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 주변의 허름한 모텔 ‘바그다드 카페’ 여주인 브렌다(CCH 파운더 분)는 혼자 버둥대며 모텔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남편은 빈둥거리고 아들과 딸도 집안일엔 거의 무관심하다. 브렌다는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앞에 두고 의자에 혼자 앉아 있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두 여성은 손수건을 꺼내 얼굴의 물기를 닦을 때 서로를 처음 본다. 말하자면 울고 있는 여성이, 역시 자기처럼 울고 있는 다른 여성을 만나는 게 영화 도입부다.
이때부터 영화의 끝까지 멀리서, 또 가까이서 들리는 음악이 제바스티안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이다. 10대처럼 보이는 브렌다의 아들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인데, 매일 카페에서 바흐의 곡으로 피아노 연습을 한다. 브렌다가 시끄럽다고 피아노를 못 치게 하면 종이 건반을 앞에 놓고 연습할 정도로 열심이다. 그의 피아노 앞엔 ‘우상’ 바흐의 초상화가 턱하니 걸려 있다. 아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주로 ‘평균율 클라비어곡’ 제1권 1번이다. 이 음악이 상황에 따라 변주되는 게 ‘바그다드 카페’의 매력적인 장치다. 이를테면 도입부에서 두 여성이 만날 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은 별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그야말로 피아노 연습곡처럼 들린다. 그런가 하면 아들의 젖먹이가 울어댈 때면 ‘평균율 클라비어곡’도 덩달아 짜증을 내며 연주되는 식이다.

햇살이 가득한 어느 날, 야스민이 ‘갑옷’을 벗고 브렌다처럼 편안한 복장에, 머리칼도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게 한 채 카페의 피아노 옆에 앉을 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은 초봄 새소리처럼 맑게 연주된다. 울면서 만났던 두 여성이 피아노곡의 흐름에 따라 서로에게 의지하며 마치 자매처럼, 또는 연인처럼 가까워지는 것이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은 그런 행복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할 것이다(7월 14일 재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