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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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SE “내년 3월 공매도 재개”, 불안해하는 개미들

일부 제도 개선에도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기울어진 운동장’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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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4-10-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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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매도가 재개되면 주가가 떨어질까 걱정이다. 정부와 금융당국, 금융회사의 대처를 십수 년 동안 지켜보니 당국이 개발하고 있는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도 전혀 신뢰할 수가 없다. 내년 3월까지 완벽한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다면 한국이 ‘FTSE 선진시장’ 지위를 잃는 한이 있어도 공매도 재개 시점을 늦춰야 한다.”(13년 차 개인투자자 A 씨)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높인 후에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 부당 이득액이 10억 원을 넘으면 5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50억 원이 넘으면 10년 이상 징역에 처해야 한다. 9월에 국회를 통과한 법 개정안은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12년 차 개인투자자 B 씨)

    정부가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한 시점이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월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한국 정부가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으면 내년 4월 예정된 주식시장 국가 분류에서 한국의 지위를 강등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면서 정부는 내년 3월까지 공매도 시스템을 마련하고 개인투자자의 우려를 불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내년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아DB]

    내년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아DB]

    공매도 금지로 ‘선진시장’서 강등 위기

    10월 9일 한국 경제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적인 주가지수 제공업체 FTSE 러셀이 한국을 내년 11월부터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 JP모건 신흥국국채지수(GBI-EM)와 함께 전 세계 기관투자자가 신뢰하는 채권지수다. WGBI 편입으로 정부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외환시장 유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채권시장과 달리 주식시장에 관해서는 우려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FTSE 러셀이 주식시장 국가 분류에서 한국의 지위를 강등할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그 이유였다. FTSE 러셀은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은 국제 투자자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내년 3월 공매도 금지 해제가 신속하게 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과 공매도 관련 제도를 정비해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공매도 재개에 대해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크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개발하는 불법 공매도 적발 전산시스템 NSDS(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에 허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50대 개인투자자 B 씨는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재임 시절 ‘불법 공매도 적발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만드는 데 천문학적 돈이 든다’고 했는데, 이번에 한국거래소가 개발하는 NSDS에는 12억8000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며 “고작 12억8000만 원으로 만든 시스템이 불법 공매도를 빈틈없이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NSDS는 공매도 주문 전체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공매도 잔고 규모가 큰 기관투자자만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중소형 기관투자자의 불법 공매도는 적발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며 “NSDS는 성근 그물”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 적발 체계를 우려하자 “NSDS는 대규모 공매도 거래자의 잔고와 거래 내역을 모두 수집하는 시스템이라서 불법 공매도를 빈틈없이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NSDS가 포섭하지 못하는 2~3%의 중소형 기관투자자를 관리하고자 내부 통제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NSDS가 전체 공매도 물량의 92~93%를 탐지하는 만큼 조사국의 역량을 중소형 기관투자자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못 믿어”

    개인투자자들은 변경된 공매도 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40대 개인투자자 C 씨는 “공매도 제도가 상당 부분 개선된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대차·대주 상환 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한 점은 아쉽다”며 “상환 기간을 90일까지로 제한하도록 법을 개정한 후에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국 증시가 ‘대세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의정 대표는 “정부가 규정을 바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낮추기로 한 것은 개인투자자의 재산이 탕진될 위험성을 높이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그간 개인투자자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105%인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개인투자자의 담보 비율 수준인 120%로 높여달라는 뜻이었는데, 정부는 반대로 개인투자자의 담보 비율을 105%로 낮추기로 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도저히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인가. 개인투자자는 담보 비율을 낮춰도 공매도를 할 실력이 안 되고 오히려 재산을 잃을 위험성이 크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담보 비율을 모두 130%로 설정한 일본처럼 담보 비율을 일괄적으로 높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우려가 합리적인 측면이 있지만 공매도 재개는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송치승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해온 기관투자자가 미덥지는 않다”면서도 “공매도가 단기적으로는 주식 가격에 악재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기업가치를 따라가는 ‘효율적 가격 발견’을 촉진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공매도를 막으려면 불법 공매도를 벌인 투자자에게 가혹한 징벌을 내려야 한다”면서 “전산 자원의 낭비를 부르는 NSDS를 운영하기보다 미국처럼 무차입 공매도를 아예 합법화하고 증권사 보증 하에 개인투자자에게도 대차시장을 열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차별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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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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