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는 10월 15일 한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최근 명 씨의 말 한마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캡처 한 장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명 씨 주장을 모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내용도 적잖지만 명 씨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꽤 접촉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왼쪽)와 명태균 씨. [뉴시스, 명태균 제공]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
최근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명 씨가 10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한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캡처 이미지다. 해당 카톡 대화는 2021년 7월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김 여사는 명 씨에게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에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며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했다. 김 여사가 언급한 ‘오빠’가 윤 대통령이라는 추측이 제기되자 같은 날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명태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라고 밝혔다. 김 여사와 카톡 대화 속 ‘오빠’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명 씨의 말은 계속 바뀌고 있다. 당초 언론에 ‘오빠’가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 “김건희 여사의 오빠”라던 명 씨는 이후 논란이 커지자 “김 여사 친오빠라고 한 건 파장이 커질까 봐”라며 윤 대통령이라는 뉘앙스로 말을 바꿨다. 하지만 10월 17일에는 다시금 언론에 카톡 대화 속 ‘오빠’가 김 여사의 친오빠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밝혔다.명태균 씨가 10월 15일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이미지. [명태균 페이스북 캡처]
한동안 명 씨와 관련해 대응을 자제하던 대통령실은 명 씨가 김 여사와 나눈 카톡 대화를 공개하자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명 씨와 김 여사 간 카톡이 윤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사적 대화’라고 일축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결과적으로 김 여사와 명 씨 사이에 일정한 소통이 있었던 것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명 씨를 대선 전 만나긴 했지만 그가 ‘정치 브로커’라는 조언에 거리를 뒀고, 정부 출범 이후 관계를 단절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여사와 명 씨의 관계에 대해선 “비선은 없다”며 관련 논란을 일축하면서도 구체적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세간의 이목은 김 여사가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2022년 보궐선거부터 올해 초 22대 총선까지 명 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여부에 쏠린다.
최근 명 씨는 윤 대통령 부부 등 여권 핵심 인사들과 ‘인연’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막후에서 상당한 정치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 씨 주장에 따르면 그가 윤 대통령 부부를 위해 한 정치적 조언 및 행보는 크게 두 갈래다. 각각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및 대선 후보 경선, 실제 대선과 그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기 역할이다. 우선 명 씨가 2021년 6월 윤 대통령을 처음 만난 후 6개월간 수시로 전화 통화하면서 전했다는 ‘전반적 조언’이다. 명 씨는 윤 대통령과 첫 만남부터 같은 해 11월 5일 대선 후보 경선까지 자신이 “판 짜는 것”을 했다고 주장한다. 명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시기 자신이 했다는 구체적 역할을 몇 가지 언급했다. 2021년 7월 25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치맥회동’을 성사시킨 게 자신이고,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도 조언했다는 것이다. 명 씨는 자신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후보 단일화에 기여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외에도 명 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총리로 추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이를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주이소”
명 씨의 ‘역할’과 관련해 제기된 또 다른 논란은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다. 10월 15일 언론에 명 씨와 여론조사업체 직원 강모 씨(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로,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중)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중이던 2021년 9월 29일 통화 녹취에서 명 씨는 강 씨에게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오도록 조작을 지시한 정황이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인 2022년 2월 28일 통화 녹취에서 명 씨는 또 다른 직원에게 윤 대통령 지지세가 높은 60대 이상 샘플 비율을 늘리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 씨는 2022년 3월 9일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한 후 “김 여사가 청와대에 가자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에 와서 사람들 면접을 보라고 그랬다”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으로 활동한 임태희 경기교육감에 대해 “그 사람 이력서 누가 본 줄 아느냐, 나다”라는 주장도 내놨다.
명 씨는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한 뒤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공천 개입 의혹’에 연루된 상황이다. 김 전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경남 창원의창 후보로 공천돼 당선했다. 올해 4월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컷오프되자 명 씨가 김 여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모 씨 등 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명 씨-김 전 의원 간 자금 거래 내역과 명 씨 관련 녹취파일 4000개 이상을 분석하고 있다. 통화녹음 파일에 누가 등장하는지, 어떤 내용이 들어 있었는지 등에 따라 향후 상당한 파장이 일 수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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