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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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의사, 밤엔 바텐더 … 즐거운 이모작 인생 “굿”

산부인과 전문의 도진우씨, 재즈카페 여는 꿈이 또 하나의 직업으로

  • < 구미화 기자 > mhkoo@donga.com

    입력2004-09-20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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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엔 의사, 밤엔 바텐더 … 즐거운 이모작 인생 “굿”
    이 른바 ‘투잡스(two jobs)족’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시대다. 그러나 의사가 바텐더를 겸한다면?

    쿠바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한 데서 생겨난 칵테일 ‘쿠바 리브레’를 손님에게 건네며 ‘남미에서의 열정적인 휴가’를 꿈꾸는 바텐더 도진우씨(37). 몸에 붙는 티셔츠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외투에 감춰진 그의 본래 직업은 산부인과 전문의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도 다른 과장급 의사보다 두 배 이상의 높은 연봉을 받았던 실력파. 4월에는 더욱 파격적인 조건으로 서울 강남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 그가 뭐가 아쉬워 바텐더를 하고 있을까.

    불임 치료법을 연구하면서도 19세기 초 프랑스 예술가들의 낭만을 동경하고, 중학교 때까지 어지간한 클래식 레퍼토리를 모두 섭렵한 그는 오래 전부터 재즈연주를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카페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드디어 지난해 8월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꿈을 접겠다’는 생각으로 바(서울 서초구 잠원동)를 열었다. 지금은 오디오로 재즈를 즐겨야 하는 규모지만 재즈카페에 대한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첫날밤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새로운 와인을 즐기고 마음에 드는 와인 향에 취해 잠들 때 행복을 느끼죠.” 이 때문에 그는 3년 전 와인 전문가로부터 6개월 동안 체계적으로 와인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진정한 바텐더는 정통 레서피와 술의 깊이를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20대 초반부터 칵테일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못 만드는 종류가 없을 정도. 값싼 위스키를 베이스로 한 올드패션(old fashioned)을 좋아하는 그는 이 칵테일의 맛을 보면 바텐더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20대 초반부터 ‘칵테일’ 별도 수업

    호기심이 생기면 마스터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 때문에 룸바, 자이브, 차차차 등 각종 춤실력도 보통이 아니다.

    도씨는 가게를 열고 한 달에 한 번 30대를 위한 파티를 열고 있다. 이 모임은 일에 매진해 온 30대들에게 그들만의 휴식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한두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획일적인 회식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했다. 그래서 그가 마련하는 파티는 ‘자유로움’을 주제로 한다.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킨 채 한 사람씩 자신의 학력과 직업, 취미 등을 밝히는 방식이어서 형식적인 소개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쳐 인사를 나누고 친구가 되면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가 여는 파티는 매달 6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그의 바는 60명이 파티를 즐기기에는 비좁은 공간이지만, 형식과 틀을 깨고 나면 답답함이 사라지고 거침없는 생각들이 활보하기에 공간적 제약은 문제가 안 된다.

    병원도 바도 문을 닫는 일요일, 한 달에 한 번 불임 관련 세미나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도씨는 늦잠을 즐기고 세수도 거른다. 후드점퍼에 네 배쯤 짙게 뽑은 에스프레소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선다. 마음에 드는 조조영화를 한 편 골라 극장 한구석에서 휴일 오전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안은 채 발걸음을 와인숍으로 옮겨 새로 나온 와인의 맛과 향을 음미한다.

    이렇게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그는 독신이 어울릴 듯하지만 실상은 결혼 9년차의,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가장이다. 그의 아내도 남편의 꿈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별다른 간섭은 없다고.

    “이것저것 재느라 인간의 다양한 재능과 감정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것은 창조주에 대한 배신 아닌가요?” ‘어느 조직에서나 꼭 필요한 존재로 생활하되, 삶은 가볍고 재미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그의 인생 철학이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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