한 선택이라고 극찬한 점으로 미뤄볼 때 그 역시 결국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총선 당시 여야 모두 경쟁적으로 국회 분원 설치를 공약한 까닭은 무엇일까. 여야 주요 대권주자가 최근 수도 이전 문제를 재점화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공통분모는 ‘진보 표심+충청 표심’이다.

    수도 이전을 가장 먼저 다시 들고 나온 남 지사의 최대 치적은 ‘연정’이다. 그 모델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구현하겠다는 약속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당연히 진보 표심이 중요하다. 더민주를 지지하는 진보세력의 주축은 친노무현 성향이 강하다. 노 전 대통령의 꿈인 수도 이전에도 미련이 많다. 그 표심까지 얻어보겠다는 남 지사 나름의 야심찬 좌향좌 행보가 바로 수도 이전인 것이다. 남 지사의 수도 이전 카드는 반 총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반 총장이 상징하는 충청대망론의 불을 빨리 꺼야 하는 필요성 말이다. 그래서 자신이 충청을 더 잘 챙겨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같은 야권 대권주자에게도 진보 표심 선점은 매우 중요하다. 적자로 인정받아야 당내 경선 또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권에는 대권주자가 넘쳐난다. 선점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아울러 새누리당 대권주자로 나설 개연성이 높은 반 총장이 선점한 충청권에서 표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능가하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버금갈 정도는 돼야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다. 호남보다 인구가 더 많아진 충청이다. 충청 표심을 외면하고는 당내 경선에서도, 대선 본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공무원들도 간절히 원하는 공약

    그런 점에서 수도 이전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이슈다. 다만 서울 표심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충청 표심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서울 표심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인구가 많기 때문에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그런데 최근 선거에서 서울 표심은 강한 ‘야세’를 보여왔다. 일단 진보 표심을 확보하면 설득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더욱이 서울 표심은 지역 표심의 반영이기도 하다. 지역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 출신이 많은 지역이 바로 그 지역 표심을 반영하는 동조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서울 표심에 의외로 지역 향우회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서울 대 지역 구도로 갈 경우 언제나 서울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서울 인구가 모두 합친 지역 인구를 초월할 수는 없다. 이는 아주 단순한 선거공학이다. 수도 이전에 대해 서울시민, 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 본토박이 서울시민은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지역 출신 서울시민은 물론 다르다. 균형발전을 원하는 전국 각지 지역 유권자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대선 본선에서는 최악의 경우 서울 표심을 버리더라도 지역 표심을 택해야 한다. 재점화된 수도 이전 이슈의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주요 대권주자가 공약으로 내걸면 그것이 대세로 자리 잡는다. 그 후에는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사소해 보이지만 의외로 중요한 또 다른 변수는 공직사회의 반응이다. 적잖은 대선 공약이 실은 공직사회의 반발 또는 태업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 이전은 이제 그들조차 간절히 원하는 공약이 됐다. 정부 청사가 서울과 경기 과천에 있던 시절과 본질적으로 달라진 점이다. 그들에게 수도 이전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일단 대선 공약에 포함된다면 집권 이후 실행에는 오히려 그들이 더 앞장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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