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재미있다”며 보내준 인터넷 링크를 열고서 파안대소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여자를 몰라’의 배역 소개였다.
‘속옷업계 2위 회사 사장 아들로 인디밴드의 멤버. 경영학과를 원했던 아버지에게 반발하듯 음대에 들어가 낮에는 작곡가로, 밤에는 인디밴드 멤버로 활동한다. 홍대클럽에서 공연하며 인생을 즐기는, 영혼이 자유로운 꼴통.’
이 드라마의 방영시간은 오전 8시 40분. 인디밴드와 홍대클럽이란 코드가 아침 드라마에까지 진출했단 말인가? 감탄과 함께 앞으로 어머님들 앞에서 나 자신을 인디뮤지션이라 소개해도 될까 하고 잠시 고뇌에 잠겼다. 내 영혼은 그렇게 자유롭지 않은데….
아무튼 인디음악이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긴 한가 보다. 이쪽 업계와 무관한 동창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인디, 인디 하는데 도대체 인디음악이 뭐냐”고. 10여 년째 인디음악을 해왔다는 친구이니 명쾌하게 정리해줄 거라 기대하는 눈치다. 난감하다. 고심 끝에 ‘자본 논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디는 연애, 그렇지 않은 메이저 상업 음반은 결혼’이라 답한다. 썩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화제를 결혼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인디음악의 정의를 본인의 결혼 문제보다 시급하게 생각하는 녀석은 다행히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좀 더 진지하게 묻는 사람들에게는 “김연아가 바로 인디”라고 답한다. 온갖 광고에 출연하고 ‘매니지먼트가 어디냐’ ‘코치를 누구로 바꾸냐’ 하는 문제까지 회자되는 김연아의 모습은 물론 메이저 상업 음반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성공한 음반 말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아무도 한국 피겨스케이팅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무렵 어머니와 단둘이서 짐가방을 질질 끌면서 국제대회에 참가하던 김연아는 인디펜던트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어디에도 의존(dependent)하지 않았기 때문.
어디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이어야 음악이 인디일 수 있을까. 기타 만들 나무까지 직접 심어서 패고 깎아야 인디인가. 남의 곡을 받아서 하면 인디가 아닌가. 셀프 프로듀싱을 하면 인디인가. 성공한 아이돌이 사비로 새 음반을 제작하면 인디가 아닌가. 처음부터 인디라는 용어는 두루뭉술하게 쓰였는데, 어째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차라리 ‘아이돌’이란 단어를 ‘성인돌’ ‘예능돌’ 하며 비틀고 놀듯 ‘인디’를 가지고도 말 만들기 놀이를 한다면 모두에게 즐겁지 않을까. 빵빵 터지는 ‘예능인디’, 스타 본능을 타고난 ‘연예인디’, 인디 중의 ‘상인디’, 좌익 사상에 물든 ‘빨갱인디’, 퀴어한 이미지를 내세운다면 ‘게인디’….
뭐 이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인디뮤지션의 영혼은 자유로운가’ 하는 의문으로 돌아가보자.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내 경우엔 부정적이다. 전문 스태프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일하는 지금도 그렇지만, 녹음실에서 녹음 버튼을 누르는 일부터 출하된 CD를 유통업체에 보내고 세금계산서 챙기는 일까지 도맡아 했던 시절에도 그랬다. 왜 그런지 일일이 글로 풀기엔 아쉽게도 지면이 너무 한정적이다. 그냥 일단 내가 속옷회사 사장 아들이 아니라서 그런 걸로 해두자.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해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속옷업계 2위 회사 사장 아들로 인디밴드의 멤버. 경영학과를 원했던 아버지에게 반발하듯 음대에 들어가 낮에는 작곡가로, 밤에는 인디밴드 멤버로 활동한다. 홍대클럽에서 공연하며 인생을 즐기는, 영혼이 자유로운 꼴통.’
이 드라마의 방영시간은 오전 8시 40분. 인디밴드와 홍대클럽이란 코드가 아침 드라마에까지 진출했단 말인가? 감탄과 함께 앞으로 어머님들 앞에서 나 자신을 인디뮤지션이라 소개해도 될까 하고 잠시 고뇌에 잠겼다. 내 영혼은 그렇게 자유롭지 않은데….
아무튼 인디음악이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긴 한가 보다. 이쪽 업계와 무관한 동창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인디, 인디 하는데 도대체 인디음악이 뭐냐”고. 10여 년째 인디음악을 해왔다는 친구이니 명쾌하게 정리해줄 거라 기대하는 눈치다. 난감하다. 고심 끝에 ‘자본 논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디는 연애, 그렇지 않은 메이저 상업 음반은 결혼’이라 답한다. 썩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화제를 결혼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인디음악의 정의를 본인의 결혼 문제보다 시급하게 생각하는 녀석은 다행히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좀 더 진지하게 묻는 사람들에게는 “김연아가 바로 인디”라고 답한다. 온갖 광고에 출연하고 ‘매니지먼트가 어디냐’ ‘코치를 누구로 바꾸냐’ 하는 문제까지 회자되는 김연아의 모습은 물론 메이저 상업 음반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성공한 음반 말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아무도 한국 피겨스케이팅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무렵 어머니와 단둘이서 짐가방을 질질 끌면서 국제대회에 참가하던 김연아는 인디펜던트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어디에도 의존(dependent)하지 않았기 때문.
어디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이어야 음악이 인디일 수 있을까. 기타 만들 나무까지 직접 심어서 패고 깎아야 인디인가. 남의 곡을 받아서 하면 인디가 아닌가. 셀프 프로듀싱을 하면 인디인가. 성공한 아이돌이 사비로 새 음반을 제작하면 인디가 아닌가. 처음부터 인디라는 용어는 두루뭉술하게 쓰였는데, 어째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차라리 ‘아이돌’이란 단어를 ‘성인돌’ ‘예능돌’ 하며 비틀고 놀듯 ‘인디’를 가지고도 말 만들기 놀이를 한다면 모두에게 즐겁지 않을까. 빵빵 터지는 ‘예능인디’, 스타 본능을 타고난 ‘연예인디’, 인디 중의 ‘상인디’, 좌익 사상에 물든 ‘빨갱인디’, 퀴어한 이미지를 내세운다면 ‘게인디’….
뭐 이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인디뮤지션의 영혼은 자유로운가’ 하는 의문으로 돌아가보자.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내 경우엔 부정적이다. 전문 스태프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일하는 지금도 그렇지만, 녹음실에서 녹음 버튼을 누르는 일부터 출하된 CD를 유통업체에 보내고 세금계산서 챙기는 일까지 도맡아 했던 시절에도 그랬다. 왜 그런지 일일이 글로 풀기엔 아쉽게도 지면이 너무 한정적이다. 그냥 일단 내가 속옷회사 사장 아들이 아니라서 그런 걸로 해두자.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해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