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동아DB]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8월 19일만 해도 “언론중재법은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논의하고 의결하는 사안”이라며 물러났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했다. 택배사에 설치되고 있는 휠 소터(자동분류기)가 청와대에도 도입됐나. ‘난임 치료 지원’ 등 답변이 쉬운 사안은 대통령 앞에 대령하고, 언론중재법 같은 첨예한 쟁점은 국회로 떠넘긴다.
문재인 청와대 특유의 수순이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의 ‘최저임금 인상’ 갈등, 추미애 법무부-윤석열 검찰의 대결을 복기해보라. 청와대는 ‘방치함으로써 몰아넣기’ 전략을 구사한다. 적절한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여론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윤곽이나 승패가 나왔다 싶으면 그때 출동한다. 시치미 떼고 몇 마디로 수습하려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우리는 노무현처럼 하지 않겠다’
대통령 팬덤의 행동양식도 흥미롭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여당 의원들이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다툴 때마다 홍 부총리를 욕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되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독단적 일탈인 양 몰아붙인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보류는 이철희 정무수석 작품이라고 규정한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고,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고, 문재인 정부의 정무수석인데 말이다.문재인 정부와 가장 대조되는 정부는 노무현 정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각료, 청와대, 여당 사이에서 곧잘 저울질했지만, 결국 본인이 전면에 나서 책임을 지고 욕을 먹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당했지만, ‘비겁한 대통령’이라는 ‘뒤끝’은 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월 1회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공약을 아무 설명 없이 파기했다. 대국민 사과를 해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앉아서 한다. 곤란하면 남을 앞세우고 빛나는 일에선 최전선에 있다. 문재인 청와대의 기조는 이것이다. ‘우리는 노무현처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