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최대 로펌인 알타미미 필립 코트시스 파트너변호사가 10월 21일 주간동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알타미미 사우디 사무소를 총괄하는 코트시스 파트너변호사는 “사우디 법률은 해외 기업이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중동에 진출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그를 만나 사우디 법률시장과 한국 기업 진출 상황 등을 들었다.
한국-중동 유사점 많아
알타미미에서 사우디 사무소를 총괄하는 필립 코트시스 파트너변호사(오른쪽)와 운송 및 보험 업무를 총괄하는 오마르 오마르 파트너변호사. [홍태식]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에 글로벌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알타미미는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으로 ‘제2의 중동 붐’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중동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이날 만난 알타미미의 코트시스 파트너변호사(이하 코트시스)와 오마르 오마르 파트너변호사(이하 오마르)는 중동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 분야가 기존의 건설부문에서 인공지능(AI), 첨단기술․미디어․통신(TMT), 재생에너지, 헬스케어 등에 이르기까지 다각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등 중동에 대한 한국 투자자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코트시스: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한국 투자자의 투자 규모에서도 이런 경향이 명확히 관측된다. 사우디는 한국 투자자에게 낯선 지역이 아니다. 수년 동안 투자를 받아왔다. 사우디 대형 기관들은 점점 많은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 사우디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외국 자본의 투자가 매우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오마르: 과거 사우디와 UAE에서 건설 프로젝트 등이 한국 기업의 관심을 받았다면 지금은 보다 전문화된 분야에서 다양하게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AI, 암호화폐, 게임, 헬스케어, 석유 및 가스, 원자력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한국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UAE에는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와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처럼 영미법에 따라 운영되는 금융자유구역이 있다. 덕분에 해외 기업이 친숙한 법률 체계 아래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법과 관습이 자국과 달라 진출을 주저하게 되는 측면도 있는데.
오마르: 알타미미는 한국 기업을 전담하는 팀을 1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한국의 비즈니스의 방식을 알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기업이 중동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막상 살펴보면 두 곳의 법과 제도는 유사한 측면이 많다. 지금은 새로운 투자 철학이 요구되는 시기다. 그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정부 주도형 프로젝트 수주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이제 상황이 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중동에서 자체적으로 비즈니스의 리더가 되고, 중동에 본사를 두며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도 있다. 걸프협력위원회(GCC)에 속하는 국가들이 보다 개방적인 투자 환경을 갖춘 덕분이다.
코트시스: GCC 국가 전반에 걸쳐 법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 측면에서는 훨씬 유연해졌다. 기업은 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주주 계약 등에 대해서도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지고 있다.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비즈니스 프랜들리’한 방식으로 제도가 변화되고 있다.
친기업적 법체계 정립돼
필립 코트시스 알타미미 파트너변호사가 10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태식]
코트시스: 2023년 도입된 민사거래법부터 얘기하고 싶다. 과거 법원은 샤리아(이슬람법)를 적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여러 상업적 개념이 성문화돼 법원에서 계약에 대해 보호받을 수 있다. 회사법 역시 2022, 2023년 개정되면서 친기업적인 법체계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2025년 2월 시행될 새 투자법이다. (사우디는) 이 법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경쟁의 장을 제공하려 한다. 즉 현지 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들을 분리하려 하지 않는 기조가 관측된다. 외국인투자자가 특별한 면허를 신청하지 않고도, (내국인 투자자와) 같은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오마르: 2019년부터 본격화된 해운 및 물류 분야에서의 발전도 중요하다. 사우디로 유입되는 원자재의 95%가 해상으로 들어온다. 사우디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류 반입이 중요하다. 해상법이 제대로 갖춰지면서 수출입 및 물류에 대한 법률 인프라 역시 안정성을 갖추게 됐다. 관련 법률 체계가 명료해진 부분도 긍정적 요인이다.
-중동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는 어떤가.
코트시스: 과거 쿠웨이트 사무소를 총괄했었다. 당시 쿠웨이트의 주요 국가 기간 사업은 한국 건설사들이 도맡았다. 한국 기업들의 퀄리티나 명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사우디의 경우 자동차와 기술 부문에 관심이 크다. 한국 기업이 관련 분야를 선도하고 있어 선호도가 높다.
오마르: 중동 국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여러 분야와 관련해 한국 기업이 가진 역량을 잘 알고 있다. 과거에는 건설 부문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여러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중동 정부들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한국 기업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
-현지 기업에 밀려 차별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코트시스: 관련 문제는 중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현지 법원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까 우려한다. 사우디의 경우 공정하게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 기업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분쟁에서 승리하는 경우도, 반대의 경우도 봤다.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법치가 우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4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럼에도 현지 법원에서 차별을 받을까봐 걱정 된다면 국제중재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제중재를 받은 뒤 사우디에서 이를 집행하는 식이다.
오마르: UAE 역시 비슷하다. UAE 법은 외국인에게 친숙한 요소들이 많다. 이들의 우려는 이 같은 상황을 잘 몰라 발생한다. 현지 상황을 잘 안다면 오히려 관련 시스템을 잘 활용할 수 있다. UAE의 법적 안정성을 경험한다면 관련 우려 역시 해결될 것이다.
교과서에 없는 내용도 조언
오마르 오마르 알타미미 파트너변호사. [홍태식]
오마르: 알타미미는 현지 사정은 물론, 국제 흐름에도 밝다. 단순 법률 조언이 아닌, 법이 가진 문화적 배경과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함께 고려해 자문한다. 법률 교과서에 없는 내용도 조언해주는 셈이다. 현장에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누구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지, 해결이 가능한 문제인지 등을 살핀다. 덕분에 고객은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데 들이는 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알타미미는 정부 및 입법기관과 소통하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필요한 조언을 할 수 있다.
-중동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 입장이 송무 등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면.
코트시스: 현지 법률의 맥을 짚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사우디에는 외국인투자자가 이용할 수 있는 장치가 많다. 특히 중재 부문이 눈에 띈다. 정부 역시 대규모 프로젝트와 관련한 중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 법률 및 법원을 따를 수도 있고, 국제중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지나치게 움츠러들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바로 물어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오마르: 분쟁 해결 메커니즘(dispute resolution mechanism)이 있다면 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기관으로부터 적절한 법률자문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이후 분쟁이 해결되는 과정이나, 판결이 집행되는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동은 다이내믹하게 변화하고 있다. 1~2년 전에 받은 자문이 유효하지 않는 상황도 흔하다. 이 때문에 알타미미처럼 전문성 있는 로펌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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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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