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3

..

주점의 혁신경영자 “술만 팔아도 남아”

안주 없는 술집 ‘대디제이’ 박경찬 대표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유정 인턴기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입력2011-01-28 17:5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주점의 혁신경영자 “술만 팔아도 남아”
    술집에서 안주 먹기 싫은데 억지로 시킨 경험이 있다면? 서울 성북구 안암동 참살이길 ‘펍 스타일’ 바 ‘대디제이(Daddy-J)’를 추천한다. 이 술집은 안주를 팔지 않는 대신 위스키, 테킬라, 보드카 등 양주를 싼값에 팔아 유명해졌다. 안주가 먹고 싶은 손님은 밖에서 먹을거리를 사오거나 다른 가게에서 배달시키면 된다. ‘대디제이’의 참신한 판매방식은 인근 고려대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혁신적인 경영방식을 도입한 사람은 박경찬(30) 사장이다.

    “최대한 주 고객인 대학생 처지에서 생각해보았어요. 저는 배도 고프지 않고 돈도 없는데 술집 사장이 ‘안주는 뭘로 드릴까요’라고 물으면 부담스러웠습니다. 주인 입장에서도 안주를 만들고 설거지하는 일이 귀찮고, 주방 일에 드는 인건비도 만만치 않았어요.”

    박 사장이 처음 ‘안주를 팔지 않는 술집’을 구상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술집 장사는 안주에서 이득이 남는다. 무조건 망할 것”이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고 2008년 7월 ‘대디제이’를 열었다.

    가게 풍경은 특이하다. 손님은 각자 음식을 준비해 와서 양주와 함께 먹는다. 통닭이나 자장면을 배달 주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안주와 양주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이 조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 자체가 이 집의 특징이다. 가게 마스코트인 골든레트리버 종의 큰 개 ‘조지’는 한 귀퉁이에 늘어져 있다. 손님들은 간혹 가게 이름의 ‘제이’가 개의 이름을 뜻하는 줄 알지만, 이는 들국화의 보컬리스트 전인권에서 따왔다. 그는 “전인권 선생님은 사춘기 때부터 지금까지 늘 제게 아버지와 같은 분이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삼청동 꼭대기에서 자기 음악에만 미쳐 사는 그분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가게 이름을 지었다”라고 말했다.

    ‘대디제이’에서는 고려대 학생들을 위한 댄스파티, 다트 이벤트, 테킬라의 밤 등을 정기적으로 연다. ‘테킬라의 밤’은 고려대생들에게 입장권을 팔아 양주를 무제한 마실 수 있게 하는 행사로 3~4개월마다 한 번 정도 연다. 박 사장은 “이 행사를 할 때마다 300만~400만 원 손해 본다. 하지만 가게를 많이 찾아와주는 학생들에게 감사하다는 표시로 베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