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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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사유화 제동 걸자 영풍 죽이기 시작”

고려아연 “신주 발행 무효 소송으로 먼저 관계 파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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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10-1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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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시장의 지지 덕분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됐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섰던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MBK)가 10월 14일 매수 일정을 마무리한 뒤 발표한 입장문 내용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연합은 이날까지 진행된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 지분 5.34%를 확보하며 전체 지분의 38.47%를 차지했다. 당초 목표했던 물량(14.61%)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의결권을 갖는 지분을 기준으로 하면 과반에 근접해(48%)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두 영풍 사장이 9월 27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강성두 영풍 사장이 9월 27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협의 없는 고려아연 지분율 변동 “심각한 문제”

    고려아연은 “소유는 장 씨 일가(영풍 측)가, 경영은 최 씨 일가가 맡는다”는 원칙하에 운영돼 온 영풍 계열사다. 1949년부터 영풍을 함께 일군 장 씨, 최 씨 일가의 동업자 관계에 바탕을 둔 지배구조다. 영풍은 “75년 동업 정신을 먼저 훼손한 건 최윤범 회장 쪽”이라며 “향후 경영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2019년 최 회장 취임 이후 최대주주 영풍 흔들기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9월 13일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그 목적을 ‘경영 정상화’로 못 박은 이유다.

    ‌영풍은 이번 사태 원인이 “최 회장의 고려아연 사유화 시도”에 있다고 본다(표 참조).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 회장 주도의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명분으로 영풍 등 전체 주주의 지분율을 희석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2022년 한화 해외 계열사 한화H2에너지USA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 신주를 발행했고, 이후 한화·LG·현대차 등에 총 11%의 지분을 자사주 맞교환 또는 신주 발행 방식으로 넘겼다. 영풍은 “동업자 관계에서 협의 없이 지분율에 변동을 일으킨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신사업 관련 협력을 반드시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할 필요가 없음에도 이런 결정을 한 건 우호세력을 확보해 고려아연 장악을 시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사업 관련 분야 대기업과 안정적으로 협력하고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는 고려아연 측 입장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영풍이 큰 위기의식을 느낀 건 올해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다. 이때 최 회장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에 나섰다. 고려아연 정관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외국 합작법인’에 한해서만 허용하는데, 그것을 삭제하자는 안건을 낸 것이다. 표 대결에서 무산되기는 했지만 영풍은 해당 안건을 기점으로 최 회장이 “소유는 장 씨 일가가”라는 경영 원칙을 훼손하려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가장 최근에 진행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사례인 고려아연-현대차 해외 합작법인 HMG글로벌 간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냈다.

    고려아연은 이와 관련해 “한국상장사협의회가 권고하는 상장사 표준 정관을 반영하려 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상장사 97%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자본시장 변화에 맞춰 정관 정비 안건을 낸 것뿐인데, 의도를 왜곡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 공동 원료 구매·황산 처리 중단 보복

    영풍은 신주 발행 무효 소송 이후 고려아연의 ‘영풍 죽이기’가 이뤄졌다고 본다. 공동 원료 구매 중단이 대표적 예다. 영풍은 “영풍(석포제련소)과 고려아연(온산제련소)은 그간 막대한 제련소 생산량을 앞세워 글로벌 원료 시장에서 교섭력을 발휘해왔다”며 “이를 끊어버린 건 고려아연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영풍 사업을 방해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양사가 20여 년간 유지해온 황산취급대행 계약에 대해서도 고려아연은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황산은 아연 등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이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을 빚는데 “고려아연이 황산 처리 계약을 경영권 분쟁 무기로 삼았다”는 게 영풍 측 입장이다. 양사 동업의 상징이던 서린상사 경영에서도 영풍이 배제됐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 종속 회사로 분류되지만, 경영은 ‘영풍가 3세’인 장세환 대표가 맡고 있다. 영풍은 “서린상사는 2014년 장 대표 취임 이후 매출이 10배 가까이 상승했다”며 “그런 서린상사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강탈한 행위는 앞선 행위들과 함께 신주 발행 무효 소송에 대해 보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고려아연 관계자는 “갈등이 생겼을 때 가족이나 형제, 친구라면 어떻게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영풍이) 고려아연은 물론, 고려아연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현대차에까지 소장이 날아들게 한 일은 먼저 관계 파탄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이가 나빠졌으니 기존에 함께하던 원료 구매 등을 더는 같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영풍은 최 회장을 비롯한 현 고려아연 경영진의 경영 능력에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 없이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약 5600억 원을 투자해 1300억 원대 손상차손을 입었다. 이때 투입한 자금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또 고려아연이 5800억여 원을 투자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해서도 ‘유령회사’라는 설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영풍은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에 이렇듯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건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라면서 “최 회장의 석연치 않은 투자 사례가 고려아연을 재무적 위험 상태에 빠뜨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2라운드 시작된 경영권 분쟁… 38.47% vs 36.49%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납득하기 어려운 계산”이라고 말한다. 손상차손은 말 그대로 특정 시점의 장부상 가격 평가액으로, 투자가 모두 끝난 것이 아니기에 손실이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 회장이 10월 2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이그니오홀딩스 투자에 관해 해명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거친 투자 결정이었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련 법령 및 필요한 내부 절차를 모두 따랐다”고 말했다. “이그니오홀딩스는 전자폐기물을 수집한 뒤 그 안의 희귀 귀금속을 채취해 제련소에 파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고려아연 신사업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인데, 영풍이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건 고려아연 신사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종료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2라운드에 돌입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10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다만 지분 15.65%을 보유한 최 회장은 함께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털이 목표치인 2.5%를 인수해도 총 지분율이 18.15%에 불과하다. 백기사인 한화·LG·현대차 등의 지분을 합쳐도 36.49%(의결권 기준 43%)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눈은 고려아연이 자사주(2.41%)를 우호세력에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하게 할지,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등에 쏠리고 있다. 법원과 금융감독원이 각각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2차 가처분신청’과 ‘공개매수 관련 회계심사’에서 어떤 결론을 낼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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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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