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이 6월 말 1조2000억 원의 재산분할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임 고문은 변론에서 이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청구를 한 것인데 그 이유가 인지대 때문이라고 한다.
인지대는 소가의 0.4~0.5%이다. 1심의 경우 소가 1000만 원 이하는 소가×0.005, 1000만 원 초과 1억 원 이하는 소가×0.0045+5000원, 1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는 소가×0.004+5만5000원, 10억 원 초과는 소가×0.0035+55만5000원으로 계산해 책정되고 항소심은 여기에 1.5배, 상고심은 2배로 계산한다. 그리고 소가는 원고 청구의 가치를 뜻하는데, 돈을 청구하는 경우는 그 액수, 부동산의 경우는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혼소송을 하면 보통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금 청구를 한다. 6월 말까지는 이혼 청구의 인지대가 2만 원, 위자료 청구의 인지대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청구금액의 0.4~0.5%이고, 재산분할금 청구에 대해서만 인지대가 아닌 수수료 1만 원만 납부하게 돼 있었다. 본래 자신의 몫을 확인받는 절차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7월 1일부터 재산분할금 청구도 일반 민사소송 인지대 계산 방식에 따른 인지대 금액의 2분의 1을 납부하도록 바뀌었다.
6월 말 임 고문이 부랴부랴 재산분할 소송을 접수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1만 원만 내면 되는데 며칠만 늦게 소장을 접수하면 청구한 재산분할금 1조2000억 원의 0.35%인 42억 원의 절반인 21억 원을 인지대로 부담하기 때문. 인지대를 포함한 소송비용은 최종 소송 결과가 나오면 그 승소 비율에 따라 원고와 피고가 나눠 부담하게 되므로 소송 상대방인 이부진 사장의 잠재적 소송비용도 절감해준 셈이다.
인지대제도를 만든 취지는 소송의 남발을 막고자 한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실제로 인지대 부담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거나 소장에서 일부 금액만 청구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망한 삼성가의 장남 이맹희 회장이 남겨놓은 채무 200억 원 가운데 171억 원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의 상속 소송 인지대 마련을 위해 빌린 돈이었다는 얘기도 떠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